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잃어버린 IT 3년..선제대응 기능이 사라졌다"

김승룡 입력 2011. 3. 2. 19:48 수정 2011. 3.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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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독자산업 육성보다 융합 초점

■ IT컨트롤타워 다시 세우자②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에게 듣는다

MB 정부 출범 3년이 지났지만, IT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논란은 식을 줄 모른다.

2008년 정보통신부의 해체 이후 IT 관련 정책업무는 지식경제부(IT산업지원 정책),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 정책), 문화관광부(콘텐츠 육성정책), 행정안전부(정보화와 정보보호 정책) 등으로 분산됐다. 과학기술부는 교육부와 통합된 이후 제대로 정책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아래 새로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설 조직화가 이뤄졌다.

IT컨트롤타워 없이 지난 3년간 우리 IT산업 경쟁력이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가 넋 놓고 있는 사이 2009년말 국내 상륙한 애플의 아이폰에 그동안 쌓아온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작년 우리 IT산업계가 한 일은 미국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IT기업들이 들고온 모바일 IT혁명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뒤쫓아가는 것이었다. 창조적 IT, 세계 최초 IT는 없었고, `베스트 세컨드'(Best Second) 전략으로 따라가기 바빴다.

IT컨트롤타워의 부재는 또한 세계적인 토종 IT기술을 개발해놓고도 해외 시장에서 IT기술 주도권을 경쟁국에 모두 넘겨주는 문제를 잉태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식 지상파DMB(T-DMB) 기술과 4세대 이동통신인 와이브로 기술이다. 최근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남미 신흥국 시장에서 한국식 모바일TV 기술인 T-DMB가 일본 방식인 원-세그(One-Seg)에 밀려 DMB기술 주도권을 일본에 완전히 넘겨주고 말았다. 일본이 경제산업성 주도로 남미 국가들에 수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DMB 기지국 등 설비를 무상 지원하면서까지 IT수출 지원에 적극 나선 데 반해 IT컨트롤타워를 잃어버린 우리 정부는 제대로 손 한 번 써보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와이브로도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없어 해외 다른 국가들 진영의 이통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에 이미 밀린 상태다.

100메가, 기가급 초고속인터넷 IT인프라로 명성을 날렸던 우리나라는 이제 IT 하드웨어 인프라마저도 해외 국가에 비해 뒤쳐진다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두말할 게 없다. 디지털타임스는 IT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를 인터뷰했다.

안 교수는 "IT컨트롤타워가 없는 지난 MB정부 3년간 미국 등 선진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등 신흥국마저 제2의 IT산업 부흥기를 맞았지만, 우리 IT산업은 예전보다 뒷걸음질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누군가는 책임지는 정부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이 정보통신부 부활이든, 대통령이나 총리실 산하에 별도의 컨트롤타워 조직을 만드는 것이든 IT산업육성을 위해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안철수 교수와의 일문일답.

-MB정부 3년, IT컨트롤타워 부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3년 우리 IT산업이 경쟁력을 많이 잃었다는 평가가 많은데.

"세계 IT산업은 2007년 변곡점을 맞았다. 애플 아이폰이 첫 등장했고, 미 실리콘밸리에 새로운 IT벤처기업들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7년 징가, 2008년 그루폰, 트위터 등이 생겼다. IT분야가 닷컴 버블 이후 침체했다가 다시 살아나는 터닝포인트였다. 2007년부터 IT는 모바일, 소셜, 커머스, 클라우드 등 4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시 살아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같은 변화를 2008년 들어선 MB정부는 읽어내지 못했다. 대통령 참모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의 주된 생각은 `IT는 이제 독자 성장하는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거였다. IT는 인프라로 다른 주력산업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지배적 생각이었고, 그에 따라 정부조직 개편과 IT융합 정책이 나온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없어진 것도 독자 IT산업육성보다는 융합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때부터 세계 IT산업은 더 성장했고, 우리 IT는 나빠졌다. 요즘 실리콘밸리나 중국, 인도에선 제2의 IT벤처 버블 논란이 나올만큼 IT가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벤처 생태계가 죽었다. 모바일 분야에서 애플 아이폰을 못 따라갔다. 삼성이 요새 잘 나가는 것 같지만, 구글 안드로이드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교만에 빠지면 안된다. LG는 이제 막 충격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지난 3년 불행히도 우리나라 IT는 예전보다 세계 무대에서 더 뒤쳐졌다."

