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왜 노회찬에게 돌을 던지는가"

심연주 입력 2010. 6. 7. 09:42 수정 2010. 6. 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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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이종훈의 뉴스쇼>]

- 최악-차악 아닌 '대안' 지지할 권리- 헌법 보장 권리 행사, 비난은 부당- 선거 때마다 단일화 프레임 우려

■ 방송 : FM 98.1 (07:00~09:00)■ 진행 : 시사평론가 이종훈■ 대담 : 문화평론가 진중권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해서 접전 끝에 패배한 것을 두고 진보진영 내부에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일찌감치 단일화를 해줬더라면 한명숙 후보가 승리를 했을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하지만 노회찬에게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 이렇게 강하게 주장하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 연결돼 있습니다.

[IMG0]◇ 이종훈>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가기에 앞서서요, 이번 지방선거의 역사적인 의미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 진중권> 글쎄요, 역사적 의미까지... (웃음) 늘 있는 선거이고, 또 한 번 있었던 선거고요.

◇ 이종훈>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니네요?

◆ 진중권> 그렇죠.

◇ 이종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했더라면 야권이 승리를 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진중권> 일단 두 가지 차원을 구별해야 하거든요. 하나는 시민윤리의 차원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은 참정권, 그러니까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갖는다고 학교에서 배웠거든요. 노 후보는 거기에 따라서 서울시장이 되려했고, 또 3.3% 유권자가 그 분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그래서 노회찬 후보와 그 지지자들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지, 비난 받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행사한 데에 대해서 왜 타인들이 비난을 하는 건지, 이게 상식에 맞는 건지 이해할 수 없고요. 또 그 비난하는 분들 보면 그저 수가 많다는 이유에서 왜 남의 꿈을 자기들이 대신 꿔주려고 하는지, 그것도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믿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분들을 비난하진 않거든요. 저는 이게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시민사회에서 반드시 갖춰야 될 상식이라고 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정치공학이죠. 방금 말씀 하려던 게 그것 같은데...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진보신당의 참패거든요. 그건 분명히 전략적으로 뭔가 실수를 했다는 것이겠죠. 가령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 내내 정리되지 않는 어중간한 모습을 보여준 거라든지. 하지만 이 문제는 무엇보다도 진보신당 내에서 논쟁이 되어야 됩니다. 당원들 중에는 전략적으로 불리하니까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하자, 이런 사람들도 있었고. 아니, 상황이 아무리 불리해도 우리 후보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는 겁니다. 또 이것은 정치공학적 성격이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아니라 정당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될 논의라고 봅니다.

◇ 이종훈>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 얘기를 대신하자면, 이번에 야권 같은 경우에 선거연대를 추진했고, 그런 큰 흐름 속에서 민주당이 대안이 될 수 없지만 여권의 일방독주를 막는 측면에서는 좀 도와줄 필요가 있었고, 어떻게 보면 차악이라 할까요, 그런 측면에서 조금 더 지지율이 높은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긴데요?

