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유선 "노출신·베드신 보다 힘들었던 수돗가신" (인터뷰)


[뉴스엔 글 김지윤 기자/사진 정유진 기자]"… 늦은 밤 한 여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문을 열고 나와 수돗가에 주저앉는다.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뒷물을 한다.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던 남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영화 '이끼'의 한 대목인 이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여배우의 노출신이나 베드신보다 더 묘한 에로티시즘을 선사했다. 스크린에 몰두한 관객만큼 배우 유선 역시 이 대목에서의 연기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영지(극중 이름)의 심경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 같아 기억에 남는 신 중 하나다"고 털어놨다.
유선은 강우석 감독의 신작 '이끼'에서 이영지 역으로 열연했다.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그녀가 맡은 영지는 미스터리한 비밀을 지닌 마을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유일한 여성주민이다. 유해국(박해일 분)이 마을에 들어온 후 벌어지는 모든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으면서 조용히 지켜만 보는 속을 알 수 없는 베일에 가려진 캐릭터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유선은 최근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노출신, 베드신보다 더 강렬하게 와 닿았던 수돗가 신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았다.
"수돗가 장면은 느낌이 참 묘해요. 영지가 이 마을 사람들과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지, 영지한테 이 마을이 어떤 느낌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잖아요. 대사도 없고 행동만 있지만 적어도 '아,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막연함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좋았어요. 잘 살려야겠다는 책임감까지도 들었어요."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여온 유선은 매번 인상적인 연기로 자신만의 색을 구축해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사리 잊혀 지지 않는 선 굵은 연기는 보는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고의 열연을 펼쳤다.
"사실 그동안 해왔던 작품 속 캐릭터 중 가장 나와 닮은 것을 하나를 꼽으라면 전 '나도 날 잘 모르겠다.'고 답 할 거예요. 솔직히 어떤 캐릭터도 내 안에 조금씩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요. 배역을 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시 한 거요? 감정선인 것 같아요. 감정을 안으로 머금고 있는 무게감이 있는지, 밖으로 폭발한다면 얼마나 변화무쌍함을 보이는지. 뭐 그런 거요. 아, 그러고 보니, 평범한 캐릭터보다는 격정적인 삶, 내면이 복잡한 캐릭터를 더 재미있어 한 것 같긴 하네요.(웃음)"
한편 정재영 박해일 유준상 유선 유해진 허준호 김상호 김준배 등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한 영화 '이끼'는 30년간 은폐된 마을을 찾은 낯선 손님 유해국과 그를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 간의 서스펜스를 그린 작품이다. 개봉은 7월 14일.
김지윤 june@newsen.com / 정유진 noir1979@newsen.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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