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부채, 이미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수준"

입력 2010. 7. 23. 13:50 수정 2010. 7. 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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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DTI 등 규제 풀어도 부동산 경기 못 살린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DTI를 완화하더라도 효과가 거의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22일 보고서에서 "DTI 규제가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획기적인 변화가 발생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DTI 규제완화는 가계 대출 조정을 기본 방침으로 해 온 그 동안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아직 가계 대출의 조정이 미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20%에 육박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다. 박 연구원은 "지금도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금융규제 완화가 단기적으로 부동산 경기에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더 높아지는 적극적인 정책을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미국 가계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 한국은행, Federal Reserve, Mirae Asset Research.

박 연구원은 "만약 DTI 규제가 있다면 그것은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속도를 조금 느려지게 하는 정도의 의도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주택시장에 무의미하다 볼 수는 없겠지만 큰 변화를 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또 "올해 6% 전후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건설경기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게 경험적 학습효과"라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가계가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주택수요가 살아날 수 있는 정책이 동반되지 않는다고 보면 주택 건설 부양은 해답이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경기가 나빠져서 건설경기 대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내년 경제 성장률이 적어도 4% 미만으로 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결국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정부 정책에도 한계가 있고 한동안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 같은 분석은 DTI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보수·경제지들의 주장과 상반된다. 중앙일보는 23일 "DTI 등 금융규제 완화방안이 미궁에 빠지자 수요자들이 몸을 사리고 집을 내놓은 사람들은 거래가 잘 되지 않아 답답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TI 규제 완화 등 수요층에 큰 영향을 줄 대책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전에 분양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은 1면 박스 기사에서 "DTI도 풀리고 세금도 깎아줬으면 그나마 거래가 생겨났을 텐데"라는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 신문은 "정부가 DTI만 갖고 다투지 말고 집이 안 팔려 새 아파트에 입주 못하는 서민들을 위한 다른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한 시민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전폭적인 규제 완화가 어렵다면 수요를 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는 심지어 찬반 논란을 소개하면서 "집값 떨어져 서민이 더 큰 고통"이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이 신문은 "DTI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부채 부실이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DTI 규제로 주택가격이 추가하락하면 가계부채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이 신문은 "거래가 돼야 잔금이 들어오고 대출도 갚을 수 있다"면서 "거래 활성화에 따라 전반적으로 돈이 돌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경제지들은 부동산 거래가 안 돼서 서민들이 고통 받는다는 논리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면서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집값이 계속 추락하는데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건 DTI 등 부동산 규제 때문이 아니다.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와 빚을 내서 집을 사기에는 위험하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신문의 주장과 달리 대부분 전문가들은 추가로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 낮은 대출 금리 덕에 가계의 이자 부담이 당장 그렇게 크지는 않음. 한국은행, Mirae Asset Research.

▲ 예상되는 정책 방향은? 가계 부채 조정 속도 조절은 가능하나 방향 전환은. 한국은행, Mirae Asset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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