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한마디에 가판대 영세업자 '날벼락'

이서화 기자 2011. 4.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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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강북구 수유역 앞에서 가로판매대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항상 우리 시정에 협조해 주시는 운영자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고 운을 뗀 문자는 "가판대 불법광고물 단속 계도기간(3.26~4.1)을 종료하고 2일부터 적발 즉시 벌점을 부과한다"고 경고했다. 발신번호는 국가정보원 간첩신고센터 111. 정씨가 111에 전화 걸어 물으니 "만우절이라고 장난 치느냐"는 짜증 섞인 대답만 돌아왔다.

곧 이어 문자메시지가 다시 왔다. "서울시 도로행정과입니다. 오후에 보내드린 메시지는 발신번호를 잘못 적어 보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문자메시지는 서울시 도로행정과에서 서울시내 가판대 상인들 2000여명에게 보낸 것이었다.

정씨에겐 만우절 장난으로 그저 웃어 넘길 만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실제로 단속 때문에 담배 광고표지판을 철거하니 일주일에 11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던 담배판매가 80만원대로 줄어들었다. 정씨는 "말로만 서민, 서민 하면서 서민들 다 죽으라고 하는 엉터리 단속"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가 가판대의 로또·담배 광고판 등을 철거하라며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통일된 디자인으로 가판대를 교체하기 전에도 담배광고판을 철거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었다.

이처럼 유례없이 담배 광고판마저 철거하게 된 데는 오세훈 시장의 한 마디가 컸다. 서울시 도로행정과는 지난달 28일 각 자치구에 "시장님 순찰시 지시사항('11.3.26)이니 가판대에 시정홍보물을 제외한 다른 불법광고물을 즉시 제거해 달라"는 '긴급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에 더해 각 구청 담당자로부터 가판대 상인들로부터 항의가 많다는 보고를 받고는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근거로 삼고 있는 조례(서울특별시 보도상영업시설물 관리등에 관한 조례)에는 서울시 시정홍보물 부착이 합법이라는 규정도, 담배 광고판이 불법이라는 규정도 없다. 다만 시설물을 청결하게 유지·관리하라는 내용뿐이다. 오세훈 시장의 한마디에 서울시 광고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조그마한 담배 광고판이 도시미관을 해치는 불법광고물로 전락한 셈이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200억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도심 가판대 2600개를 교체하고, 최근에는 가판대 1300곳에 환경미화원·식당아주머니·건설노동자 등에게 '위대한 서울시민상'을 수여한다며 '표창창'을 부착했다가 시민들의 항의로 예정보다 빨리 떼어 내기도 했다.

박진형 서울시의회 의원(민주당)은 "법적 근거도, 시민적 동의도 없이 수천만원짜리 서울시 광고는 대문짝만 하게 붙여도 되고, 서민들 생계에 직결된 손바닥만 한 담배광고는 무자비하게 철거하는 서울시의 엉터리 행정에 서민 가슴은 깊게 멍들고 있다"며 "무자비한 단속을 즉각 중지하고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서화 기자 tingco@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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