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던 영아 살해' 우울증 아내 대신 감옥가려 '거짓 자백' 남편

구교형 기자 2011. 5. 18.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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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내용과 사망시간 불일치"돌 지난 아들 키우기 막막.."재수사로 '진범' 부인에 8년형

돌보던 영아를 살해한 혐의로 남편이 구속됐으나 아내가 진범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재판이 다시 열려 아내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ㄱ씨(27)는 2008년 7월 아들을 낳은 뒤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보살필 새도 없이 보모 일을 시작해야 했다. 남편 ㄴ씨(38)의 벌이가 변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ㄱ씨는 1주일에 영아 한 명당 20만원씩 받고 자신의 집에서 ㄷ군(당시 생후 8개월) 등 2명을 돌봤다. 아들까지 모두 3명의 아기를 돌보다 보니 피로와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됐다.

2009년 7월24일 ㄱ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새벽 3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친구와 통화를 했다. 그로부터 2시간 뒤 "ㄷ군이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다"며 자고 있던 남편을 깨웠다. ㄴ씨는 황급히 인공호흡과 흉부압박 등 응급조치를 한 뒤 119구급대를 불러 아기를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아기는 결국 숨을 거뒀다.

나흘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갈비뼈 골절과 장파열 등에 따른 타살이 의심된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남편을 조사하면서 부검 결과를 알려줬다. 불현듯 ㄴ씨는 새벽에 ㄷ군의 울음과 함께 '퍽퍽퍽'하는 소리를 들은 게 생각났다. 그는 "23일 밤 11시쯤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조금 놀아주다가 발로 배를 밟았다"고 거짓 자백했다. 아내를 위해 죄를 뒤집어쓴 것이다. 경찰은 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ㄴ씨는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아내가 교도소에 갈 일을 생각하니 너무 막막해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수사기록을 검토하다 보니 사망시간이 석연치 않았다. 사고 당일 구급대원의 일지에는 "ㄱ씨가 '새벽에 ㄷ군이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ㄴ씨 역시 수사기관에서 "새벽에 ㄷ군이 상당히 오랫동안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전날 밤 11시쯤 ㄷ군을 밟아 숨지게 했다는 ㄴ씨의 자백과는 모순되는 것이었다. 부검의는 "사고 발생 후 짧게는 수분, 길게는 한두 시간 안에 사망했다"는 소견을 냈다. 영아의 신체는 사망 후 2~3시간 지나면 경직되는데, 병원에 도착했을 때 ㄷ군의 몸은 단단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결국 아기는 밤이 아닌 새벽에 사망한 것으로 판명됐고, 범인은 ㄱ씨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ㄱ씨는 과거에도 ㄷ군의 옆구리와 뺨을 때리는 등 구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ㄴ씨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조해현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생후 8개월밖에 안된 영아에게 강한 폭행을 가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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