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해외서 길을 묻다 남미





광활한 농토 풍부한 자원..생산성은 낮아
'세계의 농장' 가치 다시 주목..中ㆍ日 진출
"전략적 관계 추진, 곡물생산 기지화 필요"
(보령=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남미(南美) 하면 많은 사람이 축구와 삼바, 탱고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또 농업과 관련을 짓는다면 1960~1970년대 농업이민을 갔던 나라 정도로 기억할 정도로 우리와 교류가 적었고 부정적인 정보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세계의 공장'이 중국이라면 '세계의 농장'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농지가 광대하고 자원도 풍부해 남미는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대륙임이 틀림없다.
최근 중국과 남미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도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가 좁고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그동안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정책을 운용해왔으며 무역 상대국은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일부 북반구 국가에 편중됐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이 석유, 식량 등 자원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을 생각할 때 이제부터라도 실리 차원에서 지역과 국가를 이해하고 교류를 다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9세기 유럽의 식민지였던 남미대륙의 경제적 가치가 200년 만에 다시 주목을 받는 시점이다.
박원규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전문위원은 "좁은 국토 대비 많은 인구와 부족한 자원 등 조건을 가진 한국으로서는 방대한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남미 국가들을 식량 전진기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활한 땅..남미대륙
남미는 광활한 농토와 개발되지 않은 드넓은 토지, 다양한 기후 등 농업생산을 위한 부존자원이 풍부하고 농산물 생산규모도 엄청난 지역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부족과 원활하지 못한 농자재 공급 등으로 생산성은 아직 낮은 편이다.
남미 국가 가운데 브라질은 국토면적이 8억5천419만㏊(한반도의 40배)로 세계에서 5번째 큰 나라이면서 세계최대의 임산자원을 보유하고 농사짓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콩은 세계 생산량 2위, 커피는 세계 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담배, 닭고기, 쇠고기, 돼지고기 생산도 많다.
또 아르헨티나는 2억7천804만㏊(한반도의 13배)로 중남미 대륙에서 2번째로 크고 인구는 3천800여만명으로 남한보다 적지만 농지 면적은 1억7천700만㏊나 된다.
세계 3대 평야라는 끝도 없이 펼쳐진 '팜파평야'가 자리한 나라다.
아르헨티나의 중부와 동부는 주로 평원으로 토질이 비옥하고 자연조건이 농사짓기에 적합해 곡류 생산과 축산업이 번성한 지역이다.
곡물은 세계 생산량 1위인 콩을 필두로 밀(생산 10위), 옥수수, 쇠고기, 레몬 등이 많이 생산되며, 육류와 우유생산, 모피가공업도 발달한 곳이다.
이웃 중국도 이곳에서 콩 등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이밖에 2004년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칠레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자유무역국가로 국토의 길이만도 4천270㎞(한반도 3.5배)로 아열대성부터 툰드라까지 기후가 다양하게 분포된 나라다.
전체 경지면적 중 관개비율을 보면 칠레(95.9%)를 제외하고는 브라질(5%)과 아르헨티나(4.6%)는 낮은 편이다. 이는 영구초지와 미개발 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농업은 강우량 등 자연조건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브라질은 연평균 강우량이 500㎜ 이하인 일부 동북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고온 다습한 열대, 아열대, 온대성 기후대에 속해 강우량이 풍부한 편이다.
아르헨티나는 국토의 건조지역과 반건조지역이 각각 60%, 15%로 관개지 비율이 낮아서 농업발전을 위해서는 관개시설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 칠레는 전반적으로 건조해 안데스산맥에서 내려오는 물로 농사를 짓고 있어 관개비율이 높다.
◇실패한 농업 이민..'전략적 진출' 시급
1960~70년대 이뤄진 중남미 지역에 대한 우리의 농업이민은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농업이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 남미 농업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대부분 이민자들이 농업에 종사한다며 이민에 나섰지만, 사실은 농업에 대한 경험도 없는 사람들로 농업을 단순히 이민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현지에 도착하면서 바로 농촌을 떠났고, 도시에 살면서 섬유, 의류, 봉제업, 부동산, 음식점 등을 시작했다.
농업에 뜻을 두었던 이민자들도 대부분 소규모 가족농에 익숙했기 때문에 중남미의 '라띠푼디아'라는 대규모 농장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소규모 채소농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농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80~90년대 일부 칠레와 파라과이 등지의 조림사업에 진출한 몇몇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미농업에 대한 이해도 준비도 없이 도전한 농업이민은 시작부터 실패를 예고하고 있었다.
