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건물에 백제 전통미를 결합하다


[한겨레] 통념 깬 롯데부여리조트
'건축계 간판주자' 김승회·강원필씨 설계한옥 원형회랑과 현대 콘크리트 어우러져
"롯데 건물 맞아?"
함께 건물을 답사한 국내 건축가들 모두 이구동성이었다. 부여시 백제재현단지에 들어선 롯데부여리조트 '백상원' 건물은 분명 달랐다. 흔히 보아왔던 콘도 건물과도 달랐고, 항상 금빛 치장만으로 꾸미기 일쑤이던 롯데그룹 건물 특유의 통속적인 상업 건물과도 달랐다. 거대한 말발굽처럼 크게 휘어돌아가는 두 건물이 짝을 이루고, 거물 외벽에는 파스텔톤 컬러판이 가득 붙었다. 건물 앞에는 동그란 한옥 회랑이, 건물 중간에는 난데없이 한옥이 한 채 콕 박혀 있었다. 건물 모양도, 장식도, 공간처리도 어딘가 다르면서도 콘도 건축 특유의 재미가 잘 살아났다.
최근 문을 연 롯데부여리조트는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다. 우선 콘도건물로는 거의 처음으로 당대 유명 건축가가 설계했다. 한국 건축계의 차세대 간판 주자로 꼽히는 김승회(48) 서울대 건축과 교수와 강원필(47) 건축가의 작품이다. 김 교수와 강 대표는 15년째 '경영위치'란 설계사무소를 함께 운영하며 모든 작품을 공동 설계해온 국내 건축계의 대표적인 건축 콤비다.
그동안 콘도 건물은 많은 이들이 즐겨찾는 대중휴양레저시설인데도 건축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건축물은 없었다. 건물 디자인 역시 서양식 표면 장식들을 관습적으로 반복하는 비슷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롯데부여리조트는 이런 콘도건축이 이제 이런 천편일률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건축적인 의미와 완성도를 담아내기 시작하는 것으로 읽힌다.
디자인면에서는 전통과 현대, 곧 한옥과 현대 콘크리트 물의 조화를 과감하게 시도한 점이 두드러진다. 콘도가 들어선 부여 백제문화단지는 최근 백제시대 건물들을 재현하려 한 웅장한 한옥건물들이 즐비한 곳이다. 이 거대한 테마파크 옆에 있는 콘도 건물로서는 재현 전통건물들과 건축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도 상업건물다운 시각적 재미를 함께 표현해내는 것이 관건일 수밖에 없었다. 건축가는 콘크리트 지붕에 기와를 얹는 고전적이고 1차원적인 퓨전 디자인 대신 한옥과 현대건물 두 양식이 서로 마주보며 결합되는 방식을 택했다. 멀리서 보면 건물 표면을 덮은 온갖 컬러판 장식들이 먼저 다가오지만, 건물에 다가서면 건물 앞에 따로 지은 원형 한옥 회랑건물이 더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색상 이미지가 강렬한 현대식 콘도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한옥 원형 회랑'은 서로 극명하게 대비되면서도 합쳐져서 새로운 느낌을 연출한다. 이 원형 회랑은 단순히 장식물이 아니라 건물 로비 앞에서 방문 차량들이 돌아나가는 동선이면서, 회랑 가운데 공간은 정원이자 이벤트장 역할을 한다.
건축가는 21세기에 백제라는 옛 문화를 건축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한다. 김승회 교수는 "'재현'이 아니라 '상상'으로 백제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백제라는 아름다운 문명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건물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백제를 상상하되 21세기 언어로 하자, 목구조 건물과 현대건축으로 상상하자고 했어요. 전통이란 것은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라고 봅니다."
전통의 표현 못잖게 중요한 문제는 새로운 콘도건축 유형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기존 콘도들은 유니트(단위 세대)에 집중해 외부 공간이 아쉬운 곳들이 많았어요. 건물이 공룡처럼 너무 크고, 중간 복도가 많아 답답하기도 했구요." 건물을 말발굽 모양 곡선으로 설계한 것은 마당 공간을 재미있게 만들려는 것과, 내부 공간 역시 변화를 주려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콘도들이 중간 복도를 중심으로 길게 양쪽으로 방이 이어지는 것과 달리 이 콘도는 복도가 한쪽 벽에 붙고, 크게 곡선을 이뤄 복도의 전망이 위치마다 바뀌고 공간감도 다르게 느껴진다. 이런 선택은 건물의 가장 인상적인 면인 '파사드'가 전망이 좋아 객실들이 마주보는 앞면이 아니라 컬러 루버로 장식한 뒷면이 되는 색다른 콘도건물로 만들었다.
백상원 콘도는 그동안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공간에 들어서는 현대 건축물들이 기와지붕을 올리거나 목구조 느낌을 표면 디자인으로 단순하게 재현해온 오랜 강박증과 고정관념을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함께 백상원을 답사한 최욱 건축가는 "건물을 과감하게 원형으로 디자인해 묵직한 덩어리로 느껴지지 않고 가벼운 선으로 느껴지는 점, 기존 콘도의 입구가 아파트처럼 어수선하게 한 곳들이 많은데 동선을 잘 분리하면서 편안한 내부 연출을 한 점에서 건축가의 고민과 배려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부여/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재경 건축전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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