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호텔에 '국정원 안가'..호텔 협조로 정보수집

2011. 2. 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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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베일 벗는 '호텔 첩보전'

롯데호텔쪽 "국정원 직원 1명 늘 호텔에 있다"

MB정부때 강화…"상대에 들통나기는 처음"

국가정보원 직원이 롯데호텔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를 침입한 사건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국정원의 '정보 전쟁' 양상도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국정원은 서울 시내 주요 호텔에 '안가'를 운영하며 일상적이고 공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상적·공격적 정보 수집

국정원은 이번 사건이 벌어진 롯데호텔에 일상적으로 방을 빌려 놓고 필요할 때 사용해 왔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 상주하는 방이 있으며, 직원 1명도 늘 호텔에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런 '안가'를 이용해 롯데호텔에 묵고 있는 주요 외국인 투숙객들을 상대로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내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국정원 직원들이 투숙객 숙소에서 몰래 정보 수집을 했는데, 상대방에게 들통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런 안가를 서울 시내의 주요 호텔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안가를 이용한 정보 수집 활동을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공세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의 한 관계자는 "문민정부(김영삼 정부) 때까지는 정보기관이 객실 2~3개를 연중 사용했으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런 관행이 주춤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객실 사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시내 주요 호텔에는 이런 방이 다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 호텔이 적극 협조했나?

국정원의 정보 수집활동이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이번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정원과 고급 호텔이 밀접하게 협조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들이 많다.

사건이 벌어진 1961호 객실 문을 여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롯데호텔 객실은 카드키를 사용하기 때문에 문이 닫히면 곧바로 잠기는 구조인데, 국정원 직원들은 카드키를 복사하는 등의 방식이 아니라 호텔 직원을 시켜 문을 열고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손쉬운 방법이다.

또 국정원 직원들은 사건 당일 망설임 없이 아크마트 드로지오(40) 보좌관의 객실을 노렸다. 아크마트 보좌관은 인도네시아 특사단장인 하타 라자사 경제조정장관의 측근이다. 호텔은 통상 투숙객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지만, 국정원은 객실 호수와 그곳에 머물고 있는 이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특사단이 머물고 있는 19층에 호텔 보안요원이 전혀 없었고, 국정원 직원들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행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의심스런 부분이다. 호텔에는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 주요 출입구 등 곳곳에 폐쇄회로텔레비전 250대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를 안전실 직원 6~7명이 24시간 관찰하고 있다. 이런 '감시망'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이 없었다면 국정원 직원들이 객실에 들어가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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