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력있는 서스펜스..'한국판 큐브' 공간액션사극 '혈투'(씨네리뷰)

뉴스엔 2011. 2. 16. 06: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홍정원 기자]

|홍정원의 영화가 즐거워|

어떤 사극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폭발력 있는 서스펜스와 스릴이다.

영화 '혈투' 속 사건은 주로 폐쇄된 한 공간에서 펼쳐지지만 결코 단조롭거나 밋밋하지 않다. 서스펜스, 스릴 만점에 공간이 주는 영화적 재미까지, 새로운 형식의 액션 사극이다.

'혈투'는 15일 서울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광해군 11년 청과의 전쟁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죽마고우 헌명(박희순)과 도영(진구), 탈영병 두수(고창석)가 적의 추격 속에 만주 벌판 한 객잔으로 피신하지만 그들의 칼이 서로를 겨누면서 지독한 혈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시나리오를 쓴 박훈정 작가의 첫 감독 데뷔작으로 연기파 배우 박희순 진구 고창석 등이 출연했다. '음란서생' '추격자'의 제작사 비단길이 '해운대' '방자전' '전우치' 등 국내 유명 제작진과 함께 만들어 주목 받고 있는 작품.

'혈투'는 단조로운 구성일 수 있는 한 공간 안에서의 세 남자의 혈투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설원으로 뒤덮인 만주 땅의 재현과 흩날리는 눈발, 그 새하얀 눈을 맞는 주인공들, 디테일한 광해군 시대 군복 등의 조합이 멋진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완성도 높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해운대' 김영호 촬영감독, '방자전' '음란서생' '형사'의 의상 정경희, '전우치' '해운대' '타짜'의 신민경 편집기사 등 국내 내로라하는 제작진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혈투'는 분명 사극이지만 사극이라는 장르를 부각하기보다 세 주인공이 혈투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상황과 서스펜스, 액션을 부각했다. 스릴에 일가견 있는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의 시나리오작가 출신답게 박훈정 감독은 '혈투'에서도 스릴, 서스펜스를 극대화했다. 혈투 시 선보이는 액션은 과장되거나 미화되지 않아 박진감 있다.

여기에 기존 영화와는 다른 대결구도로 신선한 느낌을 줬다. 선과 악, 2인 대결구도가 아닌 세 주인공의 삼각 대결구도를 스크린에 담은 것. 영화 '큐브' '베리드'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 3인의 심리전과 액션,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색다른 사극이 완성됐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주인공 3인의 과거 장면은 현재 이들의 긴박한 상황을 조금은 상쇄시켜 주는 완충 역할을 해줘 재미를 더한다. 또 과거 장면을 통해 차례로 밝혀지는 세 남자의 비밀을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미친 열연'이라 할 만하다. 박희순 진구 고창석은 연기파 배우들답게 내공 있는 열연으로 스크린을 꽉 채운다. 주된 등장인물이 이 3명임에도 허전하지 않다.

당쟁과 외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조선 광해군 11년. 명나라의 강압으로 청나라와의 전쟁에 파병된 조선군은 전투 끝에 대패하고 살아남아 도망친 3명의 조선군 헌명, 도영, 두수는 적진 한가운데의 객잔에 고립된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적군보다 더한 살기로 서로를 호시탐탐 노린다. 밖으로는 좁혀오는 청군의 추격, 안으로는 적군보다 더 무서운 아군의 위협 속에 저마다 사연 있는 세 남자는 혈투를 시작한다.

헌명은 장검을, 도영은 단도를, 두수는 도끼를 든 채 각자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위협한다. 이들 각자의 살해 동기는 충분하다. 조선 최고의 군장 헌명은 탈영병을 처단하려 했다. 처단하려 했던 탈영병 중 1명인 천민 출신 두수는 겨우 도망쳐 나왔으나 하필이면 헌명과 객잔에서 마주친다. 헌명은 죽마고우 도영을 배신했다. 자신을 아들처럼 보살펴준 도영의 아버지를 죽였다. 도영은 아버지를 죽인 자가 헌명임을 알게 됐다.

객잔에서 적을 먼저 쳐야 할지, 아군을 먼저 쳐야 할지, 왔다 갔다 하는 세 사람의 혈투는 긴박감과 긴장감(suspense)을 갖게 한다. 상황이 아이러니하기 때문에 더 재미난다. 관객에게 주는 그 서스펜스에 한몫하는 것은 '객잔'이라는 폐쇄된 공간과 그 아래 숨어있는 어두운 '창고'다. '큐브'와 같은 '스릴 만점' 공간이다. 폭발력 있는 서스펜스 공간이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극중 죽마고우 헌명과 도영이 마지막 혈투를 벌일 때 도영의 회한 섞인 혼잣말이다. 과연 주인공 3명이 모두 죽을지, 1명이라도 살아남을지, 아니면 2명이나 살 수 있을지가 이 영화에서 끝까지 눈을 못 떼게 하는 핵심 관전포인트다. 도영이 청과의 전쟁터에 오게 된 진짜 이유에도 반전도 숨어있어 반전의 묘미도 즐길 수 있다.

러닝타임 111분. 15세 관람가. 24일 개봉.

# 시놉시스

광해군 11년 만주벌판. 명나라의 강압으로 청나라와의 전쟁에 파병된 조선군. 치열한 전투 속에서 군장 헌명(박희순)이 이끄는 좌군은 처절하게 대패한다. 부상을 입은 부장이자 오랜 친구인 도영(진구)을 부축하고 눈보라 속을 헤매던 헌명은 눈 덮인 만주벌판 한가운데 객잔을 발견한다.

전쟁통에 아수라장이 된 객잔 안. 인기척에 놀라 칼을 빼든 헌명과 도영은 전투가 끝나기도 전에 전장에서 몰래 도망친 또 다른 조선군 두수(고창석)를 만난다. 거칠게 휘몰아치는 강풍과 눈보라, 세 남자는 적진 한복판에 완벽하게 고립된다.

청군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 객잔 안에서는 숨소리조차 낼 수 없다. 하지만 3인을 더욱 옥죄는 것은 서로를 향한 살의의 기운이다. 얼어 죽을 뻔한 생사의 갈림길에서 내뱉었던 한 마디 말로 헌명과 도영 사이의 엇갈린 과거가 드러난다. 서로의 본심을 눈치챈 것인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양반 둘 사이에서 천민 두수는 행여 탈영한 자신을 알아볼까, 누구 편을 들까 노심초사한다.

각자의 손에 장검, 단도, 도끼를 움켜쥔 채 헌명, 도영, 두수의 시선이 부딪치고 폭풍전야의 고요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혈투의 순간이 다가온다. 친구와 적, 누가, 누구를 먼저 치게 될까.

홍정원 man@newsen.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