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DOC가 소비되는 방식
DJ DOC가 무려 6년 만에 가요계에 복귀했다. 16년 동안 해체되지 않고 그룹 활동을 하고 있는 것만도 대견하다. 5집이 2000년, 6집이 2004년 그리고 이번 7집 '풍류'다.
이들은 각자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음악을 놓치 않았다. 최근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16년 동안 헤어지지 않았던 비결을 물어봤다. "이것(음악) 아니면 할 게 없고, 서로 의지하다 보니"(김창렬), "서로 빚진 게 있어서"(이하늘), "DJ DOC 외에 다른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정재용).
각자 이렇게 쉽게 말했지만 DJ DOC가 장수할 수 있었던 건 때로는 과할 정도로 편하고 자유로운 정신에 있다고 본다. 이하늘이 SBS '인기가요' 제작진에 불만을 토로한 것도 체제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자유정신에서 비롯됐다.
이를 팀 리더인 이하늘은 자신들이 의식있는 가수라서가 아니라 B급 정서로 설명한다. 편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양아치 소리를 들어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하늘은 "자기관리를 엄격하게 할 수 있어야 A급인데, 나는 이 길을 포기했다. 하지만 A급에게 꿀릴 건 하나도 없다. 나 자신에게 솔직하면 된다"면서 "트위터에 올린 인기가요 비판은 전혀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다. 음반과 음원이 잘 나가고 있는데 무슨 노이즈냐"고 말했다.
DJ DOC가 뽕짝을 랩으로 부르고, 발라드를 힙합으로 만들었던 유연함도 자유로운 정신에서 나온 듯하다. 지금까지 600만장이 넘는 음반을 팔아치운 저력도 여기서 나온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10년 전 발표한 신나는 댄스곡 'Run to you'를 지금 노래방에서 불러도 여전히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DJ DOC 특유의 이런 뽕 바운스는 7집 타이틀곡 '나 이런 사람이야'로 이어져 흥을 돋우고 있다.

DJ DOC는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스트리트 파이터 느낌이 강했다. 매니저는 멤버들이 연루된 폭력 사건을 합의하러 다니기도 바빴다. 2004년에는 이하늘이 후배 베이비복스가 '투팍'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며 '미아리복스'라고 말해 송사로 이어질 뻔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들은 예능에 출연하면서 주류 이미지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오히려 반항아 이미지가 강했던 이하늘은 '명랑 히어로'에서 솔직하고 소신있는 연예인 이미지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음악도 여전히 사회비판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직설적인 표현은 많이 완화됐다. 이하늘이 음악인으로 현재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는 이번 수록곡 '서커스'는 '살다 보니 일에 노예 돈에 노예, 어디로 뒤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그냥 끌려가는 늙은 노새'라고 자조적으로 읊조린다. 지난 6집부터는 강렬한 비트의 힙합과 랩보다는 로맨틱한 멜로디 라인과 리듬이 강조된 발라드도 내놓고 있다.
이들도 멤버 각자의 음악 견해가 다를 수 있고, 그동안 헤어질 기회도 많았다. 16년을 지탱한 힘은 단순히 정과 의리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들은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도, 그래서 서로의 개성과 권위를 존중하면서도 팀의 위계질서도 인정해준다.
김창렬은 "요즘 하늘이 형이 입만 열면 사고친다"고 말하면서도 '하늘이 형'이라고 선배 대우를 깎듯하게 해준다.
가요계의 악동인 DJ DOC는 폭행사고가 아니라면 가끔씩 사고를 쳐야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중도 이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이하늘은 김제동과 함께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 연예인이 됐다. 그가 트위터에 올리는 글마다 거의 매일 기사화된다. 가요계에 DJ DOC 같은 팀이 하나 있는 것도 다양성 차원에서 괜찮은 것 같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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