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명예훼손 소송에 기자들 반발
스포츠서울, 광고업계 입소문 기사화…대한항공, 기내지 끊고 기자 고소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대한항공이 스포츠서울 취재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자 여행담당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여행기자포럼(회장 손원천 서울신문 기자)은 지난 25일 성명에서 "대한항공이 자사에 불리한 내용의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스포츠서울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언론탄압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여행기자포럼은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스포츠신문, 경제신문 여행담당 기자 30여명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들은 "대한항공 쪽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기사 구제를 위한 통상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 곧장 형사고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 기자 개인 앞으로 절독한 신문 2400부 가량을 착불 형식으로 보냈다는 점 등 거대 기업이 상식 이하의 방법으로 기자 개인을 핍박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포츠서울은 지난 3월 16일 인터넷판에 < '대한항공의 저주' 광고 나오면 재앙 > 이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대한항공이 광고를 찍은 미국 중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5개국에서 공교롭게도 원전폭발 등 대형 재난이 잇따르고 있다는 가십성 기사다.
스포츠서울 3월17일자 25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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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 상무가 광고를 진두지휘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러나 스포츠서울 쪽은 이날 오후 대한항공 관계자의 요청에 따라 조 상무 대목을 삭제하고, 제목도 < 대한항공 시리즈 CF 기막힌 불운 > 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쪽은 이튿날 기내지로 싣던 스포츠서울 2400부를 기사를 작성한 이모 기자에게 착불로 보냈다. 이어 대한항공 쪽은 기내지를 끊었으며, 3월 22일에는 이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형사 고소했다. 이 기자는 지난달 28일 서울 남부지검에서 관련조사를 받았다.
여행기자포럼은 "대한항공 쪽이 원하는 대로 이번 사태가 귀결된다면 이제 누가 대한항공에 쉬 쓴 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며 "대한항공은 기자를 핍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속히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한항공 쪽은 "인과관계가 없는 것을 가십으로 엮어 사실로 비쳐지게 돼 그에 따른 피해가 막대하다"며 "집단의 힘을 빌려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순리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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