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신관웅, 재즈인생 40여년 힘들었지만 후회 없어요


원로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1세대 연주자들 무대 홍대앞 '문 글로우' 재정난으로 '고별 공연'악기들도, 팬들 환호도 이젠 박물관으로…
달이 저물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보름달을 꿈꾸며 차오르던 달이 떨어지고 있다.
"문 글로우는 달이 시간에 따라 서서히 차오르는 과정을 뜻하는 것입니다. 유명한 재즈 음악의 제목이기도 하구요."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65)에겐 작은 소망이 있었다. 이봉조(전 TBC 관현악단장, 작고), 길옥윤(작곡가, 자고), 김강섭(전 KBS 악단장)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음악인들과 함께 연주하고 교감하면서 가슴 속에 새겨두었던 바람이 있었다. 날마다 무대에 올라 연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갖고 싶었다. 길옥윤 선배와 함께 섰던 강남 서초동의 라이브 클럽'웨어 하우스', 노래하는 박성연과 드럼 치는 유영수 등과 함께 처음으로 무대에 섰던 '야누스'처럼 재즈 뮤지션 선후배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고 생각했다.
2000년, 홍대 앞에다 재즈 클럽 '문 글로우(Moon Glow)'를 열었다. 그러나 이제 곧 문을 닫아야 한다.
# 2010년 12월 30일 밤, 문 글로우
2003년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9시부터 시작되는 '대한민국 재즈 1세대 밴드'의 공연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신관웅은 무대 왼쪽 피아노 앞에 앉았고 트렘펫 최선배, 클라니넷 이동기, 색소폰 김수열이 정면 앞에 자리 잡았다. 콘트라베이스 김영후는 금관 악기 뒤에 섰다. 오른쪽의 드럼은 조성국이 맡았다.
밤 11시30분, 약속된 공연이 끝났다. '문 글로우'를 오픈하고, 선배 음악인들을 모셔 와 1세대 밴드를 결성한 신관웅 한국재즈협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이 재즈 1세대 밴드의 마지막 라이브 공연이었습니다."
# 2011년 1월4일 밤, 문 글로우
해가 떨어지고 달이 떠도 '문 글로우'의 네온사인은 불을 밝히지 않았다. 홍대 앞 골목 골목은 여느 때처럼 화려한 조명으로 밤을 밝히고 있었지만 지난 연말 폐업을 결정한 '문 글로우'는 이날까지 손님을 받지 않았다.
"선생님, 소식 들었어요. 어쩜 좋아요."
오후 9시쯤 이미자의'동백 아가씨', 현인의 '신라의 달밤' 등 트로트를 'K Standards'란 이름으로 재해석해 노래한 재즈 싱어 말로가 텅 빈 클럽을 찾아왔다. 웅산도 한때 이 무대에 섰었다.
"전화위복이 될꺼야.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데, 연주자에게 경영은 잘 맞지 않는 옷이었던 같아. 후회는 없어. 이제부터 재즈협회 일에 올인하려구."
허허 웃었다.
신관웅은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다. 충남 서천군 비인에서 태어나 풍금으로 음악을 익혔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덕에 마음껏 풍금을 타며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웠다.
시골은 시골이었다. 한국전쟁 직후의 어려운 생활 속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어렵게 구한 '바이엘'교본을 달빛을 전깃불 삼아 연습하곤 했다.
"피아노는 군 소재지에 1대 정도 있던 시절이었어요. 그나마 풍금이라도 칠 수 있었으니 복 받은 셈이었지만 서울예고 진학에 실패한 뒤 클래식을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경영학과에 입학하면서 피아니스트로서 폴란드 초대 수상을 지낸 이그나시 얀 파데레브스키처럼 되보자고 야무진 생각까지 했어요."
둘을 다 할 수 없었다. 1968년 대학에 들어갔지만 경영학 공부는 뒷전, 음악이 생계 수단이었다. 서울 용산의 미 8군 클럽을 드나들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처음으로 재즈를 알게 됐다.
"흑인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재즈를 듣는 순간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어요. 리듬, 하모니, 멜로디가 클래식과는 분명하게 다른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가르쳐 줄 선생도 없고, 교재도 없고, 음반도 구하기 어려웠어요."
청계천에 밀집해 있던 레코드 가게를 찾아가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됐다. 미군 부대에서 트럭으로 내려놓은 음반 속에서 하루 종일 재즈곡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 찾아낸 것이 맹인 피아니스트 조지 쉐린의 연주 음반.
