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이들만 신나..' 양극화된 슬픈 어린이날

박성환 입력 2011. 5. 5. 06:01 수정 2011. 5.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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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선 수십만원짜리 장난감 선물 법석비정규직 부모둔 어린이들 '서러운 날'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어린이날이라고 다같은 어린이날이 아니다.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어린이날에 오히려 풀이 죽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서울의 유명 백화점과 호텔, 놀이공원 등은 어린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갖가지 관련상품과 이벤트 등을 쏟아내 활기가 넘쳤다. 반면 넉넉지 못한 생활 형편으로 흡족한 선물을 해줄수 없는 가정에는 쓸쓸한 분위기마저 감도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지난 3일 서울 강남의 한 유명백화점. 어린이날 특수를 놓칠세라 고가의 수입 아동 의류와 완구들이 집중 배치된 '어린이 명품'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명품 유·아동복 매장에는 성인 옷값을 훌쩍 넘는 고가의 의류들이 즐비했다.

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드레스 한 벌의 가격은 50만원, 환절기 때 입을 수 있는 정장 코트는 100만원이다. 하지만 젊음 부모들의 발길은 막을수는 없었다. 유명 연예인 자녀들이 입었다는 입소문을 탄 상품들을 중심으로 전량 판매가 될 정도다.

평소 때보다 두서너배 넓어진 완구 매장에는 알록달록한 장난감들이 아이들의 정신을 빼놓고 있었다. 부모의 손을 잡아끌어 사고 싶은 장난감 앞에 선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 역삼동에 사는 김모(7)군은 이번 어린이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 '키즈 클럽'에서 마련한 인형극 등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어린이날 선물을 미리 고르기로 했다.

완구 매장 앞에서 김군은 선물을 고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유럽산 목재완구 세트를 고른 김군의 얼굴에서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천연 목재로만 만들었다는 이 장난감의 한 세트 가격은 28만~47만원.

김군이 고른 완구세트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사흘 동안 30여개가 팔려나갔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군의 아버지 김종세(39·가명)씨는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이가 원하는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고 싶다"며 "아이가 원하고 꼭 필요한 제품이면 안전성을 가장 고려하고 높은 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사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면 덩달아 행복하다"고 전했다.

반면 위태로운 직장생활이나 넉넉지 못한 생활 형편으로 장난감 구입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부모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대기업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서모(38)씨는 고민 끝에 올해 어린이날을 가족과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회사에서 재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리해고 이야기까지 나돌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값 비싼 장난감을 구입하거나 가족이 놀러 가려면 10만∼2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서씨는 어린이날과 주말에 당직근무를 자청했다.

서씨는 "휴대용 게임기를 아이에게 사주려고 했는데 10만원이 넘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원하는 것을 사주지 못하는 부모 심정은 오죽 하겠냐"고 반문했다.

서씨의 딸 서윤정(11·가명)양은 "부모님께서 여름휴가 때 바다로 놀러가 맛있는 것도 사준다고 약속했다"며 "이번 어린이날에는 가족들끼리 치킨을 시켜 파티를 열기로 했다"고 섭섭한 마음을 애써 감추려 했다.

모든 아이들이 즐거워야할 어린이날에도 양극화로 인해 선물을 받지 못하거나 혼자 보내야 하는 어린이가 주변에 많다. 아이에게 원하는 선물을 사주지 못하는 부모들에게는 이번 어린이날이 괴롭고 미안한 날이 됐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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