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여명

이용식 논설위원
'아덴만 여명(黎明)'작전은 21일 오전 4시58분 최영함에서 고속단정이 내려지면서 시작됐다. 15명의 공격팀은 오전 6시9~15분 삼호주얼리호 승선을 무사히 마쳤고, 6시30분 선교를 장악했으며, 6시35분까지 두목 등 해적 5명을 사살했다. 작전은 오전 9시56분까지 계속됐지만 일출시간인 6시41분 이전에 승패는 결정된 셈이다.
여명은 희미하게 날이 밝아오는 무렵을 의미한다. 날이 저물어가는 무렵은 황혼이다. 여명과 황혼의 원리는 같다. 태양이 지평선 아래에 있어서 햇빛이 직접 지표면에 비치지는 않지만 지상 2∼3km 이상의 상층대기에 도달한 햇빛이 반사, 산란되어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닌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많은 사진작가, 화가, 문인, 음악가들이 이 시간대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여명은 군사·천문·해양 분야에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매일 지구 주변을 360도 도는 태양의 중심이 수평선 아래 18도에서 수평선 사이에 있는 시간대(1시간10분 정도)를 박명(薄明, twilight)이라고 한다. 해뜰녘 박명이 여명(dawn)이고, 해질녘 박명이 황혼(dusk)이다. 박명은 태양 고도에 따라 세 종류로 나뒨다. 태양이 수평선에서 수평선 아래 6도 사이에 있을 땐 상용박명(civil twilight), 6도에서 12도 사이는 항해박명(nautical twilight), 12도에서 18도 사이는 천문박명(astronomical twilight)이다.
이 가운데 사물의 윤곽은 희미하게 볼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운 항해박명 시간대가 작전하기에 가장 좋다. 공격은 쉽고, 방어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을 총지휘했던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 이성호 중장은 작전 시간과 관련, "군 용어로 BMNT라는 것이 있다. 해 뜰 무렵(begin morning nautical twilignt)이라는 뜻인데, 해뜨기 1시간 전 쯤에 작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군대에서는 아침의 BMNT나 저녁의 EENT(end evening nautical twilight)에는 경계를 강화한다. 1961년 5·16쿠데타 역시 '은인자중하던 군부는 금조(今朝) 미명을 기해' 행동을 시작했다고 혁명공약에서 밝히고 있다. 밤낮의 경계지대는 누구에게나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혜택은 그것을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아덴만 여명'이 거듭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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