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상정예문·동국이상국집 같은 활자"

강신욱 2010. 11. 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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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19일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증도가)는 물론 이규보의 시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과 현존하지 않는 '상정예문(詳定禮文)' 모두 자신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라고 공개한 '증도가자(證道歌字)'로 인쇄했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이날 오후 청주대에서 열린 서지학회 추계 학술발표회에서 '증도가자와 동국이상국집'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

남 교수는 현존본인 동국이상국집 분사대장도감판(分司大藏都監版) 계통의 번각본을 분석한 결과 "증도가의 글자와 같은 유형을 보이고 증도가의 글자와 크기가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도가자'에 없는 작은 글자 사용 ▲약자, 이체자(異體字 )의 쓰임이 같다 ▲조판은 계선(界線)이 없고 같은 줄 내에서 글자의 겹침이 없다는 등을 분사대장도감판 번각본의 특징으로 들었다.

남 교수는 "1232년 개성에서 강화도로 천도할 때 증도가를 찍었던 금속활자를 함께 옮겨왔지만 증도가의 경우 간행 규모가 작고 널리 오래 전하고자 목판으로 찍는 것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이어 "옮겨온 활자를 이용해 내용이 많았던 상정예문을 필요한 수만큼 찍어 여러 부서에 배포했고 동국이상국집은 신속하게 찍어낼 목적으로 전집(全集)을 같은 활자로 조판하고 찍어냈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고려활자(증도가자)가 증도가를 찍은 활자며 증도가, 상정예문, 동국이상국집 등 3책은 모두 같은 활자로 찍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도가자'는 활자의 좌우 측에 날개와 같이 작은 돌출부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두 가지 형태다. 이는 개성에서 만든 초기의 형태와 강화도에서 분량이 많은 두 책을 찍을 때 부족한 활자를 보주(補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이상국집은 53권(전집 41권, 후집 12권) 13책으로 구성된 시문집으로 1241년(고종28)에 전집이, 1242년에 후집이 간행됐다.

동국이상국집 후집 11권 서(序)에는 '상정예문(詳定禮文)'을 금속활자로 인쇄했다는 기록이 나와 금속활자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규보가 진양공(晉陽公)에 책봉된 최이(崔怡·?~1249)를 대신해 지은 동국이상국집의 '신서상정예문발미(新序詳定禮文跋尾)'에는 상정예문이 오랜 세월 지나면서 책장이 없어지고 글자를 알아보기 어려워 최이의 선친인 최충헌(崔忠獻·1149~1219)이 2부를 보완·제작해 1부는 예관에, 다른 1부는 자기 집에 뒀다.

그뒤 몽골의 침략으로 1232년 강화도로 천도할 때 예관이 미처 챙기지 못했으나 다행히 최이의 집에 보관된 1부를 주자(鑄字·금속활자)를 사용해 28부를 인쇄하고 여러 관사(官司)에 나눠 보관하게 했다고 한다(…命之曰詳定禮文…遂用鑄字 印成二十八本 分付諸司藏之…).

남 교수는 "상정예문 간행 시기는 책을 대신 저술하도록 한 최이가 1234년 진양후에 책봉됐고 1241년 이규보가 죽은 것으로 보아 1234년에서 1241년 사이에 찍은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발표회에서는 남 교수 외에 ▲'제중신편' 현존본의 서지적 연구(이정화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충주 충열사의 소장 유물에 관한 연구(박문열 청주대 교수) ▲'어제비장전(御製秘藏銓)' 대장경 판본의 문자 이동(異同)과 교감(유부현 대진대 교수) ▲금속활자의 옹기토를 이용한 밀랍주조법 실험 연구(조형진 강남대 교수)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

ksw6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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