시한부 삶 15세 소녀 17가지 소원.. 英 울리다

2011. 6. 1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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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앨리스의 '버킷리스트'는 이뤄질까." 몸에서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림프계에 발생하는 암인 '호지킨 림프종'에 걸려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 영국 소녀가 자신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모아 블로그에 올려 영국을 울리고 있다. 주인공은 4년간 악성 종양과 투병해온 영국 북부 울버턴에 사는 15세 소녀 앨리스 파인 양. 그동안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 골수이식까지 받았으나 효과가 없어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앨리스 양은 자신의 병세가 악화되자 자신의 블로그(alicepyne.blogspot.com)에 "병을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다. 암이 몸 전체에 퍼지고 있다"면서 17가지의 소원을 모아 '앨리스의 버킷리스트'(Alice's Bucket List)를 만들었다. '버킷리스트'는 시한부 생명을 사는 두 남자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을 만들어 하나하나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잭 니컬슨,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제목이다.

앨리스 양의 버킷리스트에는 '상어와 수영하기' '우리 모두 골수기증 서명하기' '케냐에 여행 가기' '애플 아이패드 갖기' '돌고래 조련사 되기' '캐드버리 월드에 가서 초콜릿 먹기' '애완견 마벨과 좋은 사진 찍기' '바다고래 보러 가기' '돌고래 조련해보기' '팝그룹 테이크댓 만나기' '캐러밴에 머물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버킷리스트는 순식간에 퍼졌고 큰 반향을 불러왔다. "돕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1500여 개의 메시지가 세계 곳곳에서 답지했다. 노동당의 존 우드콕 의원은 8일 의회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앨리스 양의 소원 중 하나인 골수기증 서명 운동을 지원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주문했다. 캐머런 총리는 "나도 사연을 듣고 안타까웠다. 대책을 찾겠다"고 대답했다.

그녀의 우상인 테이크댓은 이번 주말 앨리스 양을 만나기로 약속했다. 앨리스 양은 9일 블로그에 "지금 가장 흥분된 소식은 이번 주말에 테이크댓을 만난다는 것이다. 믿기지 않는다"며 "내가 원하는 다른 일도 잘될 것 같다. 여러분 모두 고맙다. 나는 운이 좋은 소녀"라고 썼다.

모친인 비키 씨는 "거리에서 아이들을 보면 그들과 함께 놀 수 없는 딸이 생각나고 그때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끼지만 정작 앨리스는 불만을 가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앨리스 양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 어쨌든 엄마는 인생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격려해준다"며 "리스트가 최종 완성된 건 아니며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면 추가하겠지만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적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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