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리더' 설 곳 없다..삼성, 전자종이 방식 생산중단
스마트폰ㆍ태블릿PC에 밀려전자책 판매 1만권 vs 600권…갤럭시S가 e리더의 17배 달해가격인하ㆍ해외진출로 생존 모색
'17:1'.지난달 스마트폰과 전자책 전용 단말기(e-reader)를 통한 교보문고의 책 판매량을 비교한 수치다. 삼성전자 갤럭시S를 통해 팔린 전자책은 1만권에 달한 반면 삼성의 e리더를 통한 판매는 600여권에 그쳤다. 전자책 시대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던 e리더의 초라한 입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e리더는 장시간 사용해도 눈에 피로를 주지 않는 전자종이(e-paper) 패널을 사용해 책을 읽기 편하도록 만든 단말기다. 하지만 비싼 가격,불편한 사용자 환경(UI) 등을 극복하지 못해 전자책 시대를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태블릿PC,스마트폰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기기들에 밀려나고 있다.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전자종이 패널을 쓰지 않기로 하는 등 e리더 진영의 우군까지 축소되고 있다.
◆기로에 선 e리더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내놓은 단말기(SNE-60K)를 끝으로 전자종이 패널을 쓰는 e리더를 더이상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종이 패널은 공급처가 몇 곳에 불과한데다 가격이 비싸 더이상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내년 내놓을 후속 모델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이용한 멀티미디어 기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킨들로 e리더 열풍을 주도해온 미국 아마존도 태블릿 PC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아마존이 전자종이를 사용하는 킨들과 달리 MP3 음악 파일과 주문형 비디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LCD 기반의 멀티미디어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최근 킨들의 세 번째 버전을 출시했지만 e리더가 힘을 잃을 것에 대비해 다른 대안까지 찾기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리더의 입지가 위협받는 이유는 제한된 기능 탓이다. 패널로 사용하는 전자종이는 LCD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화면 전환 속도가 느려 페이지를 넘길 때 화면이 어색하게 깜빡이는데다 패널 가격이 비싸 단말기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영화 · TV ·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태블릿,스마트폰 등에 비해 활용성도 크게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e리더 보급이 빨랐던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e리더가 태블릿PC, 스마트폰과 바로 경쟁하는 구도여서 전자책 시장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교보문고 등 인터넷 서점들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e리더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단말기를 지원하는 형태로 서비스 기반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낮춰 생존 모색하는 e리더
e리더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단말기 가격을 낮추고 있다. 전자책 전문기업 북큐브네트웍스는 최근 6인치 화면의 e리더(B-815)를 14만9000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다. 30만원대 수준이던 기존 e리더에 비해 가격이 절반에 불과하다.
세 번째 킨들을 내놓은 아마존도 무선랜 지원 단말기 가격을 139달러로 책정,경쟁사 반즈 앤 노블의 제품 보다 10달러가량 낮췄다. 대당 499~829달러에 이르는 아이패드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선 것.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전자종이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아이리버와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e리더 생산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중국 e리더 시장은 지난해 61만대에서 올해 210만대로 244% 급성장하는 등 미국 다음의 큰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교과서를 전자책으로 교체하는 논의가 시작되는 등 e리더에 대한 관심이 많다" 고 말했다.
김태훈/김현예 기자 taehun@hankyung.com
◆ e리더
종이 느낌을 살릴 수 있는 e-paper 패널을 사용,책을 읽기 편하도록 만든 단말기다. 흔히 전자책이라고도 부르지만 콘텐츠에 해당하는 책(e-book)과 구분해 e리더라고 한다. LCD 패널을 사용한 태블릿PC에 비해 빛의 반사량이 적어 눈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고 전력 소모량도 낮아 오래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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