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찌검 아빠'에서 벗어날 수 있던 계기는..

지영호 기자 입력 2011. 5. 5. 09:53 수정 2011. 5. 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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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버지학교' 졸업생 좌담회]

'회사'에서 '회의'를 마치고 '회식'하러 가던 직장인 아버지들이 '회개'라도 한 걸까? 사회생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가정에 무책임했던 아버지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회사 행사보다 가족 행사를 우선시 하고 야근 업무대신 자녀와의 시간을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미하기는 하지만 통계에서도 남성의 가정참여시간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09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사노동의 평균시간은 하루 2시간10분으로 2005년과 같지만 남성은 6분 늘어난 42분, 여성은 5분 줄어든 3시간35분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남성의 가사활동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부부간의 가사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몇 해 전부터 우스갯소리로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의 성공 내지는 대학진학의 필수요소라는 말이 있었다. 사교육 열풍에 대한 현 세태를 풍자한 말이지만 씁쓸하게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자녀 교육에 관해 아빠의 역할은 미미했다.

하지만 최근 '아빠의 관심'에 주목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치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나 교육 기업들이 '아버지 학교'를 개설하고 자녀와 가정을 위한 소통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한 것.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아빠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이때 온라인교육기업 휴넷에서 실시한 '아버지 학교' 졸업생 3명을 만나봤다. 그들 대화의 키워드는 '좋은 아빠'였다.

좌담회 참가자

탁경운 푸르덴셜 생명보험 매니저(45) - 딸(14), 딸(12), 아들(4)

박용필 (주)중일 상무이사(45) - 아들(13), 딸(11), 아들(4)

정호선 LG전자 부장(48) - 아들(15), 아들(13)

-자신은 어떤 아버지였는지 소개해주시죠.

▶탁경운 푸르덴셜생명 매니저(이하 탁) :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었어요. 아버지 없이 자랐기에 저의 꿈은 '세상에서 가장 자상한 아빠'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큰 아이가 5살 때 까지 부부싸움을 참 많이 했어요. 어떤 이유? 뭐 흔한 것들이죠. 시어머니한테 전화한통 하라고 한 것이 발단이 돼 '당신이 해라' 뭐 이러다가 번지는 거죠. 난 아이들에게는 잘 했다고 자부하지만 아내에게는 부족했어요. 아버지 학교를 다니면서 부부가 가정의 공동 CEO라는 생각을 다지게 됐습니다.

코오롱그룹에서 일할 때(그는 11년 전 보험업계로 발을 옮겼다.) 1주일 5일은 술을 마셨어요. 그게 일인 줄 알았죠. 지금 생각하면 그 일이 얼마나 낮은 등급의 사회생활입니까? 술을 좋아하는 터라 여전히 1주일 1번은 마시지만 이제 제가 사람을 고르게 됐어요.

▶박용필 (주)중일 상무이사(이하 박) : 저도 지난 4년간 10시 전에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요. 회사 일과 회식도 있었지만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탓이죠.(그는 대학원에서 전략경영 박사과정을 수료한 상태다.) 그동안 나한테만 질주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동안 자녀에게 손찌검을 했던 아빠예요. 오늘 이 자리에 나올 자격이 없는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이유는 좋은 아빠로 살겠다는 다짐을 공표함으로써 자녀 체벌을 안 하려는 것이죠.

▶정호선 LG전자 부장(이하 정) : 전 아이들을 잘 몰랐던 아빠입니다. 사랑의 반대말이 무관심이라고 하죠?

'애들이 몇반이지?' '관심사가 뭐지?' 이런 질문에 답을 못했어요.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집에서의 역할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물론 전 아주 낙제점은 아니에요. 주말이면 아이들과 야구를 한다거나, 평택항에 조개구이를 먹으러 간다거나 하죠. 평일은 회사에서, 주말은 가정에서 지내는 평범한 아빠죠. 다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던 거죠. 앙꼬 없는 찐빵이었다고 해야 하나?