◆ 진중권> 진보신당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뭡니까? 그 최악과 차악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였거든요. 한나라당 세상에서 살아봤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민주당 세상에서 살아봤거든요. 그랬더니 살아본 국민들이 결국 이명박 정권을 부르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드라마가 앞으로 영원히 계속될 겁니다. 선출된 차악은 최악으로 드러나고요. 그 사이에 최악이었던 사람들은 차악인척 합니다. 진보정당 만든 이유가 바로 이 프레임을 깨기 위해서였는데요. 최악보다 차악이 낫다고 생각하는 분들, 그분들 판단 존중합니다. 그렇다면 최악과 차악이 서로 자리바꿔가면서 반복되는 게 무의미하다고 믿는 이 생각도 존중되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제 자식이 한나라당 세상도 아니고, 민주당 세상도 아니고 다른 세상에 살기를 원합니다. OECD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이 복지 수준 꼴찌 아닙니까? 창피한 일이거든요. 웬만한 나라들 자전거 타고 다닐 때 대학까지 무상교육 해왔습니다. 왜 우린 못합니까? 같은 선진국이라도 유럽 극빈층 일본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선택이 다르면 사회의 모습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저는 우리 후손이 복지후진국에 살기를 원치 않고, 그래서 지금 진보정당 계속 찍는 건데, 아주 유감스럽게도 이번 선거가 진보정당의 길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혹자는 이번에 상황이 특별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일반적 상황이거든요. 2002년 때부터 매번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을 겪거든요.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 이종훈> 하지만 경기도 지사직에 후보로 나왔다가 막판에 유시민 후보하고 단일화했던 심상정 후보도 있는데요. 그 선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진중권> 진보신당이 단일화 틀 자체를 거부한 게 아니거든요. 경기도에서는 심상정 후보가 사퇴했고, 부산에서는 아예 단일화에 합의해서 후보를 내지 않았습니다. 또 단일화 후보로 나서서 당선된 곳도 있고요. 정당한 정당이니까 적당한 정치적 명분과 진보정당의 존재에 대한 인정만 있다면 단일화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 이종훈> 그러면 서울시에서는 그게 안됐다고 보시는 겁니까?

◆ 진중권> 그렇죠. 어떤 조건들이 맞지 않았던 것이죠. 그리고 노회찬 후보는 제가 아니지만 서울시장 선거는 야당에게 일단 가망이 없어보였거든요. 또 TV토론 보지 않았습니까? 한명숙 후보가 지지자들까지도 회의에 쌓이게 만든 상황이었고요, 그런 상황이라면 진보정당이라도 유의미한 득표를 하는 게 그나마 정치적 대의에 부합한다고 그렇게 본 거겠죠.

◇ 이종훈> 하지만 선거 결과는 좀 다르게 나와서요. 원래 생각했던 거 하고?

◆ 진중권> 그렇죠. 그것은 결과론이죠.

◇ 이종훈>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단일화 이후에 시너지 효과, 이런 것도 계산을 못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런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진중권> 아니죠, 그 때는 단일화하든 안 하든 간에 될 수 있는 가망성이 없다고들 본 겁니다. 만약에 그게 될 수 있다면 그쪽에서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왔겠죠.

◇ 이종훈> 심상정 후보는 앞으로 당 차원에서 징계 얘기도 나오고 있고 한데, 어떻게 정리되는 게 옳다고 보십니까?

◆ 진중권> 저 같은 경우는 상당히 비판적입니다. 그러니까 진보신당 당원들도 상당수가 단일화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게 또 진보신당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게 유시민 씨가 나올 거라고 생각을 안 한 거예요. 왜냐하면 유시민 씨하고 심상정 씨가 지지층이 상당히 겹치거든요. 그러니까 이러다 보니까 선거도중에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당에서는 당원들 사이에 논의할 틈도 없고, 그런 사이에서 압력을 견디지 못한 심상정 후보가 개인적인 선에서 사퇴를 해버렸는데, 후보가 그런 사퇴 부분을 개인적으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굉장히 유감스럽습니다. 특히 나의 후보는 심상정 밖에 없다면서 자기 돈 들여서 유세차 만들고, 직접 마이크 잡고, 가두연설까지 하던 당원들이 있거든요. 그분들 어떻게 볼 겁니까?

◇ 이종훈> 그렇다면 심상정 후보가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당원들한테?

◆ 진중권> 이 분이 그걸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게 가장 아프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분들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하고요. 아마 오늘 기자회견에서 그 이야기를 하겠다고 그러더라고요. 직접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이종훈> 하지만 선거연대를 통해서 민노당의 경우에는 과거에 비해서 상당히 입지를 많이 넓히지 않았습니까? 그런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진중권> 그것은 그분들의 선택이고, 그분들이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하려고 했고, 원하는 것을 얻었는지, 거기에 따라 평가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이종훈> 진보신당도 초기부터 선거연대에 적극적이었으면 이런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요?

