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현의 중국 엿보기>베트남서 '반중(反中)' 감정 커지는 이유?
베트남 여성의 한국 결혼이민사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엔 중국의 경제력 증가로 한국 대신 중국으로 시집가는 베트남 여성들이 늘면서 새로운 현상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의 뿌리 깊은 '반중(反中)' 감정이다.
중국의 뿌리깊은 남아선호 사상 탓에 남초(南草) 현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수만 명의 중국 남성들이 자국에서 배우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미혼남성은 2020년 약 2400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우자로서 베트남 여성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 난닝(南寧)과 베트남 하이퐁을 운행하는 장거리 버스의 승무원 리리는 "매주 상당수의 프리랜스 결혼 알선업자들과 중국 미혼남성들이 버스에 올라 베트남으로 떠난다"고 전했다. 2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소개된 다이웬쉥(42)도 그중 하나다.
▶손가락질 당하는 중국인 결혼 브로커들
=중국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에서 춤 학교를 경영하던 다이웬쉥은 지난해 9월 베트남에서 현재의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 그의 '베트남 신부 찾기' 여정이 중국 언론에 보도된 후 그는 아예 국제결혼 알선업자로 나섰다. 신문은 그가 자국에서 젊고 순종적인 여성들로 가득찬 베트남을 개척한 선구자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그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다이웬쉥은 베트남 하이퐁에서 탄롱호텔을 운영하며 중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맞선을 주선한다. 인근 주민들은 그의 활동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베트남 여성 롼치반(21)은 "탄롱호텔은 규모가 작아 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금은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그녀는 "경찰인 남자친구와 그의 동료들은 그곳에서 불법적인 다국적 매춘이 이뤄지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면서 "결국 경찰이 호텔을 덮쳐 불법 결혼 알선업자와 중국 남성들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롼치반은 "중국 남자들이 베트남 여성들에 5000달러 정도를 지불했다고 들었다"면서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하는 짓은 불결하고 사악하다"고 말했다.
중국에 팔려가는 자국 처녀들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간 뒤 여론은 더 악화됐다. 중국인 관광객 커우리에는 지난 5월 호치민에서 택시기사에 호되게 질타 받은 이야기를 전하며 "기사는 화가 내서 영어로 '중국인들은 우리의 땅과 재산도 모자라 이제는 여자까지 훔쳐가고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 수십년 간 누적된 양국의 역사적 갈등 표출=이 같은 반중감정은 비단 국제결혼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1979년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 전면전을 벌인 뒤로 양국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가장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남사군도 100개 섬 가운데 베트남은 20개 섬을 실효지배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말 러시아와 20억달러 규모의 무기구매 계약을 체결, 킬로급 잠수함 6척과 SU-30MK2 전투기 12대를 구매하며 군비 확충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기인한 반중감정은 베트남이 하노이-오치민 간 남북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일본의 신칸센(新幹線) 기술방식을 채택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베트남의 정치인들은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베트남을 침공하기 위해 고속철을 활용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중국의 고속철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엔 중국 회사가 베트남에 보크사이트 광산을 지으려다 이례적으로 베트남 지성인 130명의 반대 시위에 부딪혔다. 특히 베트남 독립영웅 보응우옌잡(武元甲ㆍ97)은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광산이 환경 및 소수민족과 자국의 안전 및 방위에 미칠 광범위한 피해를 강도높게 경고했다.
▶'반중감정' 양국 경협 최대 걸림돌로 부각
=중국의 대 베트남 추세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따라 반중감정도 점차 커지고 있다. 롼치반은 "중국인들은 우리보다 잘사는 것처럼 보지만 많은 베트남인들은 중국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에게 그들은 그저 모든 걸 먹어치우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탐욕스런 이들"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광저우(廣州)시 지난(?南)대학 동남아연구소 수잉원 교수는 "많은 중국인들은 베트남과의 관계를 일종의 제휴로 보기 때문에 베트남 신부나 노동자 관련 기사가 자주 보도된다"면서 "두 국가가 함께 이익을 추구하며 영향력을 미치도록 노력해 나가겠지만 역사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잘 다루지 못한다면 저항과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
▶유지현 기자의 <중국 엿보기>는=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이미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했고, 최근엔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해 맹렬히 질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동적인 변화의 중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놀라움과 찬사, 경계와 질시 등 각양 각색입니다. <중국 엿보기>는 중국 내부의 목소리가 아닌, 외부의 관점에서 바라본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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