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평가는 발전중..연세 건국대 사례 중심으로
2학기가 종료되고 초조하게 성적을 기다리는 대학생들에게는 성적확인 이외에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강의평가'이다.
강의의 질 향상과 학생중심의 강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 강의평가제'는 1993년 한신대를 시작으로 국내 대학에 도입됐다. 최근에는 단순히 평가에 그치지 않고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강의평가 공개제도'가 일부 학교에서 시행되면서 실질적인 강의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대학 강의평가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방식이 달라지기도 했다. 과거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는 기말고사를 보기 전, 학생들에게 설문지나 OMR 카드를 작성하도록 했던 반면 최근에는 대부분 학교 포털사이트를 이용한 강의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평가는 주로 10여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질문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보통이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로 대답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상에서 평가를 완료해야만 학생들이 학교 사이트를 통해 학기 최종 성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강의평가가 의무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
경희대학교 역시 학교 종합정보시스템에 접속하여 평가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설문문항을 모두 답변한 후 강좌에 대한 개방형질문(자유의견)을 입력하고 저장하는 방식이다. 강의 평가 내용은 100% 익명성이 보장되며 강의 평가에 참여한 학생에 대해서는 사전에 입력된 성적에 한하여 해당학기 성적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그러나 강의평가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몇 가지 한계점도 눈에 띤다. 강의 방식이나 교육환경이 매년 빠르게 바뀌는데도 몇 년째 변하지 않는 질문 항목은 가장 대표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강의평가를 하는 학생에 한하여 성적확인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학이 대부분인데, 이 경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평가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따라서 대학에서 강의 평가를 하더라도 그 평가가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강의 개선에 도움을 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평가를 공개하지 않는 학교가 많아 학생들끼리의 강의 정보 공유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대학 포털 사이트가 아닌 학생들이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학생들에 의해 강의평가가 자율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건국대학교 < 건이네 > www.kunine.net, 연세대학교 < 연두 > www.yondo.net 는 대표적인 자율적 강의평가 사례다. 건국대학교 입시정보공유 커뮤니티인 < 건이네 > 에는 '수업정보'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학생들은 △수업커뮤니티 △강의문의 게시판 △강의 정보공유 △시험 △족보 자료실로 이루어진 '수업정보'란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이 들었거나 듣고 있는 강의에 대해 정보를 올리고, 듣고 싶은 강의에 대해서 질문하기도 한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강의 평가 형식에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출석 △강의 특징 △공부의 포인트 △과제 △시험 △학점 획득 난이도 △총평과 같은 예시 형식을 제시해두었다. < 건이네 > 를 자주 이용하는 장용빈(건국대, 1년)씨는 "강의 평가 형식이 자유롭기 때문에 강의에 대한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좋다. 강의 계획서만으로는 얻기 힘든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교내 신문인 연세 춘추의 웹매거진 < 연두 > 는 '강의평가' 게시판을 만들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강의평가를 올리도록 하였다. '수강생의 수는 몇 명이었나요?', '인상 깊었던 수업내용을 말해주세요.'와 같이 질문의 내용도 구체적이다.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평가 하나당 싸이월드 도토리 다섯 개를 지급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모아진 강의평가 수는 현재 1만1천5백31개에 이른다.
한편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비공식적인 강의평가 방식 외에도 공식적인 학교 차원에서 변화를 시도한 연세대학교의 강의평가 개선 역시 주목할 만하다.
연세대학교는 학생패널 50명의 의견을 수렴하는 새로운 강의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이전의 강의평가가 성적 확인을 위해 성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시정하기 위해서다. 학사지원팀에 따르면, 성적 기간 중에 실시되었던 이전의 강의평가와 달리 새롭게 실시되는 강의평가는 성적조회기간 전에 실시된다. 강의평가를 미리 하지 않는 학생에 대해서는 성적 조회를 불가하도록 하는 조치도 마련됐다. 김선희(연세대, 4년)씨는 "강의평가 제도가 바뀌어서 성적확인 기간 외에 강의평가 기간도 따로 수첩에 표시해 두었다. 강의 평가가 성적확인기간 이전에 실시되는 만큼 성적을 확인하기 위해서 허겁지겁 답변을 누르지 않고 신중하게 평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문문항도 개편되었다. △만족도 △피드백 △도전 △학생의 몰입과 노력 △변화와 성장 △비차별 원칙 등으로 구성해 학생 중심으로 바뀌었으며, 각 항목에 모두 주관식 의견을 적을 수 있도록 했다. 설문 문항이 변경됨에 따라 명칭도 강의평가에서 '강의정보 공유를 위한 설문'으로 바뀌었다. 또한 연세대는 지난 1일 강의평가의 주관식 설문 결과를 공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강의평가가 단순히 교수 평가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학생이 강의를 선택하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 역할이 바뀐 것이다.
학생과 교수 모두 학습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발전해 나가는 만큼 강의평가도 발전해 나가고 있다. 강의평가가 강의의 질을 높이고 교수에게는 약(藥)이되는 피드백이, 학생들에게는 강의에 대해 알 권리를 충실히 만족시켜주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강의평가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장세희/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인턴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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