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경찰은 느는데.. 징계는 '솜방망이'
부산경찰청 소속 김모 경사 등 5명은 지난 1월 음식점에 모여 도박판을 벌였다. 근무 중 저지른 도박은 석 달 만에 꼬리가 밟혔고, 모두 파면 또는 감봉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일부 경찰관이 행정안전부 산하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자 징계는 견책 처분(훈계 수준의 경징계)으로 낮춰졌다.
현직 경찰관의 비위 행위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소청심사를 거치면서 절반가량은 징계 수위가 대폭 낮아지고 있다. 내부 감찰 강화를 부르짖고 나선 경찰의 다짐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민주당 문학진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공무원 징계현황 및 소청심사위원회 심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비위를 저질러 징계받은 경찰관 수는 2008년 801명, 지난해 1169명에 이어 올해 8월까지 818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유형별로 보면 금품 및 향응수수가 3년간 모두 339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경찰청 소속 이모 경위는 2008년 5월 부동산 사기단에게 동료를 소개해주고 이들에게 대가로 34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들통나 지난 2월 파면됐다.
성매매·성추행·성희롱 등 성범죄로 적발된 경찰관도 66명이나 됐다. 함모 경장은 길 가던 여대생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성추행을 저질렀음에도 감봉 1개월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나모 경장의 경우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파면당했다. 최모 경위는 부인을 폭행한 뒤 구급차에 이송되는 부인을 끌어내려 다시 폭행했지만 견책 처분만 받았다.
근무태만·품위손상 역시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모 경사는 술에 취한 채 순찰차를 보내달라고 난동을 부려 견책 처분을, 김모 경위는 내연녀와 골프를 치려고 허위 출장을 갔다가 파면됐다. 이 밖에 이모 경사는 부인을 경찰봉으로 폭행하고 감봉 1개월을, 또 다른 이모 경사는 도박 현장에서 단속은 안하고 구경만 해 감봉 1개월 처분을 받는 등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징계를 받은 경찰관 가운데 소청심사를 청구한 비율은 2008년 30%, 2009년 53%, 올해(8월 현재) 41%로 나타났다. 징계 완화 비율은 2008년 32%였으나 2009년은 42%, 올해는 8월까지 44%를 기록했다. 심사를 청구한 경찰관 가운데 거의 절반이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성공한 셈이다.
징계받은 경찰관 가운데 계급별로는 경사(48%)와 경위(28%)가 가장 많았다. 이들은 일선 경찰서 팀장·반장급의 초급 간부들이다. 이들이 고위 간부들보다 비위를 많이 저지르는 이유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성과주의'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성과주의를 강조해온 조현오 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한 지난 1~8월 서울청의 경우 징계받은 사람은 276명으로 징계 건수 전국 1위에 올랐다. 전국 지방경찰청 징계의 33.9%를 차지하는 수치다. 또 현장 실무반장들이 경정 이상 간부로 승진이 쉽지 않은 구조 때문에 '한탕'식 돈벌이에 쉽게 유혹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학진 의원은 "계속되는 지적에도 경찰관 비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경찰 스스로 비위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소청심사위의 징계완화기준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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