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로 촬영한 '파란만장' 베를린 영화제 단편 금곰상


그동안 실험 또는 시도 수준에 그쳤던 스마트폰영화 촬영이 영화 제작계의 주류(主流)로 편입될 수 있는 전기(轉機)가 마련됐다.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를린영화제가 19일(현지시각) 사상 처음으로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화를 단편 경쟁부문의 최고상으로 선정한 것이다.
이 일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한국의 대표적 영화감독인 박찬욱이다. 이날 시상식을 가진 61회 베를린영화제는 박 감독이 동생 찬경씨와 함께 만든 '파란만장'에 단편영화 부문 그랑프리인 금곰상을 줬다. 단편영화 부문에는 세계 각국에서 25편이 출품됐다.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양효주 감독의 '부서진 밤'이 단편 부문 2등상인 심사위원상(은곰상)을 타 경사가 겹쳤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는 등 이미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그의 친동생인 박찬경 감독은 서울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배우고 미디어아티스트와 설치 미술가로 활동해왔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적 발상을 통한 도전적인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파란만장'은 30분 분량으로 깊은 밤 어느 강가의 낚시꾼 낚싯대에 소복 차림의 여인이 걸려들면서 시작해 저승과 이승을 넘나드는 판타지다. 죽은 줄만 알았던 여자가 깨어나면서 낚시꾼 남자와의 사이에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오광록과 이정현이 출연했다.
'파란만장'은 단편이긴 하지만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처음으로 스마트폰으로 만든 극장 개봉용 영화이다. 지난해 이준익·정윤철 등 12명의 감독이 아이폰4로 단편영화를 찍었고,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도 열렸지만 극장 개봉까진 이뤄지지 않았다.
박 감독은 파란만장을 만들면서 일반적으로 극장용 영화를 찍는 데 쓰는 필름 영사기는 전혀 쓰지 않았다. 제작팀은 아이폰4의 동영상 촬영 기능으로 필요한 장면을 담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줌인과 플래시 기능이 약해 원경(遠景)이나 야간 장면을 찍을 때 기술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제작진은 링 어댑터로 줌 기능이 있는 캐논의 고감도 렌즈를 스마트폰에 붙이고, 영화촬영용 야간 조명 등을 보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아이폰4의 카메라 효과를 보강해주는 '올모스트DSLR 앱'도 썼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파란만장'은 아이폰4만 카메라로 썼을 뿐 영화 제작 과정이나 투자 내용은 일반 필름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 박 감독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촬영용 보트 등 일반 필름영화를 만들 때 쓰는 촬영·조명 장비와 특수효과, 특수 분장을 동원했다. 박찬경 감독이 "카메라 크기만 작을 뿐 (일반 필름영화와) 똑같은 영화를 찍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을 정도다.
"'파란만장' 신화는 KT라는 거대 자본이 후원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뿐 한국 단편영화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는 의견도 나온다. '파란만장'은 1억5000만원을 들여 제작에 50일이 걸렸고, 스태프가 80여명이나 참여했다. 지난해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에 출품됐던 단편영화들의 제작기간이 3~5일, 비용이 300만~500만원, 스태프가 10여명에 지나지 않았던 것에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이다. '프로'들의 현실이 이런데 일반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파란만장'의 수상이 "디지털 기술이 영화 제작의 주요 매개체가 되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영화 제작은 표현의 한계를 무너뜨려 더 다양한 예술적 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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