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여행_홍천 내면 문바위 마을

홍천=박정원 월간 山 기자 jungwon@chosun.com 2011. 5. 2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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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그대로 문바위 마을, 시간도 길도 잊었다

강원도 홍천의 첩첩산중 골짜기. '삼(三)둔 사(四)가리'라는, 사람이 난리를 피해 숨어 지낼 만한 피난처가 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사람이 들어와 살았고, 어떻게 알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산 넘어 산이다.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뿐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지 않는 한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동네 같다.

그 삼둔사가리는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 '비장처(秘藏處)'로 나온다. 달둔·살둔·월둔의 삼둔과, 적가리·연가리·명지가리·아침가리의 사가리가 바로 그곳이다. '둔'은 펑퍼짐한 산기슭을, '가리'는 사람이 살 만한 계곡가를 말한다. 홍천군과 인제군 일대에 흩어져 있으며, 그중 삼둔이 홍천군 내면 창촌리와 율전리, 광원리에 있다. 홍천엔 동·서·남·북 방면과 그 중앙에 내면이 있다. 내면은 오지인 홍천에서조차 외진 곳인 셈이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56번 국도에 하뱃재라는 곳이 있다. 율전삼거리 바로 아래 있다. 고도가 650m쯤 된다. 승용차로 바로 올라가면 서서히 귀가 멍해진다. 거기서 산골짜기 내린천 방향으로 13㎞ 남짓 꼬불꼬불한 산길로 더 들어간다. 시멘트 도로와 비포장길을 지나 도저히 더 올라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문바위마을이라 불리는 문암동이 나온다. 해발 800m가까이 된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차로 갈 수 없다.

이 마을은 원래 단종 복위를 꾀하던 이들이 숨어들면서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세조의 서슬 푸른 칼날을 피하기 위해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피신한 것이다.

이런 첩첩산중 산골에 마을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사방은 온통 신록으로 뒤덮였고, 석화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절경이다. 마을이라지만 집은 드문드문 보였다. 그 마을 제일 높은 곳, 문암산 중턱에 주시용(89)·김용선(84) 노부부가 살고 있다.

"일정 때 군인들이 여자를 공출하러 다녔지. 불안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하지만 결혼한 여자는 빼줬어. 빨리 시집갈 수밖에 없었지. 고종사촌 오빠가 중매해서 바로 결혼했어. 그래도 불안해서 아예 산에 들어와 살았지. 그게 벌써 60년이 다 되어버렸지."

김용선 할머니의 말이다. 할머니는 강원도 인제가 고향이다. 16세 때 공출(일제 때의 정신대)을 피해 할아버지를 중매로 만나 1941년 결혼했다. 그리고는 인제에서 고성을 거쳐 문바위마을로 들어왔다. 해방이 됐는지, 난리가 났는지 전부 딴 나라 얘기들이다.

"처음 들어왔을 땐 여러 가구 살았지. 지금은 다 떠나고 없지만. 당시엔 산에서 농사짓고 산나물 캐서 먹으며 그렇게 세월을 보냈지. 4남4녀 아이들은 전부 도시로 나갔어. 큰아들은 먼저 저세상으로 갔고, 둘째 아들이 서울서 살다 몇 년 전에 같이 살고 있지. 늘 산에서 살아 외로운 건 몰라."

집은 "60년 전 세간을 들여놓을 때 그 모습 그대로"라고 했다. 널찍한 부엌에 부뚜막과 장작 때는 아궁이, 강원도 전통 가옥구조인 투방집 구조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당시에도 낡은 집이었지만 그냥 조금씩 수리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집 주변에는 금낭화, 개불알꽃, 곰취, 오미자, 산머루 등 야생화와 산나물이 지천이다.

8남매는 이곳에서 4㎞ 남짓 떨어진 곳의 율전초등학교 분교에 다녔다. 지금도 대중교통이 들어가지 않는, 아니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몇 해 전 둘째 아들이 들어오면서 사륜구동을가지고 왔다.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무와 숯을 구워 팔아 생계로 삼는 등 평생을 산에서 나는 걸로 의식주를 거의 해결했다.

할아버지는 보약으로 알려진 만삼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집 주변은 약초와 산나물로 온통 뒤덮여 있다. 집은 문암산 산 중턱, 즉 서남쪽에 위치해 있다. 집 기준으로 동북쪽에 문암산, 동남쪽에 석화산이 있다. 석화산의 봄은 진달래가 장관을 이루고, 가을 단풍은 설악에 버금갈 정도라고 한다. 문암산의 1000m안부(산 능선이 낮아져 형태가 말 안장 비슷하게 된 곳)엔 산채와 야생화 천국이라고 동행한 '한국 700명산'의저자 신명호씨가 설명했다.

노부부의 전통가옥에는 현대식 흔적이 한군데 있다. 바로 주소다. 우체함에 '홍천군 내면 율전리 율전3리 문바위길 151-105'라고 되어 있다. 아직까지 강원도 전통의 투방집 구조와 외관을 그대로 간직한 한국의 대표적 오지의 집 주소다. 길도 없는 첩첩산중에 숨어 있는 전통가옥에 붙여진 현대식 주소가 신기하게만 여겨졌다.

교통

서울 출발 기준으로 경춘고속도로를 타면 동홍천에서 빠지면 된다. 국도로는 6번과 44번을 탄 뒤 56번 국도를 타고 율전초등학교 앞 율전삼거리를 일단 찾아야 한다. 율전초등교 앞에서 인제 방향 31번 국도로 4㎞ 정도가면 느티나무가 나온다. 거기서 신흥마을 쪽으로 우회전해서 6㎞ 정도 산골로 들어가면 폐교된 율전초등교 분교가 있다. 분교 기점으로 4㎞ 더 가면 문바위마을이다. 2㎞ 기점에서 우회전해야 한다. 직진은 비포장이고 차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험한 길이다. 문암마을에 도착해 문암교회를 끼고 좌회전하면 60년째 살고 있는 노부부 집이 나온다.

맛집(지역번호 033

)

내면 소재지에 정식을 하는 까치둥지(432-6231, 010-2249-8050)가 있다. 계방산숯불갈비(432-2050)는 숯불갈비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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