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한국은 기득권 과보호 사회"

김회권 기자 |정리·임송 인턴기자 입력 2010. 8. 18. 18:06 수정 2010. 8. 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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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각에서도 안철수 교수(KAIST 석좌교수)는

총리,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등에 거론되었지만 또 '설'에 그쳤다. 막상 안교수는 "제 의사는 안 물어보고 이름이 나왔어요"라며 웃어넘겼다. 그는, 40대는 전문성을 쌓는 시기이지 큰 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현존하는 인물 중 멘토로 삼고 싶은 인물'에서 가장 윗자리를 차지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대중은 매번 변화와 전진을 고민하는 그의 올곧은 원칙에 지지와 존경을 보내고 이ㅆ다. 그런 그에게도 멘토는 있다. 하지만 안교수는 멘토보다 롤 모델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의사, 기업가 그리고 교수로 변신하면서 그 롤 모델은 매번 바뀌었다.

ⓒ시사저널 이종현

▶한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일이든 사람이든 모두 수직적인 체계에 익숙했지만 지금은 수평적인 사고를 가져야 협업이 가능해집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제 자신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제 성격이 시대 흐름에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성격이 '오늘의 안철수'가 있기까지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예전 벤처 거품 때 말과 홍보 논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어요. 저는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었습니다. 자연스레 조직 관리, 조직 장악이 모두 가능해지더군요. 행동과 결과가 더 강력한 메시지가 되는 거죠.

▶오랫동안 학생들과 접촉 면이 많았습니다. 청년 세대에 대한 느낌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한 솔직함, 인터넷이나 디지털과의 만남 등에서 트렌드를 볼 수 있어요. 흐름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죠. 반면에 사회적인 틀이 점점 기득권이 굳어지는 쪽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죠. 젊은이들이 기회를 뺏기는 거거든요. 그런 괴리가 큰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시점이 지금이 아닌가 싶어요.

▶실패에 대해서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고 예전에도 지적하신 적이 있습니다.

기득권이 지나치게 보호되면 도전하는 사람들이 성공하기 어렵고 다시 기회를 갖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회사는 엄청나지만 여전히 주변의 위협적인 공격을 받거든요. MS 스스로가 여러 번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겨내면서 살아남게 만드는 것이 선진국의 제도에요. 기득권도 살아남으면 결국 자기 실력으로 살아남는 것이고 그것이 건강한 것이죠. 반면 한국에서는 기득권이 지나치게 보호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져서 기득권 자체에게도 독이 되는 것 같아요.

▶바쁘더라도 자신이 필요한 곳에는 찾아가 메시지를 남기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나름으로는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않아야 할 때를 굉장히 고민합니다. 제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전혀 나서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인 발언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편입니다.

▶전문성을 가진 분야는 사회적 발언을 하겠다고 하셨는데, 요즘 가장 고민하는 사회적 문제는 무엇인가요?

때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강조하고 있잖아요. 제가 이번 정부 초창기부터 주장한 것이 그것이거든요. 대기업은 이미 글로벌 기업이라 정부까지 나서서 도와줄 필요는 없어요. 구체적인 고민은 중소기업 쪽에 두어야죠.

▶과거 정부들도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항상 말로 그쳤습니다.

현장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에서 핵심은 대기업과 공공 기관에서 중소기업과 일을 하는 팀장이나 임원들을 봐야 하거든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인사 평가는 주로 그분들의 단기 성과라 1년 내에 얼마나 이익을 많이 내는지로 평가받아요. 이러면 아무리 대통령이 나서서 중소기업 상생해야 한다 해도 절대로 안 돼요. 왜냐하면 중소기업들 봐주었다가 담당 팀장이나 임원의 목이 날아갈 경우 어떻게 되겠어요. 핵심은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의 인사 평가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실은 사명감 내지 책임감 같은 것이 있어요. 영화 < 스파이더맨 > 을 보면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라는 대사가 있어요. 자기가 원해서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 힘을 가지면 아무리 싫어도 거기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스파이더맨의 고민이거든요. 제가 원하지 않았지만 지명도를 가지게 되었고, 따라서 해야 할 일은 해야만 하는 것 같아요.

▶요즘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과 지방을 순회하며 강연을 하시죠? 서울을 벗어난 강연은 또 다르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지방에 있는 분들의 갈증이 큰 것 같아요. 기회가 적다 보니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해요. 자리에 앉은 분보다 더 많은 분이 서서 듣기도 합니다.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워낙 사회 구조가 거대하게 가로막고 있으니 서울과 고민도 비슷해요. 젊은이들은 당장 취직이 걱정이죠. 지방대 나와서 취직하기 어려우니까. 취직하기 힘들면 친구들과 공동으로 회사를 만들 수도 있지만 지금 사회 구조적으로 그런 것들이 굉장히 어렵잖아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죠.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멘토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말보다는 행동을 보았으면 해요. 이런저런 말보다는 어떤 것을 선택하고 행동하느냐가 그 사람 자체이니까요. 그리고 눈높이에 맞추어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죠. 저는 성공한 분들의 자서전은 조심해서 보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요. 예를 들어 젊을 때 어떤 선택을 했는데 그때는 별 생각 없이 결정했더라도 성공한 뒤에는 그 선택을 굉장히 미화해서 치밀하고 전략적인 선택이나 판단이라고 쓸 수 있잖아요.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돼요. 이게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낼 때 생기는 문제거든요. 도대체 어떤 과정과 고민, 그리고 선택을 거쳐서 나름의 결과가 나왔는지에 더 관심을 두면 배우는 것이 많을 것 같아요.

김회권 기자 |정리·임송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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