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삼성동 '소연'..구수하고 달콤한 멸치국수 일품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쪽 블록 골목에는 '소연'이라는 정감가는 식당이 있다. 가정집을 개조해 열었는데 뜰에는 감과 대추가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와 대추가 있다. 1층도 괜찮지만 안방으로 쓰였을 것 같은 2층 방에서 노랗게 익어가는 감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면 참 운치가 있다.
소연은 인사동의 유명한 칼국수집 '안동국시 소람'과 같은 계열의 식당이다. 소람은 YS칼국수로 널리 알려진 '소호정'에서 운영하던 또 다른 이름의 칼국수집. 소호정이 모점이니 자연히 그 비법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소람 인사점은 MB와 김윤옥 여사가 자주 다녔다고 한다. 대선 베이스캠프였던 안국포럼을 열면서 자연히 이 집을 자주 이용하게 됐다고 한다. YS와 MB가 같은 맛을 이어온 칼국수를 좋아했다니 인연치고는 신기하다.
그 소람 인사점을 컨설팅회사인 아이그룹(i-Group)의 고봉상 사장이 인수했다. 대우조선 기획부장과 동부한농화학 부사장을 역임한 고 사장은 소람 인사점을 모태로 또 하나의 안동국시 체인을 만들었다. 소람은 인사점 외에 분당점과 백운호수점(의왕시)을 운영하고 있다.
컨설팅 전문가답게 고 사장은 소람과는 다른 컨셉트로 '소연'이란 이름의 한식당을 열었다. 이곳에도 국수가 메인 메뉴 가운데 하나로 들어가 있는데 소람이 쇠고기 양지 육수를 쓰는 것과 달리 이곳에선 멸치 육수를 쓴다.
멸치 육수라고 하니 그저 그러려니 지레짐작하면 곤란하다. 여느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 아니다.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달콤하고 고추의 매운 맛도 살짝 풍긴다. 그 맛에 끌려 계속 마셔도 시원하고 구수한 느낌이 들 뿐이다. 칼국수는 분명 칼국수인데 면발은 아주 가늘다. 그래서 상당히 부드러운데 그렇다고 풀어지는 것도 아니다. 온도를 바꿔가며 하루 동안 숙성한 반죽으로 빚었기 때문이란다.
배추김치와 부추김치를 곁들여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입맛을 다시니 그때서야 입술에 살짝 멸치의 맛이 느껴질 정도다. 멸치로 어떻게 이런 맛을 내느냐고 물으니 10월에서 1월 사이에 잡는 좋은 멸치만 골라서 신선하게 보관하며 쓰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 사장은 성공한 식당의 비결을 △좋은 식자재를 쓰고 △선선하게 조리하는 것으로 요약한다. 그래서 값에 상관없이 최고의 멸치와 최고의 (돼지)고기, 국내산 배추와 국내산 녹두 등을 고집한다.
신선한 음식을 상에 올리려고 모든 음식이나 반찬은 식당 내에서 조리하고 그날 만들어 그날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배추파동이 났을 때도 이곳엔 변함없이 신선한 배추김치가 올라왔다. 꾸준함으로 장기승부를 하겠다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가 요리 개발 맡아
그는 소연의 컨셉트를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잡고 동시에 외국까지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요리를 개발하고 있다.
보통은 주방장이 맛을 좌우하는데 이곳에선 과감하게 조리인력과 개발인력을 분리했다.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요리 개발은 철저히 외부 컨설턴트에게 맡겨 아웃소싱하고 있다. SBS 왕중왕전에서 1등을 한 이재훈 요리사와 이소영 찬방의 이소영 씨, 라퀴진의 전 조리장 등이 소연의 요리 개발을 돕고 있다. 고 사장은 "소연의 만두는 이재훈 요리사가 개발했고 멸치국수는 이소영 씨가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주방에선 외부 컨설턴트가 개발한 레시피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에 따라 약간 수정될 수는 있지만 일단 정해진 레시피는 철저히 따른다. 그래야 점포나 사람에 관계없이 일관된 맛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료 고유의 맛 살린 정갈한 음식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전체적으로 이곳 음식은 정갈한데 간을 살짝 뺀 듯 약간은 심심하다. 입에 좋은 음식이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먼저 양식당의 스프처럼 흑미에 콩을 섞어 쑨 죽이 나왔다. 색이나 맛이나 수수죽의 느낌이 들었다.
샐러드 차례엔 청포가 나왔다. 보통 많이 쓰는 김을 넣지 않는 대신 미나리와 숙주나물에 약간의 고명을 곁들여 냈다. 선도를 유지하려고 상에서 와사비소스를 섞어 먹는데 새콤달콤한 맛이 여성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이 집의 간판 메뉴라고 하는 전은 호박과 미역 동태로 삼색전을 만들어 냈다. 한눈에 보기에 노릇노릇한 게 너무 오래 부치지 않아 재료의 맛이 살아있을 것 같았다. 호박전을 한입 베어물었다. 살짝 익은 신선한 애호박의 단맛이 묻어났다. 미역전은 꼬들꼬들하면서도 감칠맛이 있었다. 얇게 저민 동태살에 계란을 살짝 씌운 동태전은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했다.
문어수육은 맛좋은 왕문어 다리를 썰어낸다. 산 문어를 즉석에서 데쳐 신선하게 보관했다가 낸다고 하는데 꼬들꼬들한 식감이며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소람에선 소 양지 수육을 내는데 이곳에선 돼지 삼겹살 수육을 낸다. 한약재와 과일을 넣어 삶았다는데 부드럽고도 촉촉한 육질이 입맛을 돋게 한다. 낙지다리와 무채를 곁들여 수육을 싸먹는다. 그런데 배추가 절인 것은 분명한데 짠맛이 전혀 없다. 그래서 수육과 낙지 무채의 맛이 모두 살아났다.
녹두전은 적당히 도톰한 게 제대로 부쳐져 살짝 씹히는 맛과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녹두 특유의 맛이 살아 있었다. 후식으로 제철과일과 수정과를 냈다.
■ 소연은…
삼성점(02-577-4490)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영업을 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 식당(02-3467-8640)은 백화점 영업일에 맞춰 문을 연다. 예약하면 예약자 이름을 인쇄한 종이를 깔아 상을 준비한다. 온돌로 된 2층에선 간단한 세미나도 할 수 있다.
소연국수 7000원, 만둣국·소연국밥 각 8000원, 정식 A코스 1만1000원, B코스 1만7000원, 자연송이국수가 나오는 특선정식은 2만5000원. 녹두전 小 6000원 大 1만1000원, 참문어 小 2만1000원, 大 2만6000원.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50호(10.1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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