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해안마을] 완도 청산도마을









슬슬 바캉스 계획을 세울 때가 왔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해안마을 가운데 한 곳에 콕 들어가 며칠 보내고 오면 어떨까? 해안마을이 좋은 점은, 일단 바다와 산과 민물과 해수가 모두 있고, 싱싱한 해산물과 때묻지 않은 풍경,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어항에서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시티라이프에서는 이번주부터 바캉스 직전까지 국내 여행지로 한국의 해안마을과 '훌쩍 떠나는 여행'을 번갈아 가면서 소개한다. 모두 올 여름 바캉스를 염두에 둔 칼럼이다.
청산리 사람들에게 감사
청산도를 이야기하면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서편제'는 수많은 뒷 이야기를 남긴 불후의 명작이며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감동의 씬을 한 두 장면 씩 갖기도 했었다. 그 씬 가운데 시골 돌담 사이 황톳길을 따라 유봉(김명곤), 송화(오정혜), 동호(김규철) 가족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걸어오던 장면이 최고였다.
5분11초 동안 카메라의 프레임이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돌담 저 멀리에서부터 진도아리랑을 부르기 시작, 카메라 앞에 와서는 세 사람이 덩실덩실 춤을 추다 카메라 밖으로 사라지는 그 장면은 지금 보아도 가슴 뭉클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청산도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한마디 드려야 한다. '서편제'가 개봉된 게 1993년이었고, 그 뒤로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그 돌담과 그 길을 아직까지 보전하고 있는 그들에게 어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청산도 사람들의 천천한 삶은 결국 청산도를 세계 슬로시티 인증 지역으로 만들었고, 지금 그 길을 걷고싶어 안달 난 역마족들의 발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서울 수도권에서 완도에 가려면 이동 시간만 이틀을 잡아야 했다. 끔찍하게 먼 길이었다. 지금은 서울에서 네 시간이면 완도에 들어갈 수 있고, 항구에서 쾌속선을 타면 45분만에 청산도항에 도착할 수 있지만 청산도는 여전히 바쁠 것이 없는 섬으로 살고 있다.
청산도 가는 배 위에서는 암초 '각시여' 얘기가 한창이다. "부부가 시집(댁)을 간 판인데(가는데) 저 여(암초)에 침몰되어 부렀어. 그란께 선장들이 소복 단장한 여자 꿈을 꾸기만 허믄 그 여에 배가 부딪치게 됐어(부딪히곤 했어). 혼백이 원한에 사무쳐 그란 모양이여."청산도에 내리면 노란 것은 더 노랗고, 파란 것은 더 파랗다. 말 그대로 청산(靑山)이다. 아무 데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작품이 된다. 구불구불한 옛 돌담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서리를 지나면 신흥마을이 나온다. 유채꽃과 청보리가 만발하는 4~5월이면 발 디딜 틈이 없어지는 청산도에서 유유자적할 수 있는 곳이다.
2km나 되는 백사장은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수만 평의 해수욕장은 손을 담그면 금세 파랗게 물들듯 쪽빛이다. 만조가 되어도 물은 겨우 허리에서 찰방거리는데, 물이 빠지면 바지락과 백합 등을 캘 수 있다. 목섬 쪽 갯바위는 낚싯대만 드리우면 고기가 문다.
신흥마을은 바람 많은 섬의 특성상 돌담이 높고 지붕이 낮다. 마치 누가 꾹 눌러놓은 집들 같다. 그 아래로 구들장논이 펼쳐진다. 땅이 부족해 한 삽 한 삽 산을 깎아 만든 논에서 소 혓바닥만 한 땅이라도 놀리지 않았던 선조들의 알뜰함을 볼 수 있다.
신흥마을에는 '신흥 처녀 흰쌀 서 말 못 먹고 시집간다'는 말이 있었다. 가난을 벗은 지금은 '1년 농사지어서 3년 먹는다'는 말이 나돈다. 인구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청산도에는 짚 더미로 가묘를 한 다음 탈육 후 다시 장례를 치르는 초분이 많다.
아들이 고기잡이를 나간 사이 갑작스레 상을 당했을 때 상주가 돌아와 부모의 주검을 마주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다.
초분은 청산도에서 극진한 효도로 통한다. 이별한 이를 바로 땅에 묻는다는 것이 박정하게 느껴졌던 것일까? 곰솔 끝에 걸리는 별, 갯바람이 부는 영롱한 모래 해안. 아무렇지 않은 섬 사람들의 일상이 내륙 사람들에게는 진귀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자성이 강해 근처를 지나가는 배의 나침반이 뱅글뱅글 돈다는 범바위를 제외하고는 주민들조차 큰 관광지가 없다고 말하는 청산도. 그러나 청산도는 수다의 볼륨을 저절로 줄일 수밖에 없는 호젓하고 낙낙한 섬만의 정서를 지녔다. 만원 지하철과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아우성치는 사람들에게 잠깐 멈춰 서서 지금 잘살고 있는 건지, 바쁘다는 핑계로 놓쳐버린 것은 없는지 묻는 것이다.
