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세상의 중심] 비뇨기과 여의사 2人

2011. 6. 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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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번씩 광고를 보지만 많은 이들이 정작 필요할 때는 찾지 않는 병원. 흔히 '남성만을 위한 병원'으로 생각하는 곳. 비뇨기과는 수십 개 진료과 중에서도 가장 오해를 많이 사는 과다. 사실 비뇨기과의 진료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노폐물을 걸러 소변을 만들고 배설하는 신장과 요관, 남성생식기관과 정액의 일부를 분비하는 전립선, 호르몬을 내고 피로를 조절하는 부신까지 비뇨기과 담당이다. 여성에게 생기는 요실금이나 과민성 방광, 성관계로 감염되는 질환도 비뇨기과에서 치료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뇨기과에서 활동하는 여자 의사는 적다. 1995년 첫 여성 전문의가 나온 이래 2011년 현재 비뇨기과 전문의는 24명. 1년에 한두 명이 나오는 수준이다. 남자 의사가 대부분인 '그들만의 리그'에서 활동 중인 비뇨기과 의사 두 명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났다. 비뇨기과 국내 첫 여자 교수(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와 국내 1호 여자 개원의(김경희 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 원장)는 "여자 의사가 비뇨기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은 사회에서 만든다. 실력은 환자들이 더 잘 알아준다"고 말했다.

◆ "작은 병 키우지 말라" 윤 교수는 비뇨기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병원에 여자 의사밖에 없다면 진료를 받겠는가' 하는 설문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의외로 대부분의 응답자가 "성별과 상관없이 실력 있다면 진료받겠다"고 답했다. "특히 40~60대에서 실력이 우선이지 성별은 안 따진다는 답변이 많았어요. 연령대가 낮으면 동성의사를 선호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편견은 적은 거죠." 김 원장 역시 개원 전 동부시립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전립선암 환자 등 남성 종양환자 수술을 주로 맡았다. 동부시립병원 과장시절 4~5명이던 환자가 70명으로 늘기까지 했지만 여자라서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했다.

비뇨기과 전체로는 남성환자가 절반 이상이다. 같은 염색체가 두 개인 여성(XX)과 달리 남자(XY)는 두 가지 다른 염색체로 구성돼 한 개가 고장을 일으켜도 대체할 염색체가 없어서다. 반면 요실금 등의 배뇨장애는 여성에게 많다.

윤 교수는 비뇨기과의 매력으로 "약만 주고 치료하는 과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고, 환자가 느끼는 효과도 즉각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그녀는 "'의사라면 손에 피도 묻히고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외과의에게는 수술이 많으니 좋은 과"라며 웃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도 장점이다. 발기부전 장애 치료를 위해 남성의 음경에 보정물을 삽입하는 수술은 60~70대 환자가 가장 많이 받는다고 했다.

다만 '배뇨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비뇨기과를 가야 한다'는 일반인들의 의식전환은 더딘 편이다. 김 원장은 "단순 방광염 때 병원을 찾으면 쉽게 치료가 가능한데, 환자 대부분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년씩 증상을 방치하다 재발하고 나서야 전문병원을 찾는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여성에게 많이 발병하는 요실금 등의 배뇨장애 환자는 산부인과나 내과 외과 등에 먼저 갔다가 마지막으로 비뇨기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윤 교수는 "전문의가 아니어도 진료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병을 키우기 전에 더 잘할 수 있는 의사가 진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비아그라 이후 노년층 성생활도 활발 환자 중 상당수는 성기능 장애로 비뇨기과를 찾는다. 김 원장 병원에서도 부부 간 성관계로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부부클리닉을 운영한다. 김 원장은 "부부관계가 원만하고, 성생활도 건강한데도 지나치게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아무래도 섹스가 둘이 하는 행위라 어려운 거죠. 상대적인 빈곤감을 토로하는 환자도 많습니다." 윤 교수는 "미국에서는 동성 커플이 병원을 찾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그는 "본인이 얼마나 관계 개선을 원하는지,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원하는지에 따라 요구사항이 크게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병원을 찾는 젊은 여성의 비율도 늘었다. 성문화가 예전보다 훨씬 개방된 데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이런 문제들도 치료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덕이다. "성적으로 액티브한 여성들도 질염이 생긴다든지,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이 이전보다 적어졌다든지 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구가 있어요. 예전이라면 결혼하고 나서야 겨우 얘기했던 문제들이죠." 비뇨기과 의사는 환자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내밀한 개인사'를 듣다 보니 난감해지는 상황도 적지 않다. 성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파트너도 함께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더니, 환자가 "그럼 세 사람분을 처방해달라"고 한다거나, 애인과의 성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내나 남편이 있는 기혼자가 병원에 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두 의사는 '비아그라가 비뇨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화이자사가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를 발매한 이후 노년층의 성생활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는 것.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윤 교수는 "비아그라 이전과 비교하면 STD(성병) 검출률이 무척 높아졌고 페니실린을 처방해도 치료되지 않는 변종 성병들도 늘었다"고 했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비뇨기과 여성 의사로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의사로서의 목표를 묻자 김 원장은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많지 않은 이유는 선배모델이 없어서"라며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여성환자를 주로 진료하지만 기회가 되면 남성환자 진료도 다시 시작하겠다는 포부였다. 윤 교수는 "여성 환자들이 병원을 자연스럽게 찾으려면 여자 의사가 늘어나야 할 것"이라며 "환자들이 제때 진료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비뇨기과 인식 개선에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경희 원장 △1970년 부산 출생△1996년 부산대 의과대학 졸업 △2002년 원자력병원 수료 △2002~2006년 이윤수 비뇨기과 여성비뇨기과 과장 △2004년 비뇨기과 전문의 △서울시립 동부병원 비뇨기과 과장 △미즈러브 여성비뇨기과 원장 △이화여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 윤하나 교수 △1970년 서울 출생 △1999년 이화여대 의료원 비뇨기과 전공의 수료 △2002년~이화여대 부속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대한성학회 상임이사 △대한남성과학회 학술위원 [이유진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화보] '애엄마' 미란다 커, '섹시의 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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