-자녀에게 크게 상처를 준 적이 있나요?

▶박-지난해 큰 애가 중독이라고 할 만큼 게임에 빠져 살았어요. 피씨방에서 잡혀 온 것만도 수차례였고요, 5학년짜리 초등학생을 50대까지 때려봤어요. 영하 12도의 겨울날 새벽 2시에 손찌검을 한 후 내복 바람에 내쫓은 적도 있어요. 죄책감에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뤘죠.

하루는 다음날 학교를 가야할 애가 11시까지 게임을 하기에 심하게 매질을 했어요. 잠이 안 오더군요. 새벽 3시에 화장실을 가려고 거실에 나왔는데 글쎄 그렇게 맞고서도 또 게임을 하더라고요.

제가 다시는 손을 들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건이 있었어요. 어느 날 학교에서 간 단체여행사진을 보게 됐는데 유독 우리 아이의 얼굴이 튀어 보이는 거예요. 전날 매 맞아 생긴 멍이 얼굴까지 퍼져 새파랗게 보인 겁니다. 머리끝부터 등줄기까지 소름이 돋았어요. 교육 시간에 '자신의 3배 몸집을 지닌 괴물이 구타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는 말도 마음에 와 닿았어요.

-지금은 어떤 아빠로 변신을 하고 계신가요. 달라진 일상을 이야기해주세요.

▶박-아이가 아직 게임을 끊지는 않았지만 지난 한 달 반 동안 자녀에게 매를 들지 않았어요. 평소 온라인 직장인 강의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H사에서 실시하는 아버지 학교에 가입했어요. 강의를 듣는 내내 충격이었죠.

한번은 아내의 장점 50가지를 제출하라는 숙제가 있었는데 2시간을 고민해 5개까지 쓰다가 막혀버렸어요. 자녀는 그래도 좀 나았죠. 100가지를 써야 하는데 40가지 썼나? 너무 미안했어요. 아내와 자녀 앞에서 읽는데 울컥 하더군요. 그런 면에서 탁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이죠.

▶탁-(웃음) 그런 면에서 전 일찍부터 자녀들과 어울렸죠. 주말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할 정도입니다. 아버지는 제가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에 대한 존재를 잘 모르는 셈이죠. 그래서 제 꿈이 '굿 파더'에요.

자녀에게는 잘 했지만 아내에게는 부족한 남편이었어요. 아내와의 갈등을 푼 것은 아버지 학교를 다니면섭니다. 한달에 한번 아내의 날을 만들고 무조건 자유시간을 누리라고 했죠. 이후 아내가 인정해주면서 실패했던 가족회의가 잘 진행되기 시작했어요.

가족회의 안건은 다양해요. 생일·시험·공연관람·산행·양가부모 생신·독서 선정·온라인 카페 운영방안·가족산행 등 집안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가족회의에 오르내립니다. 우리 집에는 특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생일을 맞은 사람이 부모님의 발을 씻기는 '세족식'입니다.

▶정-일상적인 대화보단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버지가 돼야 겠다 다짐했어요. 거실의 TV가 대화 단절의 원인이더군요. 치워버리고 책장을 뒀어요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죠. 그래서 보드게임을 거실에서 함께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아빠 엄마가 함께 참여하는 자연스러운 거실 문화가 생겼어요.

아버지 노릇 잘 하려면 아내를 사랑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부싸움의 불똥이 자녀에게 튀는 경우가 빈번하거든요. 게다가 우리 부부가 어머니 모시고 사는데 부부싸움마다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요즘엔 일주일에 두세번씩 우리 부부 둘만 안방에서 막걸리를 마셔요. 지금 교사로 일하는데 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마구 쏟아냅니다. 한 때는 지적을 하기도 했는데 무조건 긍정을 해주는 것이 정답이더군요. 아내는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는 것이거든요. 지금은 대화의 시간이 많아졌어요.

