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큰 3500만원짜리 책꽂이

2011. 5. 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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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야, 크긴 크구나!

보는 순간 절로 이런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시야 가득 들어오는 책꽂이의 위용이 대단했습니다.

저 책장의 높이는 6미터, 길이는 20미터입니다. 2층 건물 높이에 길이 역시 집 한 채보다도 긴 초대형 책장입니다. 이 자이언트 책꽂이가 있는 곳은 파주 헤이리에 있는 북하우스 건물 내의 카페 '포레스타'입니다. 크고 넓은 대형 공간 한쪽 벽면 전체를 특별 책장을 만든 것이죠.

사진으로 보면 그 크기가 실감나지 않는데, 실제 가보면 까마득해 보입니다.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크기이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지는 책꽂이입니다.

이 책꽂이를 만든 이유는 이 북하우스란 곳이 출판사 한길사에서 운영하는 책방 겸 카페 겸 갤러리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만든 공간이니 책으로 인테리어를 한 것입니다. 누구나 저런 거대하고 화끈한 책꽂이를 상상하기 마련인데, 그걸 실제로 만들어낸 것이죠. 저 20미터 길이 전체를 메운 책은 모두 1만2000권이라고 합니다. 한길사에서 나온 책들을 꽂았는데, 한길사 책들이 두꺼운 것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거의 2만권은 족히 꽂을 수 있어 보입니다. 한길사에서 저 책꽂이를 만들게 된 것은 김언호 대표의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책의 바다를 보여주는 책장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일을 저질렀다고 하네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단일 책꽂이로는 국내 최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 카페의 이름이 '포레스타'인데, 이탈리아 어로 '숲'이란 뜻이죠. 정말 1만2000권의 책들이 만들어내는 책의 숲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 책꽂이를 주문 제작하는 것은 오히려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 뭐가 문제였느냐, 바로 책을 꽂는 것이죠. 높이가 6미터에 이르기 때문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맨 윗칸까지 채우는 것은 실로 중노동이었답니다. 책꽂이는 모두 18칸인데, 맨 윗칸 한 칸을 꽂는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고, 전체를 다 꽂는 데는 4일이 걸렸다고 합니다. 꽂으시는 분들, 정말 힘드셨겠습니다. 그리고 저 책꽂이를 만드는데 든 비용은 3500만원. 비싸다면 비싼데, 실제 일반 인테리어 비용과 견줘보면 오히려 그리 비싸지 않은 수준입니다. 저 책꽂이는 무엇보다도 근사한 책장만큼 괜찮은 인테리어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제가 찾아간 날에도 많은 이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사진을 찍기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이 책장이 있는 북하우스는 경사로로 올라가는 복도의 책꽂이도 일품입니다. 바로 이 책꽂이입니다.

저 카페 공간과 달리 건물 3층까지 올라가는 벽면을 따라 맨 위층까지 이어지는 이 복도 옆 책꽂이는 서점 책꽂이입니다. 각종 책을 파는 공간인데, 책을 따라 완만한 경사로를 올라가는 분위기가 특별합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 또는 `책꽂이의 로망'을 가진 분들이라면 한번 구경가실만한 곳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보기만 해도 정성이 느껴지는 판화

이날 이 북하우스에 간 것은 저 책꽂이를 한번 보고 싶기도 했고, 또 한가지 판화가 김억씨의 전시회를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정말 수고롭고 정교한 판화 작업을 해오고 있는 김억씨의 전시회는 4월16일부터 5월10일까지였습니다. 전시가 끝나기 며칠 전 모처럼 시간을 내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전시는 끝났지만 근사한 판화 구경하시라고 소개합니다.

건물 들머리에 있는 대작 < 도산구곡 > 입니다. 정말 긴 판화입니다.

그 유명한 안동 도산서원이 있는 그 굽이굽이 계곡들이 이어지는 풍경을 칼로 새겼습니다. 길이는 무려 5미터!

산을 가득 메운 나무 표현을 위해 일일이 칼로 파냈을 것을 생각하니 작가의 집념과 끈기에 절로 존경을 표하고 싶어집니다. 도산서원 부분입니다. 앞에 섬처럼 솟아있는 시단이 보이는군요.

짝을 이루는 콤비 그림입니다. 역시 정교한 칼질로 산하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표면 처리가 독특합니다.

보시면 물감을 찍어낸 검은 부분과 달리 하얀 부분은 뭔가를 발라 도톰하게 튀어나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입체감을 더한 것인데, 일종의 '부조' 같은 회화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맘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종이가 나무 모양 그대로입니다. 그냥 직사각형이 아니라 자연스런 느낌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이번 전시회의 대표 이미지는 이 그림입니다.

그 유명한 영국사 은행나무입니다.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된 노거수입니다. 바로 이 나무죠.

자 그림을 디지털 사진으로 보시겠습니다.

실제 그림을 보면 참 좋은데, 디지털 사진으로 올리니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는듯한… 아쉽습니다. 재미있는 그림으로 이것이 있었습니다.

작품 이름은 < 문경 진남교반 > . 문경의 명승인 진남교반은 '경북8경'의 첫번째로 꼽힙니다. 물길이 굽이치며 만들어낸 기암괴석 절벽 위로 옛 다리와 새 다리, 그리고 철교 등이 지나갑니다. 그래서 다양한 길들이 한 곳에 몰려있는 '길 백화점' 같은 곳입니다. 거기에 위로는 성벽도 있습니다. 성벽 역시 길인만큼 온갖 길들이 한곳에 모여 파티를 하는 셈입니다.

길들의 종합선물세트 부분을 보시죠.

이 풍경을 실로 세밀하게 재현했습니다.

이번엔 다산초당이군요.

다산초당이 있는 만덕산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강화 고려성지에 올라 내려다본 송악산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보시면서 절로 아셨겠듯 김억 작가는 우리 땅 우리 산하를 판화로 담고 있습니다. 직접 답사해서 땅을 체험하고, 그걸 돌아와 판화로 만듭니다. 실제 풍경을 옮기면서도 작가의 해석이 들어간 주관적 풍경으로 재탄생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의 '진경목판화'라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모처럼 근사한 판화 구경 잘하고, 돌아오는 길에 파주출판도시에 있는 한길사 사옥에도 들러보았습니다. 최근 서점을 열었다고 해서 온 김에 다 보기로 한 것입니다.

위아래 공간을 뚫은 전시장 겸 책방이었는데 마침 백순실 화백의 전시회 중이기도 했습니다. 책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아래층 모습입니다. 독특한 모양의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내려가는?) 키 작은 책꽂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책은 읽을 때 쓸모가 있지만 그 자체로도 보기 좋은 물건입니다. 책들을 모아놓는 책꽂이는 더욱 매력적이죠. 그리고 가구 중에서 유일하게 누구나 디자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덩치 큰 가구이기도 합니다. 문득 책 그 자체를 구경하고 싶으시다면, 책꽂이도 볼거리로 여기신다면 파주와 헤이리로 나들이 다녀오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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