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택의 전시장 가는 길]천사의 날갯짓
한여름 올림픽공원의 햇살이 따갑다.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칭얼대거나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고는 소마미술관으로 몰려간다. 분수가 눈부시다. 나 역시 그들의 뒤를 따라, 아니 조금은 거리를 두고 전시를 보았다. 키스 해링의 작품들이다.

'날아오르는 천사' 키스 해링, ICONS, 실크스크린, 1990 (소마미술관, 6·17~9·5)
1990년대 초 뉴욕에 있을 때 나는 키스 해링의 작품을 즐겼고 그의 이미지를 차용한 다양한 물건들을 구입했다. 어느 날 뉴욕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아래층에 위치한 숍에 들러 천천히 구경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키스 해링의 그림이 들어 있는 작고 네모난 시계. 노란색 바탕에 지구를 들고 있는 사람의 형상을 한 그 이미지가 어쩜 그리도 예쁘고 마음에 드는지. 귀국 이후 오랫동안 내 손목에는 그 시계가 달려 있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해링의 작품을 다시 보았다. 그는 굵고 검은 윤곽선으로 누구에게나 마음이 통하는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을 그렸다. 엄청난 양을, 일상의 여백에 그렸다. 기어다니는 아이, 짖어대는 개, 날갯짓하는 천사 등 순수하고 신성한 존재를 가장 쉽고 친근한 형태로 그린 것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밝아지고 상쾌해진다. 에너지를 발산하며 공중으로 부양하는 천사의 모습이 더위에 지치고 삶의 늪에 빠진 무력한 나를 구원해준다. 31세에 에이즈로 죽은 지도 20여년이 되었지만 그가 남긴 이미지들은 여전히 환한 천진함과 명랑함으로 반짝인다. "예술은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사람들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어야 한다."(키스 해링)
< 박영택|경기대 교수·미술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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