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의 여행스케치]공간의 프레임-기차여행

오영욱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2010. 9. 1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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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훌륭한 건축입니다. 순수하게 기능적인 논리로 짜인 그 모양새에는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내부 공간은 쾌적합니다. 아직도 몇몇 기차에는 변기 구멍 밑으로 철길이 보이는 화장실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그 또한 묘한 쾌감을 줍니다. 무엇보다 바깥 경치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에 기차만한 공간은 또 없습니다.

감옥이 아닌 이상 모든 공간은 바깥 풍경과 나름대로의 관계를 맺습니다. 창은 그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특히 기차의 창은 채광이나 통풍보다는 풍경을 바라보게 하는 목적이 더 큽니다. 특별히 시선을 가리는 것 없이 모든 경치를 객차로 끌어들입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막 사색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경부선을 탔을 땐 슬프게도 역방향 통로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창에는 커튼이 쳐졌고 주변에 아름다운 사람도 없었기에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기차의 덜컹거림에 몸을 맡긴 채 그림을 그렸습니다.

< 오영욱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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