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창 기자의 역사속으로>패총아래 신석기시대 인골, 생활상 알리는 정보의 寶庫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2011. 2. 2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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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롱옥 등 옥제품과 조가비 팔찌 등 무덤에서 발견되는 껴묻거리(부장품)의 차이에서 계급의 출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신분이나 지위의 격차를 추정해 볼 수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두개골의 귀에서 요즘 해녀나 잠수부에게 흔히 발생하는 외이도골종(外耳道骨腫)이라는 귓병이 확인된다.' '조몬(繩文)토기와 다량의 흑요석 등 일본 규슈(九州) 지방과의 교류를 보여주는 유물들이 출토된다.'

경남 통영 연대도와 욕지도 및 상노대도, 부산 범방·동삼동, 전남 여수 안도 유적 등 신석기시대 남해안 조개더미(패총·貝塚) 유적에서 조사된 무덤과 이곳에서 출토된 인골의 분석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입니다. 덧무늬(융기문)토기와 누른무늬(압인문)토기가 주로 출토되는 최고(最古) 8000년 전 신석기 초기(조기) 및 전기 유적에서부터 이 같은 양상이 확인되지요.

집터, 무덤과 함께 신석기인들이 남긴 대표적인 유적이 바로 이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가 쌓여 만들어진 조개더미입니다. 신석기시대는 패총의 시대로 불릴 만큼 전국의 해안 곳곳에 패총이 분포하지요. 최근 발간된 '한국의 조개더미 유적' 종합보고서를 보면 2010년 현재 신석기시대 패총은 322개소에 달하며 이 중 110개소(34.1%)가 남해안 지역에 위치합니다.

패각(조가비)에서 나오는 탄산칼슘(CaCO??이 각종 유기물의 부패를 억제해 주기 때문에 조개더미 유적은 바다를 무대로 활동한 신석기인들의 생활과 문화, 자연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보고이지요. 특히 패총 아래층에서 발견되는 무덤에서 출토되는 신석기 인골은 형질인류학 연구과 분석의 주요 대상입니다. 지난 1987년 태풍 셀마 피해를 계기로 네 차례 조사가 진행된 연대도패총에선 신석기시대 전기 무덤 15기에서 인골이 출토됐지요.

연대도·욕지도패총을 비롯해 지난 2007년 신석기 유적 최초로 남녀 합장묘가 조사된 안도패총에서 출토된 인골 분석을 통해 바닷속 깊이 잠수해 작살로 고기를 잡거나 전복과 소라를 채취해 생계를 유지했던 남해안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이 밝혀졌습니다. 수압으로 뼈에 생긴 염증이 혹처럼 딱딱한 조직으로 굳어지면서 바깥귀길(외이도)의 일부가 좁아지는 외이도골종이 바로 심해(深海) 잠수의 증거이지요.

최근 부산 가덕도 북서쪽 해안 장항마을에서 지금까지 26기의 인골이 출토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신석기시대 초·전기 집단 묘역이 발견됐습니다. 주거지 등 생활유적과 별도로 조성된 집단 묘역이란 점에서는 연대도패총과 유사하지만 머리와 팔다리를 구부린 뒤 묶어 놓은 굴장(屈葬)이 등장하며 시신을 반듯하게 펴서 묻는 신전장(伸展葬)보다 비율도 높은 게 특징이라고 하네요. 이곳에서 발견된 인골들이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정보를 알려줄지 기대가 됩니다.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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