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꿈, 소행주에서 이뤄볼까?
회사 이름치고 낯설다. 소행주! 소행성도 아니고 소행주라고? 풀어 쓰면,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 만들기’란다. 집을 사는 게 아니라 만든다고? 슬로우라이프 유행마냥 한옥집을 만드는 건축사무소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일었다. 전체 직원은 공동대표 2인을 포함해 모두 4인으로 단출하다. 자본금 51%는 마을에서 조성하고, 이사 몫 60%도 마을 내 주주에게 할애했다. 마을 기업을 목표로 삼은 주식회사이다. 소행주 류현수 공동대표는 “계속 정착해서 살기 힘든 제도와 구조를 갖고 있는 도시에서 주거문제를 함께 풀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그리는 그림은 ‘코하우징’ 같은 공동주거방식이다. 집을 사서 ‘소유’하는 게 아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다. 사생활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예를 들면 서재·유아 놀이실·세탁실 따위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거 공간이다. 이런 코하우징은 1970년대 초반 덴마크에서 시작해 조금씩 형태의 변형을 거치며 스웨덴, 미국, 일본 등으로 퍼져나갔다. 일본에도 소행주와 같은 공동주택 코디네이터회사인 도주창(도시주택을 자신의 손으로 창조하는 모임)이 있다. 그러나 일반인이 개별적으로 공동주택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소행주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소행주는 재작년부터 사례를 분석하고 지역 설문조사를 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과정을 거쳤다. 공동주택의 의미에 공감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수요자를 찾아 나섰다. 박흥섭 공동대표는 “공동 주택은 작은 평수로도 풍요로운 주거환경을 영위할 수 있다. 평수를 늘리기보다 적정 규모에서 공통공간을 만들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1년간 발품을 판 끝에 지난 9월11일 소행주 공동주택 1호의 첫 삽을 떴다.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한 고민이 영글어 행동으로 옮겨진 셈이다. 내년 3월경 모두 9가구가 입주하게 될 소행주 1호 공동주택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들어선다. 393m²의 공간에 6층짜리 주택이다. 소행주 1호 주택이 착공식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도심 공동체인 성미산 마을이 있어 가능했다. 성미산 마을은 마포구 성산동을 비롯해 세 개 동의 주민들이 느슨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육아문제에 의기투합한 젊은 부모들이 1994년 우리어린이집을 통해 공동육아로 서로의 짐을 나눠지면서 자연스레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렇게 시작된 ‘마을 살이’는 생협을 만들고, 동네 극장을 만드는 등 그 때 그 때 필요한 모습으로 적절히 변신을 거듭해 왔다. 이번 변신의 주제는 공동주택이 된 셈이다. 성미산 마을로서도 새로운 실험이다. 소행주 1호 주택이 들어서는 건물을 허물기 전 소행주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낙서를 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집 한 채를 짓는 전 과정 역시 아이들을 교육하는 살아있는 교재가 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마을을 아이들의 고향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작은 평수로도 풍요로운 주거 환경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막연히 꿈꾸던 것이 실현될 수 있어 마음이 찡하다” 등등. 혼자서는 힘들었을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게 될 입주자들의 소감은 빈 땅 위에서도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소행주의 공동대표인 박흥섭 대표와 기획코디인 박종숙씨도 입주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기성품 같은 아파트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느낌이 든다. 아이가 숨어 놀수 있는 다락방을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고, 임신 중인 박 기획코디는 “입주 전부터 긴 시간 신뢰관계를 맺어온 믿을 수 있는 이웃들과 함께 공동으로 육아를 해결할 수 있는 점이 기대 된다”라고 말했다. n호 공동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사람이 사는 곳은 천차만별이다. 손낙구씨의 〈부동산 계급사회〉를 보면 누군가는 혼자 1083채를 혼자 소유하고 있지만, 대다수 무주택인 사람들에게 집은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은 대개 실현 시키지 못한 꿈으로 상속되곤 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세 명 중 두 명이 5년에 한 번씩 이삿짐을 싼다. 수도권으로 좁혀보면 더 심하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5년마다 집을 옮겨 다닌다. 짐을 싸고 푸는 동안 사람들은 마을이라는 공동체 개념을 잊게 된다. ‘비싼’ 서울은 어울림을 허락하지 않는다. 소행주의 실험은 어쩌면 무모해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몇 평 짜리 아파트를 고를까 고민하는 것 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입주를 예정한 9가구의 가족들은 기꺼이 함께 하기를 주저 하지 않았다. 류현수 공동대표는 “공동주택은 집짓기를 결심하고, 땅을 선택하고, 설계하고, 짓는 그 전 과정이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하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경제적 논리로 쉽게 분양 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일방적인 건설문화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소행주가 그리는 최종 그림은 무엇이 될까? 이번 공동주택이 1호라는 분류번호를 얻은 것은 앞으로 2호·3호…n호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호 주택의 착공식과 비슷한 시기에 이들이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비혼자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공동주택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박종숙 기획코디는 “현재까지는 성미산 마을이라는 기반 위에 함께 무언가를 이뤄온 경험과 성취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공동주택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단순히 마포가 아닌 전국 곳곳에서, 또 다양한 사람들을 포괄하여 생길 수 있도록 하는 다리 역할을 소행주가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장일호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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