농업이민다운 이민을 한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한 농업이민이란 말 자체가 잘못된 평가라는 지적도 있긴 하다.
어쨌든 실패한 남미 농업이민 경험은 남미농업을 한국과 멀어지게 했고 한국 농업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최양부 농식품신유통연구원 고문은 "남미는 유리한 농업 인프라를 갖고 있는데도 아직 막대한 미개발 토지를 확보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곡물 공급 잠재력을 가진 지역"이라며 "한국은 광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소유한 이곳에 전략적 진출을 서둘러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 정부도 남미와 전략적 농업이민이나 농업교류 협력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아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아직도 '쇠귀에 경 읽기'가 계속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의 대응 및 협력방안
남미는 농업 생산에 알맞은 기후와 광활한 토지, 값싼 노동력을 갖고 있어 곡류, 과수, 축산의 경쟁력이 매우 높은 곳이다.
또 우리의 농업이 자본과 기술에 의한 집약농업이라면, 남미 농업은 자연력을 주로 하여 자본과 노력을 적게 들이는 원시적 농법인 조방(粗放)농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남미는 여러가지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고 농자재 공급까지 원활하지 못해 아직 생산성이 낮은 것이 약점이다.
따라서 한국과 남미 국가들이 서로 약점을 보완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농업발전 전략을 세우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또 농업연구기관 간의 국제공동연구와 기술지원 및 교류를 위한 전문가 파견, 기자재 공급을 통한 농업기술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료 등 농산물 수입이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는데 이를 다변화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조달받을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밖에 농업개발 타당성 조사와 우선 협력이 가능한 부문으로부터 시작해 농산물 무역, 해외 농업개발까지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남미 곡물기지 구축 서둘러야"
인구대비 광대한 국토를 가진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은 아직도 광물, 에너지, 농축산, 수산, 임업 등의 방대한 미개발자원을 보유한 나라들이다.
전문가 부족으로 아직 자원 매장량이 얼마나 되는지 기초조사도 안 된 곳도 많다.
최근 한국 정부는 남미 농업분야의 잠재력에 주목해 이들과 협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중남미 경제협력 카라반'을 파견했다.
이 카라반에는 외교통상부, 농어촌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식품기술연구원 등 정부와 학계, 재계 인사가 참여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의 농장과 유제품 공장, 콩기름 생산시설 등을 시찰했다.
또 대표단은 3개국 수도와 지방 1~2곳을 방문해 농업 전문가, 정부 관계자, 학계 인사 등을 대상으로 '농업전문가회의'를 열고 농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미국가들은 우리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지리적, 시간적 거리감과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언어적, 문화적 거리감 때문에 아직도 먼 나라로 인식돼 있다.
국가적으로 어려웠던 1960~1970년대에 잠시 농업이민 대상지로 남미국가들이 거론되면서 관심을 끌었지만 그때 뿐이었다.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한국도 남미의 농산자원에 눈을 돌린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북반구의 기상장애로 곡물 자원확보에 비상이 걸리면 그 유일한 대안은 기후가 반대인 남반구일 수밖에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남미의 곡물 자원에 눈을 돌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리적 거리가 가장 멀다는 어려움에도 불구, 한국이 생산기술과 생산비와 물류비 등에서 확실하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규홍 농촌진흥청 농촌현장지원단장은 "남미지역 청년 농업이민을 확대하고 현지에서 농산물을 생산, 이를 현지 또는 제3국에 판매하는 동시에 국내도입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중국이 자원 확보 차원에서 남미와 다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jung@yna.co.kr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농업, 해외서 길을 묻다> 뉴질랜드
- <농업, 해외서 길을 묻다> 중국
- <농업, 해외서 길을 묻다> 일본
- <농업, 해외서 길을 묻다> 스위스
- <농업, 해외서 길을 묻다> 독일
- 장모 살해 뒤 '캐리어 유기' 사위 신상공개…26세 조재복(종합) | 연합뉴스
- 대전 탈출 늑대, 오월드 밖으로 나가…"시민 안전 유의" | 연합뉴스
- 생후 하루된 아들 텃밭에 버려 숨지게 한 30대 친모 구속기소 | 연합뉴스
- 아내 상습 폭행하고 1시간 동안 엎드려뻗쳐 시킨 남편 구속 | 연합뉴스
- 싱글맘 죽음 내몬 사채업자 징역 4년…"생 포기할 정도로 가혹"(종합)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