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늘]1995년 연극 '미란다' 법정에 서다

박주연 기자 2010. 10. 1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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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공연예술물 유죄 판결

"연극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여배우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연기가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도 여배우의 전라연기는 성적 수치심과 음란성을 자극하는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 예술의 경계를 넘어선다."

1995년 오늘 서울지법 형사4단독 최승곤 판사는 연극 < 미란다 > 의 주연 남자배우 겸 연출자인 극단 포스트 대표 최모씨에 대해 공연음란죄를 적용,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연극·영화 등 공연예술물이 법의 심판대에 올라 유죄를 선고받은 최초의 사건이다.

최모씨가 법정에 서게 된 배경은 1994년 6월부터 7월까지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영국작가 존 파울즈의 원작 < 컬렉터 > 를 각색한 연극 < 미란다 > 를 공연하면서 주연배우 김모씨(당시 23세)를 나체로 10여분간 하루 2차례 출연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주연 여배우 김씨의 전라 성애장면을 조명장치로 흐릿하게 처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라장면을 10여분간이나 공연한 점에 비춰 미학적 효과보다는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해 관객의 성적 자극을 유발시키려는 상업적 의도가 엿보이고 △여배우의 전라 장면도 원작의 전체적인 흐름과 배치돼 이 연극이 예술이라기보다는 음란물에 해당된다며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1996년 6월 열린 대법원 판결도 원심과 같았다.

공연물의 외설 시비는 < 미란다 > 가 처음은 아니었다. 1988년 극단 바탕골의 < 매춘 > 도 공연법 위반과 외설 시비를 이유로 당시 서울시로부터 공연 및 극단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극단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승소했다.

예술과 외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 연극은 < 미란다 > 이후에도 꾸준히 등장했다. 성기능 장애를 겪는 교수가 아내의 주선으로 여자 모델과 불륜을 저지르며 성기능 회복을 시도한다는 내용의 < 마지막 시도 > 는 노골적인 대사, 알몸 연기 등으로 연출자가 구속됐다. < 오! 제발 > < 교수와 여제자 > < 즐거운 사라 > < 논쟁 > 등도 외설 논란에서 비켜가지 못했다. 이 중 남녀배우 4명이 알몸으로 연기하는 < 논쟁 > 은 2009년 8월 초연 당시 벗는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평단의 호평까지 이끌어낸 데 힘입어 올해 < 논쟁 B.C > 라는 제목으로 대학로에서 앙코르 공연 중이다. 프랑스 극작가 겸 소설가 피에르 드 마리보의 작품(원제 'La Dispute')이 원작으로, 사랑에 대한 원초적 질문을 던진다.

<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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