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펴낸 정유정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2011. 3.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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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범인과 나쁜 피해자 선악의 고정관념을 뒤집다

책 표지에 소개된 추천사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새로 출간된 장편 소설 '7년의 밤'(은행나무)도 마찬가지였다. 선배 소설가 박범신은 작가 정유정(45·사진)에게 그리스 신화의 여전사를 빗대 "그녀는 괴물 같은 '소설 아마존'"이라고 말했다. 무려 523쪽 분량의 장편. 큰 기대 없이 첫 장을 열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빠져들었고, 마지막 장을 덮은 다음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KTX를 타고 작가는 서울로 올라왔다.

"몇년 전 어린이 실종 사건이 있었어요.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죠. 신문·방송에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공기총에 맞았고, 호수에 버려졌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를 사로잡았던 대목은 달랐습니다. 범인은 평소 법 없이도 살 수 있다는 평을 듣는 사람이었고, 죽은 아이는 집에서 평상시에 그렇게 폭행을 당했다는 거예요. 이건 뭔가. 소설은 거기서 시작됐습니다."

스릴러의 겉모습을 하고 있는 '7년의 밤'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하면, 벼랑 끝에 몰린 한 아버지가 열두 살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이야기다. 7년 전 우발적 사고로 한 소녀를 죽게 한 뒤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사내와, 딸을 죽인 범인은 물론 범인의 아들에게도 사적 복수를 감행하겠다는 소녀 아버지와의 대결. 서사의 스케일은 거대하고, 디테일은 치밀하며, 문장은 단 한 번의 주저 없이 직구로 질주한다. 엔터테인먼트 소설로도 빼어나지만, '7년의 밤'은 좋은 소설이라면 지녀야 할 몇 가지 미덕까지 갖췄다. 압도적인 흡인력의 소설읽기를 끝냈을 때, 독자는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자발적으로 던지게 된다. 사실과 진실의 틈새에는 무엇이 있는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파도에 휘말렸을 때 인간은 어떻게 저항할 수 있는가.

소설도 매혹적이었지만, 작가 본인도 남다른 이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녀의 첫 직업은 간호사. 두살 연하인 남편은 119구조대 소속으로, 몇년 전 동티모르에도 다녀온 엘리트 구조대원이다.

"엄마는 3년 반 동안 앓다가 제가 일하던 병원 중환자실에서 암으로 돌아가셨죠. 제 20대는 그렇게 갔어요. 동생 셋을 둔 맏딸이기도 했고요. 집안을 챙기다가 결혼했고, 서른다섯부터 혼자 무작정 글을 썼어요. 한 번도 정식 문학공부를 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단지 마음의 스승이 있다면 찰스 디킨스와 스티븐 킹입니다. 문장과 스타일의 스승은 레이먼드 챈들러이고요."

그녀는 밤 9시면 잠자리에 든 뒤 새벽 3시에 일어난다. 3시간 30분을 꼬박 쓴 뒤, 소방서로 출근하는 남편과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의 아침식사를 챙긴다. 그리고 다시 내리 쓴다. 이번 소설은 그 2년간 성실의 기록이다.

"제 최종 목표는 단순히 독자를 웃기고 울리는 게 아니라 아예 심장을 잡았다 놨다 하는 거예요. 제 이야기에 꼼짝 못하도록!"

소설만큼이나 자신만만한 사자후(獅子吼)였다.

☞ 소설 '7년의 밤' 전자책으로 보기

2011년 3월17일 소설가 정유정이 자신이 쓴 소설 '7년의 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최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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