◆ 진중권> 글쎄요, 그게 좋은 결과인지 모르겠습니다. 의석 몇 개는 더 얻을 수 있겠지만, 단일화라는 정치 프레임 자체가 진보정당의 존재 의의를 희석시킵니다. 왜냐하면 그 프레임 안에서 진보정당은 기껏해야 당선의 걸림돌이거든요. 그러니까 떡 하나 주어서 치워야 할 방해물 수준으로 되는 겁니다. 이번 선거는 지금 그 프레임에 완전히 정착됐거든요. 당장 2012년 선거, 어떻게 할 겁니까?

◇ 이종훈> 하지만 진보신당이 선거연대에서 이탈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야권 내 일각의 지적도 있다 말입니까?

◆ 진중권> 그러니까 그것은 누구한테 책임을 지는 건 좀 따져봐야 될 것 같습니다. 단일화 프레임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지역마다 다 다르거든요. 경기도도 다르고, 부산도 다르고, 부산도 다르고, 이런 것이고.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고, 그쪽에서 조건들이 달라가지고 그렇게 된 것인데, 그것을 왜 책임을 묻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완전히 단일화로 하지 않으면 반동이다, 이런 식의 폭력이거든요.

◇ 이종훈> 진 교수님이 민주당은 대안은 아니다, 진정한 대안은 진보신당이다, 라고 얘기를 하셨고, 노회찬 후보를 그래서 지지를 하신 건데요. 그 확고한 신념이나 근거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 진중권> 진보신당의 꿈은 시장경제와 사회복지를 결합한 사회국가시스템이거든요.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그런 시스템을 갖고 있고, 이건 한나라당이 꿈꾸는 나라나 민주당에서 꿈꾸는 나라와는 많이 다릅니다. 또 유권자마다 자기 꿈이 있잖아요. 자기 좋아하는 사회가 있고. 저 역시 제가 선호하는 사회 시스템이 있고. 그래서 제게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 원하는 사회의 대안으로써 진보신당이 그리는 사회가 되는 거고요. 저는 유권자 한 사람으로서 대안의 가능성을 주장하고, 또 대안의 실현을 위해서 투표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 50% 이상이 복지를 위해서라면 세금을 더 내겠다고 응답하고 있거든요. 이것은 우리가 그 길로 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선거만 벌어지면 최악이나 차악이 나거든요. 이 프레임에 갇혀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거든요.

◇ 이종훈> 앞으로도 진보신당으로 하여금 선거 때마다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이 쉽게 안 바뀔 수도 있는데. 진보신당하고 범야권의 어떤 지지세력들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지점은 없을까요?

◆ 진중권>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법 자체를 바꾸는 겁니다.

◇ 이종훈> 선거법 개정요?

◆ 진중권> 그렇죠. 선거법 기존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거든요. 그런데 지난 정권에서 여당이 압도적 다수를 갖고 있는데, 선거법 안 바뀌었습니다. 현행 선거법 자체가 승자독식구조인데다가 현상을 부추기게 되어있거든요. 노회찬이 한명숙 표를 빼앗아갔다고 말하면 좀 황당한 게요... 원래 노회찬 후보 지지율이 12%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심상정 후보도 그에 못지 않게 나왔고, 그런데 검풍 불고, 노풍 불고, 북풍 불면서 한자리 수로 떨어져 버리더라고요. 그러면 누가 누구 표를 빼앗아갔다고 해야 되는지, 그런데도 거꾸로 노회찬이 한명숙 표를 빼앗아 갔다, 이런 전도된 어법이 횡횡하는 걸 보고 정말 우리 사회 분위기 아찔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 이종훈> 선거법 개정 보다 정당 간의 정책연대가 가능한 내각적 개헌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것 아닐까요?

◆ 진중권> 그것까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건 헌법이 걸린 문제... (웃음) 제도적 개선이 없는 이상 앞으로 선거 때마다 단일화 요구가 거세질 텐데요. 아마 민주노동당의 경우 이번에 재미를 봤기 때문에 앞으로 더 긴밀히 연합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은 진보정당들 사이에서 연합을 해도 해야 되는 건데. 이게 앞으로 그것도 힘들어진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 이종훈>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종훈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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