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만점·높은 학점..취업 실패 이유는?

# 사례1. 2008년 K그룹 홍보팀에 입사한 L씨(30). 토익 890점에 학점 4.0(4.5만점)을 자랑하는 '스펙'을 갖춘 그였지만 취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경력은 따로 있었다.
광고와 홍보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시절 각종 공모전에 참가해 세 차례나 수상을 하며 자신이 일할 분야를 위한 '진짜 스펙'을 만들어 나갔던 것. L씨는 이 같은 경력으로 인사 담당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취업문에 골인할 수 있었다.
# 사례2. 서울 시내 명문 사립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B씨(26)는 언론사 주최 경제논문 대회에서 입상했다. 그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대학 수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논문을 통해 저출산과 관련한 대안을 가지고 깊이 있는 토론을 할 수 있었고, 마침 기업 토론면접에도 주제로 나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높은 토익점수와 고학점, 배낭여행 혹은 어학연수 경험 등으로 대표되던 '취업용 스펙'이 변화하고 있다.
영어실력이 아닌 '토익실력'을 높여주는 족집게 학원 강의가 범람하고 재수강ㆍ삼수강을 통한 학점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데다 천편일률적인 어학연수, 배낭여행 경험을 모두가 이력서에 적는 시대가 되면서 '차별되고 더 깊이 있는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24일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와 대학가 등에 따르면 '토익과 학점'으로 대표되던 '기본 스펙' 은 각 기업에서 요구하는 최소 요건만 갖추면 될 정도가 됐다. 반면 공모전 수상이나 실무 경험 등 실제 현장 업무 분야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경력이 주요한 스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신종 현대자동차 인재채용팀 과장은 "천편일률적인 스펙을 강조한 지원자보다는 마케팅 공모전이나 자동차 설계공모전 등 공모전 입상 수상자들이 일반적인 지원자들보다 취업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종성 롯데백화점 인사팀 매니저는 "지원자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로만 지원자 적성과 능력을 판단해야 하는 서류전형에서 경제논문이나 공모전 수상은 지원자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한다"며 "서류전형을 진행할 때 자기소개서에 경제논문, 공모전 수상 등 이력이 있으면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 경험도 단순한 어학연수나 배낭여행 수준에서 더 나아가 국제기관 경험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글로벌 감각을 중시하다 보니 외국 탐방단 등 실질적 외국 경험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며 "G20 정상회의에 서포터로 참여해 보는 등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기업들에 좋은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취업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구자범 씨(25)는 "요즘 대학생들은 토익 등 기초 스펙에 가까운 것들은 '통과의례' 정도로만 생각하고 점수 경쟁을 벌이지 않는다"며 "경제논문이나 공모전 등에 매진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고려대 출신인 한 취업 준비생은 "내가 채용 담당자라도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뻔한 스펙 쌓기만 늘어 놓는 학생을 뽑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제 영어 구사능력이라든지 국제기관이나 외국 기업 인턴 같은 실무 경력을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연 기자 / 박윤수 기자 / 정동욱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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