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두차례 '제한상영가' 이어 18禁 판정 받고 12일 상영

백승찬 기자 2010. 8. 1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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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악'을 향한 복수극.. 심각한 주제, 과격한 표현

3차례의 심의를 받는 진통 끝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 악마를 보았다 > 가 개봉 하루 전인 11일 오후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 악마를 보았다 > 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 2차례에 걸쳐 제한상영가 등급을 판정받았다. 제한상영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는데, 한국에는 현재 운영되는 제한상영관이 없기 때문에 이 등급은 사실상의 상영불가에 해당한다. 제작사 페퍼민트앤컴퍼니는 영등위가 잔혹하다고 지적한 부분을 재편집해 3차 심의를 신청했고, 영등위는 10일 < 악마를 보았다 > 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매겼다.

눈오는 밤길, 차가 고장나 길가에 서 있던 한 여성이 연쇄살인자 경철(최민식)의 희생자가 된다. 이 여성의 약혼자인 국정원 요원 수현(이병헌)은 사적인 복수를 다짐한다. 수현은 국정원 요원으로 갈고닦은 뛰어난 육체적 능력, 탐문 기술을 활용해 경찰에 앞서 경철을 찾아낸다. 수현은 경철을 잡아 고통을 준 뒤 풀어줬다가 다시 잡아 고통을 주는 과정을 반복한다.

< 악마를 보았다 > 는 < 추격자 > 의 성공 이후 쏟아진 한국산 스릴러 영화의 맥락에 있다. < 추격자 > < 용서는 없다 > < 아저씨 > 등은 가족 혹은 유사가족인 여성을 사회악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한 남성의 죄책감과 분노를 반영한다. 이들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형사, 의사, 정보요원 등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지식과 육체적 능력을 갖고 있다. < 악마를 보았다 > 속 피해여성의 약혼자는 국정원 요원, 아버지는 30년 경력을 가진 은퇴 형사다. 외적으로 가장 강력한 공권력을 휘두르는 남성들이 정작 제 가족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영화는 전통적인 '범인 잡기 스릴러'의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 관객은 이미 범인의 정체, 주인공이 범인을 쉽게 잡아 응징할 것임을 알고 있다. 수현은 약혼자의 화장장에서 "네가 받은 고통, 그놈한테 천 배 만 배 돌려줄게"라고 독백한다. 결국 영화의 초점은 복수의 방법과 타당성에 맞춰져 있다.

경철은 목공일 혹은 도축을 하듯 능숙하고 기계적으로 피해자를 학살한다. 수현은 경철을 잡은 뒤 차츰 강도를 높여가며 고문을 가한다. 팔이나 다리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못쓰게 만드는 식이다. 15세 관람가 수준의 액션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잔혹하다고 느낄 수 있겠으나, 1980년대의 슬래셔 영화(연쇄살인 등을 다룬 공포물)나 2000년대의 < 쏘우 > 시리즈를 접해온 장르팬이라면 놀랄 정도는 아니다. 강도 높은 장면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별다를 것 없는 고문과 액션 장면에 머쓱해질 수도 있다.

영화 속에는 경철이 연쇄살인자가 된 이유를 짐작케 하는 단서가 등장하지 않는다. 경철은 영화 제목 그대로 '악마'이거나 극중 형사 오 과장(천호진)의 말대로 '짐승'이다. 그는 온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 있고 모든 여성은 섹스 혹은 살인의 대상으로 여긴다. 이 괴물은 < 친절한 금자씨 > 이후 5년 만에 상업영화에 출연한 최민식 특유의 열정적인 연기에 힘입어 육화됐다.

< 조용한 가족 > < 반칙왕 > 등에서 보여준 김지운 감독 특유의 유머도 몇 장면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심각한 주제와 과격한 표현 방식 때문인지 시사회에선 웃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피해자의 여동생은 "복수는 영화에서나 하는 것"이라며 형부를 만류한다. 최근의 관객은 < 킬 빌 > (쿠엔틴 타란티노), < 복수는 나의 것 > (박찬욱)과 같이 잘 만들어진 '복수 영화'에 익숙한 상태다. < 킬 빌 > 에는 "복수는 차가울 때 먹어야 맛있는 음식"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 악마를 보았다 > 의 복수가 충분히 차가운지, 그래서 관객에게 그 타당성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주는지, 앞선 '복수 영화'를 넘어서는지는 의문이다. 이 영화의 총제작비는 70억원대, 상영시간은 144분인데 상업영화로서의 만듦새가 좋아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 백승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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