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代父' 김재원

" 서울대고고인류학과에 출강하시던 선생님이 하루는 복학생이던 저를 박물관으로 부르시더니 '자네, 미술사를 전공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어요. 유학 길은 당신이 알아봐줄 테니 걱정 말라면서."
문화재위원장을 지낸 안휘준(71) 서울대 명예교수는 9일 "저를 미술사학으로 이끈 분이 김재원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김재원(1909~1990) 박사의 셋째 딸인 김영나서울대 교수(고고미술사)가 국립박물관장으로 취임하면서 '박물관 대부(代父)' 김재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1945년부터 1970년까지 무려 25년간 국립박물관장직을 맡았던 김 박사는 '고고학' '미술사'라는 학문조차 생소했던 시절 뛰어난 제자 여럿을 각국에 유학 보내 한국 고고학과 미술사학계를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김원룡(1922~1993) 박사를 비롯해 고(故)윤무병·한병삼, 정영화(69), 이난영(77) 등 한 시대 한국 고고학·미술사학계의 기둥 역할을 한 인물들에게 외국 유학 기회를 주선하고 키워냈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겨우 일어나던 한국고고학·미술사학계를 엮어낸 셈이다.
안휘준 교수는 "저는 사실 대학 재학 시절엔 고고학이나 인류학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미술사 쪽이 워낙 척박하니 자네가 개척해보라'고 하신 바람에 희망 전공을 바꿨다"고 했다. 김 박사는 해외 유학 펀드에서 3년치 장학금을 끌어주어 안씨가 미국하버드대학에서 편하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줬고, 유학 떠나기 전에는 영어 공부 미리 해야 된다고 학원비까지 내줬다. 김 박사는 박물관 직원이던 이난영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에게는 '박물관학'을 권했다. 이씨는 "고고학을 하고 싶었지만 유적 대신 박물관 창고를 '발굴'해 보라는 관장님의 권유로 일본, 미국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박물관학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후배와 제자들에게 진로를 상담해주던 김 박사의 두 딸이 각각 동양과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것은 당연한 운명이었다. 맏딸 김리나 홍익대명예교수는 "미술사를 해보라고 권하신 게 아버지였다"고 했고, 막내딸 김영나 관장은 "언니처럼 직접적으로 권유하신 건 아니었지만 집안 가득 놓인 미술사 책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고 했다.
"아버지한테 귀가 닳도록 들었던 얘기가 '전문가를 양성해야 된다'였어요. 우리 자매에겐 해외여행을 많이 해서 견문을 넓혀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죠."(김영나 관장) 김 관장은 9일 취임사에서 "일반 대중이 박물관에 많이 친근해졌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려서부터 박물관에 자주 다니는 것"이라면서 "박물관이 보전, 연구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일반 관람객과 만나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그가 앞으로 아버지의 유산을 어떻게 발전시켜 박물관을 운영할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 ㆍ
평양골프대회 신청 쇄도, '김일성대 여대생' 캐디 덕?
- ㆍ
CSIS "한반도 충돌시, 北 서울에 대규모 포격 가능"
- ㆍ
눈 치우려 삽 훔친 여성, 눈으로 처참한 복수 당해
- ㆍ
빠드득 까득 우드득… 자살한 황 이병의 '일기'엔
- ㆍ
고민정 아나운서 "최고은 감독 죽음, 남편 눈 감은 듯"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金총리 “글로벌 AI 허브 신속 유치 위한 후속 조치 추진”
- 美·이란 협상 중재한 파키스탄 실세... 트럼프가 좋아하는 ‘야전 원수’
- 金총리, 정용진·美 AI 기업 대표 면담… “양사 협력이 韓 AI 발전에 도움”
- ‘강북 모텔 살인’ 김소영 “죽고 싶다. 살기가 무섭다”
- “샤워 줄이고 휴대전화 충전은 낮에만”… 정부, 에너지 절약 동참 호소
- 李대통령, 뉴질랜드 총리와 통화 “양국의 호르무즈 공동성명 참여 높이 평가”
- 李 대통령, 기획예산처 박홍근·해수부 황종우 장관 임명안 재가
- 대전 공장 과거 7차례 불... 몇천원짜리 감지기도 고장 수두룩
- 홍익표 “부동산 안 잡히면 보유세도 검토”
- 강혜경 “통상 여론조사 계약서 안 써” 尹 재판서 법정 증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