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 "치한을 환영하라"

[북데일리] 미시마 유키오 팬들이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펴볼 책이 나왔다. < 부도덕 교육강좌 > (소담출판사. 2010)은 '도덕적 주제'에 대한 경험과 의견을 담은 저자의 에세이집이다.
쓴지 50년 정도가 지났지만 케케묵은 먼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구태의연하지 않다. 책 제목과 목차는 역설적이다. 친구를 배신하라, 약자를 괴롭혀라, 남의 불행을 기뻐해라. 게 중에 '치한을 환영하라'거나 '처녀인지 아닌지 문제 삼지마라'란 제목은 도발적이다.
그럼에도 내용은 부도덕하지 않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꿔놓음으로써 일침을 가하는 작가의 위트와 유머가 돋보인다. 치밀하고 꼼꼼히, 사안에 대해 독특한 논리를 들이 댄다.
'소설가를 존경하지 마라'란 대목을 보자. 소설가들은 엄청 잘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 세태를 두고 '병적인 그 심리'를 파헤쳤다. 보통 소설가는 지식인으로 존경할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죠? 지식하고 소설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죠? 소설가에게 지식이란 소설의 소재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초밥집 주인이 재료에 대해 설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니까요."
소설가는 인생 경험이 풍부하지 않느냐는 반론에 대해 미시마 유키오는 "인생은 다 똑같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렇게 일갈한다.
"3천 명과 연애해본 사람이 딱 한 번 연애를 한 사람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예쁜 여동생을 이용하라'는 내용 역시 호기심을 자아낸다. 저자는 "오로지 제 힘으로 성공했다고 해도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힘을 이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제한 후 이색 주장을 편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한,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지 몸을 팔고 있다. 그런 세상이니, 예쁜 여동생이 있다면 욕을 먹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이용하라."
이 책은 한마디로 '부도덕이라고 매도되는 것들의 진실 혹은 그 진정성을 독설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자에게 폭력을 사용하라'편이 그 중 한 사례다.
"대부분 인텔리 남성은 '손찌검' 따위는 지식인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성에게는 보다 원시적인 동경이 감춰져 있어서 남자의 애정 어린 주먹을 받을 때(많아야 한 번이겠지만) 상대의 남자다움을 순간적으로 직감하곤 한다." 144쪽
이런 '근거'를 늘어놓더라도 여성 폭력이 정당화 될 순 없다. 일부 발췌한 내용으로 주장을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다. 어쨌거나 독자의 강력한 반발은 작가의 못 말리는 익살 앞에 무력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는 치한을 두고 '남자의 욕망 속에 숨겨져 있는 소원(희망사항)을 대표로 성취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외설'이란 '인격으로부터 분리된 사물로서의 육체에 대한 성욕'이라는 명쾌한 해석을 내놓는다.
육체의 덧없음을 논한 대목은 특히 그의 '이력'과 맞물려 시선을 모은다. 그는 보디빌딩을 했으며, 나중에 할복자살한 바 있다.
"세상은 정신적 교양이 모자라는 젊은이들의 폭력을 걱정하고 있지만, 지배층인 인텔리의 육체적 무교양도 퍽이나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진단한 미시마 유키오는 훗날 자신의 '거사'를 예언이라도 하듯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잘 다듬어진 몸매와 발달된 근육은 과연 멋있고 듬직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존재 가운데 가장 덧없는 것을 상징한다는 데에서 나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느낀다.(중략) 남자의 육체는 덧없다.(중략)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근육에 더더욱 애착이 간다."
읽다보면 독자는 미시마 유키오의 최후가, 작가의 지독한 역설이 빚은 비극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김지우기자 / dobe0001@naver.com매일매일 재미있는 책읽기 '북데일리' www.bookdaily.co.kr제보 및 보도자료 bookmaster@pimedia.co.kr < 저작권자 ⓒ 파이미디어 북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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