"청계천에서 재즈 음반을 찾아내면 야전(야외전축)에 올려 놓고 수없이 듣고, 다시 흉내 내 연주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악보와 교재를 수소문해 구하면 밤새 오선지를 그리고 베껴 쓰는 작업을 했지요. 이 때 오스카 피터슨이나 존 콜트레인 등 많은 재즈 뮤지션의 곡을 듣게 됐어요."
신관웅은 심봉사가 '동냥 젖'으로 심청이를 키운 것처럼 '동냥 피아노'로 연주 실력을 쌓아 나갔다. 돈 있는 집 아이들에게 피아노 레슨한 뒤 2~3시간 동안 개인 연습을 했다. 레슨비를 싸게 해주는 조건으로 피아노를 빌렸다.
"재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돈이 안 되는 음악입니다. 그동안 다른 연주회를 통해 돈을 벌어 클럽 운영비로 충당했어요. 집세는 밀려도 연주자들의 개런티는 꼭 줘야 했거든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사회가 어려워지면서 나를 찾는 공연이 줄어들거나 아예 취소되는 바람에 더 압박이 심해졌습니다. 클래식이나 국악처럼 정부의 지원이나 기업의 후원을 받을 수 없는 장르가 바로 재즈이다 보니 이젠 버티기가 어려워요."
재즈 인생 40여년. 그냥 좋아서 놓지 못하고 달려왔다. 대중가요 작곡의 유혹도 있었고, 학교 강단에 서달라는 제의도 많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늘 무대에 서는 연주자로 남고 싶었고, 연주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면서 재즈를 대중화시키는데 힘이 되는 것이 소임이라고 굳게 믿었다.
"재즈는 태생적으로 홍등가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대중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음악이자 가장 자유로운 음악입니다. 즉흥 연주를 통해 연주자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연주자의 음악입니다. 정식 공연장에서의 연주만 고집한다면 사치지요. 그래서 클럽 연주가 필요한 음악입니다."
신관웅은 재즈의 본류인 흑인들의 한과 우리 민족의 한이 통한다는 확신으로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88 서울올림픽 때 처음으로 길옥윤, 박윤초 명창과 함께 재즈에 국악을 접목하는 작업을 했고, 김덕수 사물놀이패와의 합동 공연, 아쟁 연주자 꽃별과의 공연 등을 통해 한국적 재즈를 만들어 나갔다.'문 글로우'의 화요 무대에서 '국악과 재즈의 만남'을 상설화하기도 했다.
다음달 임대 계약이 끝나면 재즈 클럽 '문 글로우'의 모든 것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쪽 벽에 커다란 흑백 걸개 사진으로 남아 있던 다큐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의 주인공들도 사라진다. 하얀 턱수염에 벙거지를 쓴 강대관(78), 색소폰을 메고 있는 김수열(70), 굵은 테의 안경을 쓴 풍채 좋은 신관웅, '도리우치'라 불리는 납작 모자를 쓴 홍덕표(작고), 대머리 노인 최세진(작고), 클라리넷을 들고 있는 이동기씨(75) 등의 합동 공연은 더 이상 보기 어려워졌다.
"이젠 다른 악기들은 모두 창고로 치울 겁니다. 피아노만 가운데 놓고 저 혼자 문 닫는 날까지 손님을 맞으려구요. 이 곳의 손 때 묻은 포스터, 사진, 악기 등은 한국재즈협회가 본 궤도에 오르면 '재즈 박물관'을 만들어 보존해야겠지요."
보름달이 되지 못한 달이 어두운 클럽 안으로 지고 있다.
| ㆍ '거물' 된 추신수 몸값 어느 정도기에… |
| ㆍ 가족도 몰래 암수술 윤해영, 현재 상태는? |
| ㆍ 서울대 출신 스타, 외아들 대안학교 보내 |
| ㆍ "설마 배우 박해일의 부인일 줄은…" |
| ㆍ '여성의 상징' 생리 너무 일찍 시작하면… |
| ㆍ 서울예대 출신 'F컵녀' 누군가 했더니… |
| ㆍ '재벌 며느리' 된 여배우, 이 정도라니… |
| ㆍ '군기피 혐의' MC몽, 돌연 호주행… 왜? |
| ㆍ 20대 미녀스타, 도심 한복판서 동거중! |
| ㆍ 김성민에 마약 건넨 연예인 왜 이런 선택? |
글=이창호 기자사진=김지곤 기자
> '스타화보 VM' 무료다운받기 [**8253+NATE 또는 통화]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