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콜라주 작가 원성원의 '밀림 속 작업실'

2010. 6. 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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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서 미술대학을 나와 독일로 유학을 떠난 나는 유학시절 가로 2m, 세로 4m 크기의 작은 기숙사방에서 지냈다. 방이 너무 작은 나머지 손을 뻗으면 주변의 물건이 죄다 닿을 지경이었다. 아마도 한국의 고시원 방보다 조금 클까. 여튼 갑갑하고 작은 방이었다. 미술작업을 위한 이런저런 도구가 꽤나 많았으니 방은 더욱 좁게 느껴졌다. 그러나 어쩌랴, 유학생 신분이니 그마저도 고마와 해야 할 판이었다.  덕분에 나는 자주 공상을 하곤 했다. 작은 침대에 누워 방 천정이 스르륵 열리면서 내 방이 드넓은 정글이 되거나, 숲속 아늑한 뜨락이 되는 상상을 말이다. 때론 내 방이 도심의 너른 광장이 돼 그 광장에 누워 있는 공상도 해봤다.  그러던 중 나는 'Dreamroom(꿈의 방)'이라는 새로운 사진 콜라주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주변의 가까운 친구들이 저마다 열망하는 꿈의 공간을 사진 콜라주 기법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이었다. 사람마다 원하는 공간이 달라 좀 힘들었지만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 그리곤 11번째 작업으로 나를 위한 방을 만들게 됐다. 그 방은 정글처럼 우거진 숲속의 방이었다. 

 내가 지내던 독일의 북부 지역은 1년 내내 추웠다. 여름조차도 2~3주만 바짝 더울 뿐, 나머지는 대체로 서늘했다. 독일 유학시절 나는 추위와 싸운 기억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단 하루만이라도 숨이 턱턱 막히는 후덥지근한 열대우림에 살고 싶었다.  Dreamroom-Seoungwon이란 작업에서 나는 열대우림의 나무로 우거진 숲속에 책상과 컴퓨터를 들여놓고 지내고 있다. 훅훅 찌는 더위에 지친 나는 민소매에 짧은 바지 차림으로 냉장고에 기대 시원한 음료수를 들이키고 있다. 현실에선 매서운 추위와 싸우고 있지만 상상 속 내 공간은 정글의 작업실이었다. 이게 바로 내 자화상이라면 자화상이다.  나의 사진 콜라주 작업은 컴퓨터로 사진을 합성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작업이다. 손으로 일일이 작업하는 지극히 노동집약적인 작업인 것이다. 작업은 그림에서 시작된다. 우선 드로잉을 통해 작업의 뼈대를 만들고, 그 그림대로 장소와 대상을 물색해 일일이 수백, 수천 컷의 사진을 찍는다. 그런 다음 촬영한 사진 이미지를 하나하나 마우스로 오려 이어붙인다. 한점의 작품엔 최소 300~400컷의 사진이 필요하다. 또 한점을 완성하는데 3~4개월은 족히 든다.

 작은 퀼트 천을 모아 큰 이불을 완성하듯 나는 수백개 사진들을 모아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독일서 했던 작업을 발전시켜, 보다 입체적인 사진 콜라주 작업을 하고 있다. 근래엔 일곱살 무렵의 추억을 떠올리며 '1978년 일곱살'이란 연작을 제작해 서울 평창동 가나컨템포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어린 시절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엄마가 홀연히 사라졌고, 엄마가 기르던 화초만이 무성해 심한 불안과 당혹스러움을 느낀 적이 있다. 그 당시 기억을 토대로 엄마를 찾아떠나는 일련의 스토리를 작품화한 것이다.   엄마가 좋아했던 꽃나 나무, 엄마의 고향인 바닷가 마을, 그리고 유명한 오줌싸개였던 어린 소녀가 이불을 깨끗이 빨아널고, 진달래밥과 들국화국을 만들며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과정을 한편의 동화처럼 연작으로 만들어봤다. 이 작업 역시 내 자전적 이야기인 셈이다. < 글, 그림: 원성원 >  ▶작가 원성원은대학(중앙대)에서 조각을 전공했으나 독일 유학 이후 사진작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실과 공상이 뒤섞인 독특하고도 섬세한 사진 콜라주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있다. 그의 사진은 디지털 작업이긴 하나 일일이 공간과 대상을 촬영한 후 이를 섬세하게 중첩시켜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 남다른 상상력으로 공간과 인물을 흥미롭게 병치시키며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빚어내고 있어 전도가 주목된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사진은 독일 유학시절 추위와 싸우며 상상하곤 했던 '밀림 속 작업실'을 표현한 원성원의 자화상 'Dreamroom'. 네덜란드 식물원에서 열대식물을 찍고, 자신의 작업대와 부엌을 촬영한 후 이를 일일이 콜라주했다. 아래는 원성원의 사진 콜라주 연작 일곱살-엄마를 찾는 종이비행기와 오줌싸개의 빨래. 각 155x123㎝. 아래는 근작인 '투모로우-강아지마을'. [사진제공= 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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