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한다 누가 그래유, 4대강에 다들 죽겄다는디.."

권기정·정혁수 기자 입력 2010. 11. 8. 22:06 수정 2010. 11. 9.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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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경남 '4대강 민심' 르포

4대강 사업에는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다. 정부는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피해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한 사업"이라면서 "특히 해당지역 주민들이 찬성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면 경남·충남도는 "대형 보 건설과 과도한 준설은 환경 재앙을 불러온다"면서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이 진정한 밑바닥 민심일까. 경향신문은 4대강 사업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한다.

■ 부여 거리 4대강 지지 현수막주민들 "농사 못지어 힘들다"

◇ "일자리 없시유" = "주민들이 뭘 찬성을 한다구 그래유. 누가 그랬시유? 그렇게 야그하면 안되지…."

지난 7일 오후 충남 부여군 부여읍 부여 버스터미널 뒤편 식당골목. 30여년간 순대국밥집을 운영해 온 김모씨(57·여)는 "4대강(금강) 사업을 주민들이 잘 모른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 '찬성한다'고 말하는 건 안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거리에 금강발전협의회 명의로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정혁수 기자

부여읍 거리에는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이곳저곳에 나붙었다. 백제 성왕상이 자리잡고 있는 부여읍 소방서 로터리에는 '백마강이 살아야 부여가 산다. 부여보 반대 도지사가 할 말이냐'는 현수막이 금강발전협의회 명의로 내걸렸다. 그렇다면 지역주민 상당수가 저 현수막대로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씨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아, 그 사람들이야 모래 팔아 장사하는 사람들이니까 찬성하겄쥬."

바닥 민심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오는 손님들 야그하는 것 들어보면 '4대강 땜시 죽겄다'고 하는 소리가 많아유. 그 전에 시금치 농사 지으면 뭐가 됐든 손에 일당 몇 만원씩이라도 쥐고 했는디…. 지금은 4대강 땜시 농사를 못허잖유. 4대강이 '없는 사람만 죽인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유."

하천부지에서 수십년 농사를 짓다 4대강 보상비를 받고 떠난 농민들은 지금 어떻게 지낼까.

"어설프게 돈 조금 받은 사람은 쓰기 좋게 거지됐슈. 돈 많이 받은 사람은 이사가고 없시유. 4대강 좋다는 사람은 아마 열에 하나밖에 없을 거여. 금강 하굿둑? 그거 하나만 열어 버리면 될 걸 왜 이렇게 난리냐구. 쯧쯧."

부여 버스터미널 입구에서 풀빵장사를 하는 원모씨(63·은산면)는 요즘 한걱정하고 있다. 큰아들(43·포클레인 기사)과 둘째아들(38·기계차 기사)이 몇 달째 일거리를 못찾고 있단다. "부여보 사업현장이 지척에 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냐"는 질문은 우문이 됐다.

"장비, 인력 다 갖고 있는 큰 회사에서 왜 바깥 사람들을 쓰겄시유. 그런 곳에서 일거리를 얻을래두 다 줄이 있고, '빽'이 있어야 들어가는 거유. 누가 뭐래두 없는 사람만 죽는 거지, 뭐."

답답하다고 했다.

"아, 4대강 같은 거창한 사업 말구, 길도 내고 뭣도 하고 해야 서민들도 돈 좀 만져보고, 우리 아들들도 바빠지고 할텐디 돈이 다 강에 처박혀 내려 올 돈이 없다잖유."

정부가 사업을 잠시 중단하고 국민적 합의를 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안대광씨(20·공주대 2년)는 "대운하 하려다 국민저항 세게 받다보니 4대강 사업으로 이름 바꾼 것 아니냐"며 "정부가 사업에 대한 국민 여론을 좀 더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4대강 공사현장은 대부분이 일용직인데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해요.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들렀다. 찬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4대강 공사가 생태계 망가뜨린다고 하지만 현재 금강에 그런 것 없어진 지 한참 됐어. 준설하면 침수우려 없어지고 농지도 높아지는 건데 누가 반대한다 그랴. 반대는 무슨 반대여."(조재현씨·69·공주시 신관동·협진공인중개사)

8일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왼쪽)과 이봉수 국민참여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 권기정 기자

■ 경남 도민들은 무관심·무신경…"신공항 늦어진다" 불만도

◇ 무덤덤·무신경 속 지역별 온도차 = 경남의 민심은 대체로 '무관심, 무신경, 무덤덤'으로 정리될 수 있었다.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난리법석을 떨고 있지만 주민들은 정작 "무슨 일이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지역별로 온도차는 조금씩 느껴졌다. 창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시민들이 한마디씩 반대의견을 내비치고 있었다. 밀양과 양산 지역은 상대적으로 무덤덤한 분위기였다.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다는 시민도 많았다. 침수 피해 우려가 있는 함안은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반면 합천은 무슨 일이 있느냐는 듯 조용했다.

지난 5일 저녁 창원 상남동 일대 식당가. 40대 직장인들이 4대강 사업을 화제로 올렸다. 소주 서너잔이 오가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인자 우짜것노. (보를) 뿌사삘끼가. 반대해 봐야 소용없는 기라."

"행님요. 그건 아니다. 4대강 찬성하는 쪽에서 그래(그런 식으로) 말한다 아닙니꺼. 나중을 생각하면 뿌싸삘 수도 있는 깁니더."

옥신각신 끝에 선배로 보이는 직장인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고마하자(그만하자). 머리 찌내린데이(아프다)."

지난 6일 밀양시 교동. 4대강 사업 구간이 있는 지역이지만 많은 시민들이 "큰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4대강에 예산을 퍼붓느라 (동남권)신공항이 늦어진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신공항으로 밀양 땅값이 억수로 올랐어예. 근데 요새 보이까네. 4대강 따문에 신공항이 (정책결정에서) 밀리나뿐기라. 밀양 사람들 말은 안해도 뿔따구나(화가 나) 있다 아입니꺼."(이경화씨·41·식당운영)

양산시청 부근에서 만난 한 시민은 "4대강 문제로 시끄러운 줄은 알지만 무엇이 옳은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홍수를 막고 수질을 좋게 하는 것인지, 홍수피해가 늘고 자연이 훼손되는 것인지 정말로 정답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7일 함안군에 들렀다.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침수피해 우려가 높은 낙동강변 주민뿐 아니라 가야읍 주민들도 4대강 사업을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가만히 내삐리 도도(두어도) 잘 살낀데…. 손타면 죽는다 아이가. 강바닥 파 제껴보이 뭐 노오더노(나오던가). 폐기물하고 뻘 아이가."(박용현씨·67·농민·가야읍)

< 권기정·정혁수 기자 kw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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