완도군 관광안내소 061-550-5151완도항여객터미널 061-552-0116청산면사무소 061-550-6495청산도 관광안내 www.chungsando.co.kr 청산도 미리보기세계 슬로시티 청산도자연과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면서 진짜 사람이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는 운동으로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살기 쉽고 안락한 나라들의 국제적 네트워크 형성'을 모토로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슬로시티는 국내에서는 담양, 장흥, 완도, 신안군이 선정됐다. 무작정 현재의 문명을 거부하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닌, 좀 더 천천히 걸으면서 느리게 먹기+느리게 살기로 인간답게 살자는 운동이다.
남도 갯길
도락마을 선착장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마을로 특별한 구획 없이 아무렇게나 곡선을 형성한 논밭이 아름답다. 동구정길은 도락리에 있는 우물 이름을 땄다. 동구정길에서 남도 갯길이 시작된다.
서편제
당리마을 선착장 옆에는 자연석을 층층이 쌓아 만든 돌담과 막 세수한 아기 얼굴만큼이나 말끔한 길이 있는 당리마을이 형성돼 있다. 유봉 일가가 걸어 내려오던 황톳길은 포장대로로 바뀌고, 진도 아리랑을 부르는 소화는 없지만 바닷빛은 여전히 푸르다. 꽤 경사가 심한데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가 마을 뒤에 위치해 있다.
'서편제' 돌담길
"이년아~ 가슴을 칼로 저미는 한이 사무쳐야 소리가 나오는 법이여." 한국 영화 최초로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서편제'에서 소리꾼 송화가 눈이 멀기 전 아비와 함께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던 길이다. 매년 4월이 되면 이 돌담길을 경계로 왼쪽에는 청보리, 오른쪽에는 유채꽃이 만발한다.
읍리
고인돌과 하마비 읍리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경제력 있는 지배 계층의 무덤으로 청산도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하마비는 부처가 새겨진 자연석으로 조선시대 아무리 지체 높은 사람이라도 이 비가 세워진 곳 앞을 지날 때는 반드시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고 전해진다.
슬로길
슬로길 청산도 주민들이 다른 마을로 다닐 때 이용하던 길로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1코스(항길, 동구정길, 서편제길)와 2코스 연애바탕길, 3코스 낭길, 4코스 범길, 5코스 용길과 들길, 6코스 돌담길, 들국화길 등 길에 얽힌 이야기와 풍경을 읽으며 걸을 수 있다.
진산몽돌해수욕장
몽돌해수욕장 지리가 노을로 유명하다면 청산도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진산마을은 일몰과 갯돌 해변으로 유명하다. 갯돌을 쓸고 내려가는 파도 소리가 인상적이다. 신흥마을에서 진산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보리마당 위로 깊은 물고랑이 있다. 밤이 되면 아기 울음소리와 무서운 귀신이 나타난다고 해서 주민들조차 밤에 혼자 지나지 않는다.
청해진 유적지
완도에서 태어난 장보고는 30세에 당나라 군사 1000명을 지휘하는 군중소장이 된다. 청해진은 폐진 이후 1200여 년 동안 버려져 있다가 1984년 사적으로 지정된 후 목교를 통해 수시로 왕래할 수 있게 됐다.
신지 해수욕장
은빛 백사장으로 남해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은 해마다 관광객이 100만 명 이상 찾는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이면 모래 우는 소리가 10리 밖까지 울려 퍼진다고 하여 '울모래등'이라고도 부른다.
잠자리솔바다펜션
청산도에 몇 안 되는 프로방스풍 펜션으로 최근에 지어진 곳이다. 소라, 노을, 바다, 해송 등 객실이름에서도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문화해설사이기도 한 사장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옥상 벤치에서 밤하늘을 볼 수도 있다. 해송이 우거진 남도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위치전남 완도군 청산면 지리 646-1 문의019-225-5114, www.slowcitybada.com 먹거리청산도식당청산도는 전복 생산량은 전국의 80%를 차지한다. 싱싱한 자연산 회와 전복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 먹을거리는 모두 선착장에 몰려 있다. 위치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 도청리 930-38 문의061-552-8600 교통편완도-청산도도청항→도락마을→당리마을(<서편제>, <봄의 왈츠>)→읍리 고인돌→범바위→구들장논→상서리 옛 담장→신흥해수욕장→진산해수욕장→지리 청송해변→도청항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완도 직행버스가 하루에 4회 운행된다. 서울에서 열차, 고속버스, 항공편으로 광주 혹은 목포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 완도 방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완도에서 청산도로 들어가는 차량의 경우 주말에는 약 1~2시간 전에 항구에 도착해야 하며 성수기에는 그 이상 대기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터미널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완도에서 청산도까지 45분 소요. 차량만 따로 들어가는 곳으로 진입해 승선 대기해야 하며 나머지 동승자는 매표소에서 따로 표를 사야 한다. 완도로 나오는 배는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 문의청산 농협 061-552-9388~9 / 완도 항만터미널 061-552-0116 ※ 자료제공 = 이책007 [글 = 이영근 (여행작가) / 사진 = 박명화 작가] ▶ [화보] 38세 황혜영 비키니 몸매 `작지만 빵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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