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연기 변신의 귀재 정보석

2010. 12. 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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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48)은 연기변신의 귀재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힘없고 무능해 소통 불능을 겪고 있는 '찌질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자이언트'에서는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선 굵은 악인 조필연을 연기했다.

요즘은 MBC 일일극 '폭풍의 연인'에서는 무서운 CEO 유대권 역을 맡고 있다. 이 처럼 극과 극의 변신을 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악역을 맡아도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줘 자신과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잘 어울린다.

정보석은 '자이언트'에서의 악역 연기로 호평을 받아 이범수 고현정 등과 함께 강력한 SBS 연기대상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악역 연기로 연기대상까지 바라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타이틀롤이 아닌 배역에 연기대상을 준 경우는 지난해 '선덕여왕'의 미실 역을 맡았던 고현정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정보석은 86년 영화 '젊은 날의 초상'으로 데뷔한 이후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다. 초기에는 같은 과 후배인 손창민에 비해 배역이나 평가에서 많이 밀렸다. 하지만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신돈' '대조영' '달콤한 인생' '경숙이, 경숙아버지'와 영화 '오수정'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연기를 갈고닦은 끝에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그는 24년간 쉬지 않고 영화, 드라마, 연극 등에 출연하고 있는 '현재진행형' 배우다.

하지만 정보석은 "아직 연기를 잘 못한다"고 겸손을 보인다. 그는 "겸손이 아니다"고 했다. 정보석은 "이제 배우로서 반(半) 정도 왔을 뿐이다"면서 "60대쯤이면 나를 편하게 풀어놓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석은 배우는 연기를 갈고닦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어떻게 갈고닦냐고 물어봤다. 책 읽고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고 특별한 말은 메모해두며 계속 내면을 성장시켜야 연기가 넓어지고 깊어진다고 했다.

그는 " 지식을 목적과 계산으로 붙들고 있으면 성장하기 힘들다. 머릿속 지식으로 계산적으로 캐릭터를 파악해 인물을 보여주면 한 단면밖에 안 된다"면서 "50년쯤 살면 표현방법과 기술은 누구나 지닐 수 있다"는 말로 자신의 연기론을 펼쳤다.

이밖에도 정보석은 "배우가 한 이미지에 고착되면 불리하다. 그래서 '하이킥'과 '자이언트'에서 전혀 다른 배역을 맡았다"면서 "그렇지만 누가 봐도 항상 그 상황의 그 배우여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보석은 애착을 두었던 '자이언트'의 조필연을 부각시키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정보석은 "나 자신이 먼저 거인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필연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야 자신을 쓰러뜨리는 강모(이범수) 캐릭터가 더 크게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조필연이 유약하거나 힘이 떨어졌다면 평생을 걸고 복수를 하는 강모와 성모 형제가 하찮아 보였지 않겠는가. 더구나 성모(박상민)는 적의 심장에까지 들어와 복수에 올인한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조필연에게 욕을 하면서도 응원하게 되는 이중의 감정이 생긴 것을 이해할만했다. 거침없이 밀고나가는 조필연 정도의 질긴 악당을 무너뜨려야 통쾌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조필연은 '악행'을 하는 것만 빼고는 멋있는 속성도 지니고 있었다. 쓸데없이 잔정에 휩싸이지 않아 추진력을 발휘하기 좋고 소득을 부하와 확실하게 나누며, '쪼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보석은 "조필연이 악인이지만 남자다운 면이 있었기 때문에 고재춘(윤용현)이라는 흔들림 없는 심복을 둘 수 있었다"면서 "재춘이 권총으로 자살할때 순간적으로 시간이 멎는 듯 했다. 조필연에게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무의식의 의식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결코 조필연의 미화가 아니라고 했다.

정보석은 "70, 80년대 성공했던 한국 남자의 내면들을 조필연이 일정 부분 보여주는 면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말로 조필연을 회고하는 얘기를 마무리했다.

50을 눈앞에 둔 나이로도 여전히 매끈한 외모를 지니고 있는 정보석은 멜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보다는 중년으로서의 고민과 분열적 상황을 연기하는 배우로 대중에게 다가와 있다. '달콤한 인생'에서 지친 삶에 대한 보상심리로 외제차를 소유하고 젊은 여성을 찾으면서 보여준 도시 중년의 분열적 욕망은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대목에서 정보석은 "나도 이제 중년이어서 중년이 뭔지 조금을 느낄 수 있다"?서 "가장은 살아남아야 가정을 지킬 수 있는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다 보니까 외로워지는 거다"면서 "서로 한 발자국이라도 늦게 걷는다면 숨통이 트이고 더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이 다음에는 정보석이 또 어떤 캐릭터로 이같은 중년의 실체를 보여줄지 자못 기대가 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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