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예진, 예능서 흘린 눈물의 의미는

35년 경력의 배우 임예진이 예능물에 나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9일 SBS '맛있는 초대'에 출연해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망가지는 모습에 대한 반응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나는 재밌게 하고 있는데, 어떻게 저런 차림을 할까, 저런 춤을 출까 하며 참 처량하게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서 "주책바가지 같다는 표현이 가장 듣기 싫다"고 밝혔다.
50대의 나이에 접어든 임예진의 다소 의아한(?)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들어감을 생각하게 되고, 더구나 대중의 반응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연예인은 더욱 고민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
이날 게스트로 나온 2AM의 창민이 "당시 임예진 선배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 김연아급~"이라고 질문했다. 70년대 임예진의 인기는 여고생 신분으로 대중문화 성인시장까지 장악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여고생의 '청순한 귀여움'만으로 대중문화 전체를 장악한 스타다. 30년이 지난 이후에야 '어린 신부'의 문근영이 임예진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강도면에서는 임예진이 문근영보다 훨씬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임예진과 같은 학년이었던 기자의 기억으로는, 당시 서울 무학여고를 다녔던 임예진을 한번 보기 위해 무작정 그 학교 앞을 기웃거리는 남자 고교생도 제법 많았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이 정도면 임예진의 스타성은 설명될 것이다.
임예진은 70년대 하이틴물의 원조 영화인 '여고졸업반'을 비롯해 '진짜진짜…' 시리즈를 통해 고교생 슈퍼스타로 군림했다. 그녀의 창백하면서 하얀 얼굴은 검정색 교복과 강한 대비를 이루며 청순가련형의 원단이 됐다.
큰 인기를 누렸던 임예진은 결혼하고 평범한 주부로서 오랜 세월을 보낸 후 지난 2005년 중년이 돼서야 복귀했다.
고교생때에는 인형 같았던 임예진은 예능에서 망가지는 것을 서슴치 않았다. 마릴린 먼로 분장을 하고 걸그룹 복장으로 춤을 추기도 했다. '비타민'에서는 중후한 노주현과 대적할 수 있는 아줌마였다.
드라마 '궁'에서는 무능한 남편 전문 배우인 강남길과 함께 살며 보험설계사로 가계를 꾸려나갔고, 영화 '다세포 소녀'에서는 궁상맞은 엄마로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교양미 없는 고모, '살맛납니다'에서는 억척 아줌마 구점순을 연기했다. 주로 억척스러운 역할을 맡았지만 그런 것만도 아니다. '선덕여왕'에서는 김유신의 모친 만명부인 역을 맡아 진지한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임예진은 이날 방송에서 "학창시절 잡지 표지 모델로 시작해 영화에 캐스팅된 후 어린 나이에 수동적으로 연기생활을 해 하이틴 스타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행복한 줄 몰랐다"면서 "하지만 5, 6년전부터 재밌고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임예진의 고민이 비롯된다. 이날 게스트로 나온 양희경은 "양희은이 통기타 이미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대중은 배신했다고 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즐겁게 사느냐다"고 말했다.
물론 임예진을 위로하고 응원해주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이는 고민의 해결택이 아니다. 대중스타가 자신이 즐겁게 살고 있다며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까칠한 반응을 보이는 대중이 많다면, 결국 스타는 행복감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스타의 생각과 대중의 수용간의 괴리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그 오해폭이 크다면 스타에게 결코 좋을 리 없다.
임예진은 이를 예능 스타일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세바퀴'라는 예능에서는 망가짐의 수위와완급 조절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대중은 망가지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다.
하지만 망가져야 할 때 망가져야지 시도 때도 없이 망가져서는 안된다. 많은 시간 공을 들여 분장까지 하고 망가졌는데, 별 다른 반응이 없다면, 오히려 '안티'가 생겼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대중문화라는 영역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 시장이 아니다.
임예진은 요즘 '세바퀴'에서 몸개그나 개인기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몸개그를 안하니 토크분량이 적어 방송에 얼굴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예능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무기(토크, 몸개그, 개인기)를 적절히 활용하는 순발력을 강화한다면 스타의 생각과 대중의 수용간의 괴리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서병기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헤럴드경제 모바일 바로가기] [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 구독신청]-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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