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의 시 '해당화', 그림으로 피어나다

2010. 7. 2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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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문화부 김영태 기자]

이인성의 < 해당화 > 는 토속적 풍경과 함께 조선여인의 애수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인성은 해방을 코앞에 두고 1944년 작고한 한용운을 기리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작품 제목은 한용운의 시 < 해당화 > 에서 따온 것이다.

< 해당화 > -한용운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봄은 벌써 늦었습니다.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을 대고"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이 작품에서 아이들은 꽃에 취해 있지만, 이들의 엄마인 젊은 여인은 수심에 잠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는 말을 굳게 믿고 님을 기다렸건만, 님은 오지 않고 속절없이 해당화만 피어 있는 현실이 야속할 뿐이다. 조국의 해방을 간절히 고대하던 시인의 마음이 그림 속 여인의 표정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19세기 말에서 1980년대까지 근 100년 동안에 걸쳐 한중일을 비롯한 동남아 7개국(인도,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타이,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 10개나라의 리얼리즘 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미술관이 7월 27일부터개최하는 '아시아 리얼리즘'전에는 10개국 40여개소장처로부터 대여한 104점의 회화작품이 선보인다.

이 시기에 식민지배에 나섰던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은 피식민지배를 경험했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였던 일본은 서양회화 기법을 일찍이 받아들였고, 식민지배를 받았던 아시아 나라들의작가들 역시 식민지 시기에 일본이나 유럽유학을 통해 서양회화기법을 받아들였다. 한중일은 묵화 위주의 동양화 전통에서 거의 대부분 유화로 바뀌었다. 따라서이번 전시에서도 거의 대부분이 유화로 된 작품이고,드물게 베트남의 옻칠재료나 수묵 작품 등이 눈에 띌 뿐이다.

피식민지배 시기의 작품들은 암울한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고,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나라를 세우던 시기에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소망과 힘찬 의욕이담겨 있고, 그리고 다시 독재치하로 접어든 시기에는저항정신이 그림 속에 담겨져 있다.반면 식민지배국인일본의 그림에는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166)

전쟁과 식민지배, 근대국가 건설과정을 거치면서 민족의식이 싹트고 고양되면서 작품 속에서도 이러한의식이 반영된다. 근대의 개인이 강조되면서 그간에 주목받지 못했던 일반 서민이나 하층민 개인의 초상이 작품에 등장하고, 농민들의 삶이나 향토적 풍경이 작품에 등장하게 된다. 근대화가 본격화하면서부터는 노동자들의 삶이 크게 부각된다. 사회주의 혁명을 이룩한 중국은 노동자들의 힘찬 노동장면이 작품의주를 이룬다.

세밀화기법이 주를 이루던 인도에서 회화가 막 도입된시점에 그련진 < 여인상 > 은 달빛어린 인도의 자연 풍경아래 고운 자태로 앉아 있는 인도 여인의 전형적인아름다움을 빼어나게 표현해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 병아리와 함께 있는 여자 > 는 자바인의전통의상인 블라우스 베바야를 입은 여성과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는 나이 많은 여성을 묘사했다.의자에 앉은 여성의 눈매에서는 사색적이면서도 강한힘이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발아래 껍질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그녀 역시 결혼식과 같은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말레이시아 작가 에나스의 < 케란탄에서 담뱃잎 따기 > (192년)는 갓 따낸 담뱃잎사귀를 한줌 가득 쥐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을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건강하고 밝고 긍정정인 여성들의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1957년 독립한 말레이시아의새 국가 건설에 대한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20세기 내내 아시아 다른 나라와 한국은 매우 유사한 문화적 충격, 식민지 구조,이념 갈등, 정치적 격변을 경험했고, 이러한 공통된 경험을 토대로, 다르지만 유사한 미술적 성과들이 이루어져왔다"고 설명한다.하지만 "'극단의 시대'로 표현되는 거대한 20세기의 대서사 못지않게, 한 시대를 진실하게 살다간 예술가 한사람 한사람의 작은 이야기들이 중요하며,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것"을 권했다.

☞김인혜 학예연구사 인터뷰:미술에서 리얼리즘이란? [AOD0]이번 전시에서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초상을 볼 수 있으며, 이쾌대, 오윤, 신학철, 이종구 등 한국 민중미술 작가의 작품 13점을만날 수 있다. 중국작가 서비홍의 < 우공이산(1940년)은 아쉽게도 전시도록에만 실리고, 실제 전시는 이뤄지지 못했다.

전시기간:7.27-10.10전시장소:덕수궁미술관 전관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 2,500원.입장권 예매:1544-1555문의:02-2188-6000/2022-0600, 홈페이지 http://asia.moca.go.krgrea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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