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의 포효'를 지닌 재규어 XK 쿠페
재규어의 변신을 가장 먼저 알린 차가 바로 XK다. 이안 칼럼이라는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를 영입하며 체면을 중요시 하는 영국 신사의 고전적인 이미지를 탈피했고, 젊어진 재규어로 새롭게 태어났다. 고성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디자인과 첨단 편의품목을 대거 접목,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로 새로운 도약을 알린 뒤 XF, 뉴 XJ를 잇따라 출시하며 새로운 라인업을 완성했다. 신형 XK는 쿠페와 컨버터블이 있는데, 그 가운데 쿠페를 시승했다.
▲스타일
XK의 우아한 모습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온다. 낮고 길게 뻗은 보닛과 매끈한 곡선을 그리는 루프, 그리고 쿠페 특유의 볼륨감 있는 뒤태가 고성능과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이 차의 성격을 말해준다.
앞모양은 독특하면서 단순하다. 기능성을 앞세운 라디에이터 그릴은 조금 낮은데, 가운데에는 재규어 엠블럼이 자리잡았다. 범퍼 아랫부분에는 대형 공기 흡입구를 만들어 차의 냉각 성능을 극대화했다. 옆모양은 낮고 길고 부드럽다. 전형적인 고성능 쿠페의 모습이다.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선과 면을 지녔다. A필라는 간결하다. 루프를 지나 C필라까지는 완만하면서 길게 뻗어 있다. 뒷모양은 기존 재규어가 추구하는 영국 스타일을 접목했는데 스포티함을 살리기 위함인가, 앞과 옆의 단순함과는 달리 조금 화려한 편이다.
인테리어는 최근 나오는 재규어들과 비슷하다. 고급스러움을 최대한 강조했다. A필라는 물론 루프는 알칸타라로 마무리해 시각적으로도 편안함을 준다. 실내공간 곳곳은 가죽을 썼고 스티치를 넣어 단조로움을 줄였다. 운전석에 앉았다. 레이싱카에 앉는 듯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하다. 특히 시트는 체형과 주행 성향에 맞게 다양한 부위를 조절할 수 있어 스포츠 주행과 편안한 주행 모두 문제없다. 계기판 시인성도 좋다. 센터페시아의 여러 버튼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다만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터치스크린의 각도가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빛의 난반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CD를 넣고 볼륨을 올렸다. 바우어 앤 윌킨스(B&W)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생생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멋진 엔진음과 어우러지려면 훌륭한 오디오 시스템도 필수다. 그리고 XK에는 기어 변속 레버가 없다. 변속 다이얼이 존재할 뿐이다. 자리 차지를 많이 하는 게이트식 변속 레버를 없앤 대신 주행에 필요한 여러 기능 버튼을 넣었다. 기능성과 디자인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한 선택인 듯싶다.
▲주행 & 승차감
신형 XK는 알루미늄 차체 구조를 지닌다. 항공우주산업에서 개발된 기술을 써서 압출 성형, 프레스와 주조 알루미늄 구성요소를 리벳 결합과 에폭시 결합방식으로 차체를 형성했다. 차 무게는 1,690kg으로 크기보다 가볍다. 이 덕에 정확한 코너링과 날렵한 몸놀림을 보이며 급제동 때에도 빠르게 멈춰 설 수 있다.
XK는 자연흡기방식의 V형 8기통 5.0ℓ 엔진의 최신 버전을 탑재했다. 새로운 연료분사기술과 경량 부품을 씀으로써 더욱 뛰어난 성능과 효율성을 지녔고, 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는 다양한 엔진 속도에서 최고수준의 토크를 만들어낸다. 최고출력 385마력, 최대토크 52.5kg·m의 성능을 내며 변속기는 ZF사의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아울러 19인치 알로이 휠을 달았으며 타이어는 앞바퀴에 245/40R19, 뒷바퀴에 275/35R19 사이즈를 쓴다. 공인연비는 ℓ당 7.8km다. 그러나 신나게 달리면 ℓ당 4km도 채 되지 않는다. 여유 있게 음악을 들으며 정속 주행을 했더니 공인연비보다 조금 나은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차는 연비를 고려치 않고 타는 차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스포츠 성능을 그대로 드러내는 우렁찬 엔진소리와 배기음을 들려준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패들시프터를 써서 수동 변속을 하며 속도를 높여봤다. 시속 200km는 순식간에 돌파한다. 안전 최고시속인 250km까지도 꽤 여유 있게 도달한다. 차는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대로 반응한다. 무식하게 힘만 센 게 아니라 날렵한 맹수의 몸놀림을 그대로 보여준다.
핸들링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자세 유지 능력이 탁월하다. XK쿠페에 도입한 액티브 디퍼런셜 컨트롤(Active Differential Control)이 각 바퀴에 전달되는 토크 비율을 전자동으로 제어해 접지력과 가속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어댑티브 다이내믹스(Adaptive Dynamics)는 댐핑 강도를 노면과 주행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조절해 가장 알맞은 밸런스를 유지한다. 노면이 울퉁불퉁한 곳을 지날 때에도 생각처럼 노면의 충격이 전달되지 않는다. 스스로 흡수하는 듯한 느낌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건 XK의 전반적인 '사운드'다. 고성능 스포츠카라면 흔히 우렁찬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XK도 예외는 아니다. 얌전하게 운전을 한다면 편안한 스포츠 쿠페일 수도 있지만 엔진 회전수를 높이며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긴다면 시끄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엔진의 기계음과 멋진 배기음은 이 차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이는 엔진 흡기와 배기장치의 미세한 조정은 물론 알맞은 방음 설계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총평
XK의 우아한 실루엣과 우렁찬 사운드의 조화가 새롭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고성능 차의 기본기를 지닌 데다 이안 칼럼이 새롭게 디자인한 재규어의 옷을 입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도 감당해야 하는데 멋진 스포츠카에 앉아 있는 운전자의 특권인 만큼 이를 즐길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운전을 하는 내내 즐거움이 가득했다. 생각 이상의 감동을 받은 탓에 심장의 두근거림이 쉽게 멈추질 않는다. 그러나 이런 감동을 위해선 1억5,900만 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대목이다.
시승/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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