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과 커피사업, 유기농 명품커피로 연매출 400억


파푸아뉴기니에 진출한지 10년 만에 동양인 최초로 자연산 유기농 커피 수출허가권을 취득해 연매출 4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커피업계의 큰손이 눈길을 끈다.
호주 게라메社와 합작해 세운 벤처회사 '게포(Gepo)' 박복식 대표(51)는 최근 매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유기농 커피 수출허가권을 따낼 수 있었던 건 파푸아뉴기니 현지인들과 마음을 나누고 그들 속으로 들어가 가족이 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최고의 명품 커피를 가격 거품을 쏙 빼고 중저가에 보급시키고 싶었다"며 "게포는 월평균 20개, 연간 240개의 커피 담은 컨테이너를 수출할 계획이다. 연간 400억원의 매출이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10년간 현지인들 사이에 거주하며 그들의 신뢰를 샀고, 동양인 최초로 커피수출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안정궤도에 올려놨다.
● 쉽지 않은 길, 산 넘어 산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자랐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봐 공업고등학교에서 기술을 배웠다. 산업의 역군으로 자라 사업을 하고 싶었다." 박 대표는 지난 1988년부터 유통업계에 뛰어들어 기념품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어릴적부터 사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2002년 우연히 만난 파푸아뉴기니 대사 데이비드 앵고(David Ango·55) 대사가 커피사업을 추천했고, 시장조사차 파푸아뉴기니에 들렀다.
당시 한국에는 다방이 많아 커피를 수입해 유통하면 사업성이 있겠다 싶었다.
한국의 커피유통 사업은 대기업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기에 주변에서 사업을 말렸다. 대기업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판로를 개척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질좋은 명품 커피의 천국인 파푸아뉴기니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커피는 유럽으로 팔려 나갔고 동양인과는 거래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마침 핀란드 국적의 커피공장 사장이 공장을 매각한다는 소문을 듣고 자금을 끌어 모아 공장 인수를 시도했다.
커피 원두를 볶아 포장까지 해 수출하는 공장이었기에 마진률이 높다는 장점에 끌렸다.
하지만 인수는 쉽지 않았다. 한국 투자자들은 박 대표는 사기꾼으로 몰았다. 결국 계약금만 2번 날리고 커피사업을 포기하려던 차에 2005년 극적으로 공장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그 무렵 한국의 커피문화는 변화하고 있었다. 커피붐이 일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다방이 점차 문을 닫고 커피숍들이 생겨났다. 바리스타가 생겨 커피를 매장에서 직접 볶아 냈다.
박 대표는 또 다시 경영난에 부딪혔다. 볶은 커피는 한국 커피시장에 진입하기 힘들었다.
공장을 매각하려 했지만 사겠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고, 은행빚 10억원만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러던 중 2008년 박 대표의 조카인 박상철 대표(38)가 사업에 합류했다. 유명 어학원 출신의 그는 커피사업의 비전을 보고 뛰어 들어 한국에 주식회사 게포커피를 설립했다.
● 마음을 얻은건 한국의 '두레와 품앗이' 정신 게포가 위치한 파푸아뉴기니 마라와카 지역은 해발 2000m의 무공해 청정자연을 보존하고 있지만 오지에 있어 다른 업체들의 손이 닿지 않는다. 커피를 비행기로 날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마라와카의 커피는 스타벅스가 사업초창기부터 쓰던 원두로 세계인이 열광하는 원두종을 재배하는 곳이다.
박 대표는 마라와카 지역에 터를 잡고 지역민들과 부대끼며 친목도모에 힘썼다. 한국에서 헌옷과 중고품, 생필품을 날라 그들에게 나눠주고 하나 둘씩 마음을 얻었다.
잔치를 열어 쌀밥과 돼지고기를 함께 먹었고, 어깨동무를 하고 춤도 추고 노래를 불렀다.
10년을 공들인 끝에 현지인들은 박 대표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는 커피를 다른 곳보다 더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제안했고, 수익금의 일부를 마라오카 지역에 재투자 하겠다는 공략을 걸었다.
아직 미개척지역인 마라오카에 비행장과 도로, 학교, 교회를 건설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마라와카 지역의 커피원두를 전세계에 알려주겠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호주인들이 커피원두를 100원에 산다면 나는 120~130원에 구입했다"며 "파푸아뉴기니인들을 영국의 노예였다며 무시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나는 가족처럼 그들을 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친구처럼 인간적으로 대했고, 한국어를 가르쳤다"며 "그들은 나를 '원톡(파푸아뉴기니어로 가족, 형제의 의미)'이라고 불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대표는 "마라와카 농장에서 커피를 수확하는 이들의 하루 일당은 우리 돈으로 4300원이다"며 "그들에게 더 높은 가격에 커피를 사는 등 공정무역에 힘썼다"고 전했다.
현재 게포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호주, 네델란드, 일본, 독일과 무역을 한다.
박 대표는 자메이카 커피의 독점을 막아 외화낭비를 줄이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는 명품 유기농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한국에 자리매김 할 계획이다. 또 호주인과 싸워 당당히 이겨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호주의 연간 수출량을 넘어서 한국인이 해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며 "개인적인 욕심을 차리기 보다는 나보다 더 역량이 많은 전문 CEO를 영입해 회사를 키우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명품커피의 반열에 드는 마라와카의 아라비카종 유기농 커피 '티피카 블루마운틴'은 오는 26일 한국에 상륙한다.
[매경닷컴 김윤경 기자 / 사진 팽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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