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돈 받은 손 씻지도 않고 조제

2010. 11. 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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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준 씨(43)는 최근 병원에서 진단해준 약처방전을 들고 병원 근처 약국에 들렀다. 약국 안에서 짐 정리를 하던 약사는 증상을 묻더니 김씨가 건네준 돈을 받아넣고 약 조제실로 곧바로 들어갔다. 칸막이 넘어로 살짝 비친 약사를 보니 그는 손을 씻거나 위생장갑을 끼지 않고 약을 분류해 봉지에 넣었다.

약 봉지를 받아든 김씨는 청결하지 못한 약 조제 과정을 보면서 불쾌감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약국을 나왔다. 그는 약국을 찾을 때마다 가장 깨끗하고 청결해야 할 약사들의 낮은 위생개념에 개운치 않았다.

실제로 약국을 찾은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약사 10명 중 9명은 맨손으로 약을 조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자 10명 중 6명은 약사의 비위생적인 약 조제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이에 따라 위생 사각지대에 있는 약국 조제실을 개방해야 하고 우수 약국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5~14일 '좋은 약국 만들기 캠페인' 일환으로 환자 5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가 '약사가 돈과 컴퓨터 자판을 만진 손으로 조제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80%가 조제에 앞서 약사가 손을 씻거나 일회용 장갑을 끼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17일 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약사가 돈과 컴퓨터 자판을 만진 손으로 조제실에서 약 짓는 것을 얼마나 경험했습니까?'라는 질문에 105명(20%)이 '약국을 방문할 때마다 비위생적으로 맨손으로 제조했다'고 답변했고 208명(39%)이 '많이 경험했다', 166명(31%)이 '약간 경험했다', 55명(10%)이 '전혀 경험한 적 없다'고 각각 응답했다. 약을 조제하는 환자 90%가 약사의 의약품 맨손 조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약사가 조제 전에 손을 씻거나 소독기를 이용하는 등 위생적이고 청결하게 약을 지어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과 관련해 429명(80%)이 '전혀 없다'고 답변했고 88명(16%)이 '약간 있다', 14명(3%)이 '많이 있다', 3명(1%)이 '매우 그랬다'고 각각 응답했다. 약사의 위생 및 청결성에 대해 환자 97%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약사의 비위생적인 약 조제에 대해 환자 309명(58%)이 '비위생적이라 몹시 불쾌했다'고 답변했다. 환자 168명(31%)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나 별 문제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환자 10명 중 6명 이상(66%)은 '약국 조제실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환자 정보 보호를 위해 조제실을 절대 공개하면 안 된다는 비율은 1%에 불과했다.

안기종 백혈병환우회 대표는 "의약품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가 복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결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조제돼야 한다"며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약사는 의사가 처방해준 대로만 조제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약사 실력을 고려해 약국을 선택하는 일은 거의 없게 됐고 환자들이 선호하는 약국은 대부분 진료받은 병의원에서 거리가 가깝거나 비타민제품, 건강음료 등을 서비스로 주는 약국들"이라고 밝혔다. 약사의 비위생적인 의약품 맨손 조제와 관련해 환자단체들은 약국 조제실을 개방하는 방안을 대한약사회 등 관련 약사단체와 적극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시민들은 음식점 주방처럼 약국 조제실을 개방하고 의약품 조제 환경이 우수한 약국에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맨손조제 금지와 조제실 개방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환자 76%(404명)가 '적극 동참하겠다'고 답변했다. 우수 약국 인증제 도입은 88%(470명)가 적극 찬성했다. 도입을 반대하는 환자는 1%(5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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