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머니에 손 넣고 '外交'하는 남자


26일 오전 11시 서울외교부청사 17층 접견실.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들어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김성환외교부 장관이 웃는 얼굴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양복 상의 단추를 푼 상태에서 왼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넣은 채 악수를 했다.
친구와 악수할 때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그렇다. 그의 호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왼손은 사진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할 때도 나오지 않았다.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은 언론에 실려 한국 국민이 본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한국 국민에게 인사한 것이다.
이어 오후 1시 30분, 외교부 청사 2층 로비의 약식 기자회견장. 김 장관을 만나고 내려온 그가 마이크 앞에 섰다. 이번에는 왼손뿐만 아니라 오른손까지 모두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였다. 그가 3개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이 자세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한국의 수많은 독자와 시청자 앞에서 양손을 호주머니에 다 넣고 말을 했다. 참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요즘 서울 날씨가 추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6월에도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유명환 당시 장관을 만났다. 이때도 그의 왼손은 호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그때는 아예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유 장관 옆을 어슬렁거리는 장면이 찍힌 사진도 있다.
"한국의 차관급인 그가 외교부 장관을 예방(禮訪)할 때마다 상습적으로 결례(缺禮)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주한 미대사관측은 "관료 출신이 아닌 그는 외국에서도 캐주얼한 스타일이다.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그런지 인터넷에서 그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나토(NATO) 사무총장과 함께 걸어가며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인도외무장관을 만나서는 두 손 다 호주머니 밖에 있었다.
그에게는 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습관 비슷한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외교관으로서 남을 불쾌하게 만드는 독특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고치는 것이 양식(良識)이다. 기자는 44개월간 워싱턴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스타인버그식 태도를 본 적이 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으나 떠오르는 장면이 없었다.
버락 오바마대통령이 외국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초강대국의 리더이면서도 공개 석상에서는 다른 정상(頂上)들을 깍듯이 예우하기 때문이다. 후진타오중국주석과의 첫 만남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더 고개를 숙인 듯한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그의 상사인 힐러리 클린턴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4개년 외교·개발정책 검토보고서(QDDR)를 발표하면서 외국 문화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뜻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들과는 달리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계속해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한국 장관들과 악수하고 회견장을 어슬렁거리면 미국의 이미지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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