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사원의 행복이 택배 발전의 척도"
한진 택배사업본부장 임태식 상무
"전자상거래 성장에 업계경쟁 치열…차별화된 서비스로 개인택배시장 공략"

[이코노미세계] 1992년 한진택배 배송 물량은 하루 세 건. 이 중 두 건이 고객이 보낸 것이고, 한 건이 당시 택배사업팀에서 근무하던 임태식 상무가 서비스 확인 겸 친구에게 보내본 것이다. 물량은 아주 서서히 늘었다. 단가는 4000원으로 물가 대비 굉장히 비싼 편이었다. 한진택배가 처음 선보였던 초기 택배서비스는 지금 같은 생활밀착서비스가 아닌 고품격서비스였다.
"당시 개인택배서비스 파발마를 알리기 위해 TV 광고를 했습니다. 파발마 트럭이 지나가면 어린이들이 "파발마다!" 하면서 마치 소독차 쫓아가듯 파발마 트럭 뒤를 따르곤 했습니다. 집에서 집으로 배달하는 생소한 서비스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이 많았던 때입니다"
사업 초기 배송사원은 모두 한진 소속 정규직이었고, 매달 두둑한 월급이 보장됐다. 또 서울, 경기도, 강원도에서 발생하는 물량을 모두 서울 구로터미널에서 소화하던 시절이었기에 노동 강도 면에서도 지금만큼 힘들지 않았다.
그때는 택배배송원이 직업계의 블루오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요즘은 신용불량자마저 일하길 꺼리는 직종이 된 걸까?
아무리 택배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매년 최대 물량을 소화하고 매출액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 머릿속에서 택배는 유통과 제조 아래 존재한다.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은 택배업계에는 약이자 독이다. 택배가 생활밀착서비스로 자리 잡고 지금 같은 양적 성장을 이루어 낸 주역인 동시에 서비스의 질은 무참하게 추락시켰다. 안타깝게도 이는 양적 성장을 이루는 단계에서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업계 경쟁이 상당히 치열합니다. 서로 최저가로 팔아야 하는 현실이죠.그러다보니 제품을 팔아서 수익을 내야 하는 유통회사가 수익 일부를 택배비로 충당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고객에게 택배비 2500원을 받고 택배회사에는 1600원만 주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조건에서 우린 또 우리끼리 저 물량을 따내려 경쟁하며 상황을 악화시켰습니다. 이 와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게 배송원입니다. 그들의 고된 하루하루는 택배업계의 현주소와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택배배송원은 한 달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200만 원 이상을 벌기어렵다. 임 상무는 한 달 순수익이 300만 원은 넘어야 배송원이 행복해질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택배 서비스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발빠르게 움직여도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다. 지금 단가로는 절대 배송원이 300만 원 이상 벌 수 없다.
임 상무는 단가로 경쟁하는 것도 이제 막바지라고 했다. 내려갈 만큼 내려갔기 때문에 더 내려가는 일은 기업 생존을 위해서라도 막을 수밖에 없다.
"요즘은 소량 구매가 보편적입니다. 예전에 뭐든 한 상자씩 사서 두고두고 먹었다면, 요즘은 작은 단위로 포장한 상품을 사서 먹고 또 사서 먹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10년간은 지금처럼 두 자릿수 성장이 어렵지 않으리라고 보입니다만, 일본이 2009년부터 물량 내림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우리도 머지않아 정체단계에 들어갈 겁니다. 이처럼 지금과 확연히 바뀌는 상황에서 필요한 건 단가가 아닌 서비스 경쟁입니다"
한진택배는 올해 개인택배 업무 전담 부서인 '파발마'를 신설해 아직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는 C2C시장(개인택배)을 공략하며 서비스를 다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5년 후에는 B2C, B2B보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C2C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택배사업부분에서만 매출액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루에 발생하는 물량이 3건에서 60만 건으로 성장한 건 정말 기쁘지만 그만큼 추락한 배송원의 처우가 더 가슴 아픕니다. 배송원이 최소한 고생에 비례하는 수입은 돌아와야 일할 맛 나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걱정했던 서비스의 질은 자연스레 올라가겠죠. 기업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경쟁해야 합니다. 배송원이 행복하면, 1조 원 목표 달성이 포부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김누리 기자 sk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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