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물 체계적 수집 오구라 컬렉션 학문적 의의 인정해야"

2010. 8. 1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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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구라' 권위자 마사히로 교수

"오구라는 잘못보다 공이 더 크다고 봐요. 일찍부터 역사적 관점을 세워 다방면에서 체계적으로 수집한 고고·미술 유물 덕분에 한·일 고대 문화교류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게 사실입니다."

일본 학계에서 오구라 컬렉션의 최고 권위자인 도쿄대의 사오토메 마사히로 교수(조선문화연구과)의 '오구라론'이다. 전 도쿄국립박물관 학예사로 1982년 컬렉션 기증부터 96년까지 관리와 연구를 전담했던 그는 "안목이 깃든 컬렉션의 학문적 의의는 따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조선 도자기만 찾던 다른 수집가들과는 달랐어요. 1900년대 초부터 오구라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고신라 고분 등의 고고 출토품들을 모았습니다. 선사시대의 석기, 청동기시대 유물, 삼국시대 갑옷, 토기 같은 것들이죠. 일찍부터 일본 문화의 뿌리가 고대 한반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겁니다. 불상이나 회화, 도자기 컬렉션도 시대별 특징과 계통을 고루 보여주는 유물들을 모았지요. "

오구라가 수집했던 고고 유물들은 후대 한국과 일본에서 비슷한 유물들이 출토되면서 고대 한·일 문화 동질성을 입증하는 선구적 자료가 됐다는 게 그의 평가다. "도굴품이 컬렉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지만, 직접 도굴한 것이 아니라 합법 경로로 사들인 부분도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 근거로 오동나무 곽 안에 실로 매어진 채 유물 내력표와 함께 들어 있는 기증 전의 유물 상자들을 찍은 사진첩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고고학 전문가로 최근 고구려벽화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오토메는 "환수를 주장하는 한국인들의 감정을 잘 알지만 당장은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는 전시 교류가 더욱 현실적"이라며 "오구라 컬렉션의 한국 특별전이 성사됐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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