-IT컨트롤타워 부재가 불러온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선제 대응기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통부를 생각해보면 CDMA 도입에 선제적으로 나섰고, 초고속인터넷에도 먼저 대응했다. 컨트롤부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선제대응은커녕 후속조치도 없다. 잘못 됐을 때 책임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책임질 조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혁명에서 애플ㆍ구글 등 해외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겼고, IT 하드웨어 인프라에서도 갈수록 경쟁국에 비해 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은 더 말할 게 없다. 진정한 IT강국으로 가기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정책은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 SW산업이 낙후한 이유는 시스템통합(SI) 대기업이 지배하는 산업구조 때문이다.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된다. 시장기능 왜곡되면 바로잡는 게 정부인데, 그러지 못했다. 정부와 대기업 양쪽 책임이 크다. 이제 SW산업 없이 제조업만으로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됐다. 삼성전자도 SW가 없어 흔들리게 됐다. 우리가 하드웨어(HW) 제조업 기술이 발달해 있어 구글 안드로이드로 버티고 있는데, 갈수록 하드웨어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다. 구글, 애플 등이 운영체제(OS) 헤게모니를 쥐고 있기 때문에 모든 비즈니스에서 주도권은 OS 업체로 넘어가게 된다.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단기적으로 창업 여건을 다시 마련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창업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한 번 망하면 패가망신하기 때문이다. 한번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고, 실패할 확률을 낮출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현재 대기업이 중소기업 이익을 빼앗는 구조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는 인력양성이 중요하다. 인력 선순환 구조가 되려면, 대기업이 대졸사원 뽑아서 교육시키면 몇 년 있다가 이들이 창업하고 중소기업으로 가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반대다. 대기업이 오히려 중소기업 인력을 다 가져간다. 현재 대기업만 보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중소기업 일자리를 대기업이 가져간 것이니까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창출은 제로인 셈이다. 인력 역조를 방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인력을 키울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 정책기획과 예산배분 기능을 갖는 상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4월 출범할 예정이다. 국과위가 잃어버린 IT코리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위원회라는 게 한계가 많다. 2년 뒤 친이계든 박근혜든,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과학기술부를 다시 독립하려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누구라도 해야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뜻은 좋지만 교육현안이 더 중요하다 보니, 모든 업무가 과학기술보다는 교육에 집중됐다. 과학기술 기능만 가져갔지 실제 일은 제대로 못했다. 이것이 국과위가 탄생하게 된 원인이다. 합치면 안 되는 기능이라는 게 있다."

-일각에선 IT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정보통신부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고, 한쪽에선 규제집단을 다시 부활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일각에선 지식경제부가 부처별로(문화부-콘텐츠, 행안부-정보화 & 정보보호, 방통위-방송통신정책 등) 흩어져있는 IT산업진흥 기능을 통합해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 정부 조직체계에서 효과적으로 IT컨트롤타워를 구성하려면 어떻게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정통부 부활도 방법일 것이다. 정통부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양쪽 장단점이 드러났다. 단점을 없애고 장점을 취하는 방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산하에, 또는 총리 산하에 컨트롤타워 조직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청와대 정책 수석이 컨트롤타워를 맡는 걸로 하면 어떨까 한다. 중요한 건 누군가는 책임을 갖고 힘있게 IT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IT는 미리 예측하고, 먼저 대응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 끝으로 정부, IT산업계 등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현안이 많은데, 결국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 선택의 문제다. IT는 다른 것들보다 채택이 잘 안되는 것 같다. IT가 우리나라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산업임에도 말이다. 회사는 잘못을 빨리 고치는데, 정부나 정치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년 대선 후보들간에 컨트롤타워 복원 문제는 핵심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승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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