-좋은 아빠가 되기에 사회적 여건이 만만치 않으실 텐데.

▶탁-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퇴근을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회사에 6시 반 퇴근을 선언했어요. 가족 행사를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했고요. 물론 회사 업무에서 기존보다 더 많은 효과를 거둬야 합니다. 효율적인 시간분배가 중요하죠. 가정에 충실하면 집중력도 높아지고 아이디어도 많아지더군요.

-어떤 때 가정에서 행복을 느끼시나요

▶정-함께하는 일이 있으면 행복해져요. 제가 캠핑마니아거든요. 겨울 캠핑도 가능할 정도로 장비를 갖췄습니다. 낮에는 낚시하고, 밤에는 고기와 고구마 구워먹고, 그러면서 대화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내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요. 어제 아이들에게 '너희 정말 행복해?'라고 물으니 다행히 둘 다 '우리 너무 행복해'라고 답하더군요. 마술을 배우고 있는 것도 가족들과 직접 몸을 부딪치기 위해서죠. (정 부장은 아마추어 마술사다.)

박-올해 자신과 약속하고 해나가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포옹이에요. 아직은 어색하지만 점차 익숙해지겠죠. 또 하나 진행하고 있는 것이 부자 여행입니다. 아들과 1박 내지는 2박으로 산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곧 행복해질 것 같아요.

< 탁경운 매니저의 자녀들과 즐기는 간단한 놀이 >

대상: 2세~초등학교 6학년

준비물: 신문지, 테이프

예상시간: 30분~1시간

스텝 1. 격파놀이. 아버지가 신문 1부를 1장씩 든다. 이어지는 자녀의 펀치. (주의점 : 아버지의 오버액션은 필수)

스텝 2. 찢기 놀이. 격파된 신문지를 하나씩 세로로 찢는다. 다양한 소리를 경험하게 한다.

스텝 3. 치마 만들기. 테이프를 자녀의 허리에 뒤집어 두르고 찢어진 신문을 붙여 하와이안 치마를 만든다. 춤까지 추면 금상첨화.

스텝 4. 신문 가루 날리기. 길게 찢은 신문을 보다 잘게 찢은 뒤 머리 위로 뿌려준다. 난장판이 되지 않도록 주의.

스텝 5. 덮기 놀이. 찢어진 신문지를 자녀의 몸에 덮어준다. 포근함 때문에 잠들 수 있다.

스텝 6. 공놀이. 찢어진 신문지를 잘 뭉쳐 테이프로 감아 공을 만든다. 청소를 겸할 수 있어 1석 2조다. 너무 단단하게 만들면 던지고 놀다가 물건이 깨질 수 있다.

교육방법 및 효과: 어디를 갔느냐보다 어떤 즐거움을 줬느냐가 중요. 스토리를 만들어야한다. 놀이를 통해 사회성과 창의력이 향상되고 규칙을 배우고 제안할 수 있게 된다.

< 정호선 부장의 웃음 넘치는 가정 만들기 >

1. 가족들과 마술 배우기

가족모임 때마다 즐거운 이벤트 생성. 자녀들은 마술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상승. 이른바 1타2피.

2. 가족캠핑 떠나기

가족과의 즐거운 추억 만들기로 가족캠핑 적극 추천. 각자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필수. 단 캠핑가자고 과하게 조를 수 있으니 주의할 것.

3. 7 to 4 나들이

휴일 나들이는 아침 7시 출발 오후 4시 귀가 일정이 포인트. 늦잠으로 오전시간을 보내고 늦게 출발하면 차도 막히고 일정이 늦어져 행복한 나들이가 '피곤한 기억'으로 남게 됨.

4. 가족사명서 만들기

가족의 꿈을 만드는 일. 공동체 의식 함양. 가족회의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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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영호기자 tellme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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